항목 ID | GC017B02020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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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남도 공주시 우성면 내산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대연 |
내산2리에서 한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두 갈래의 길이 나오는데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10여분을 올라가면 오래전부터 전해지고 있는 노루목전설의 근원지를 찾을 수 있다. 전설의 주인공은 허씨 가문의 효자인 허흠(許欽)라는 설이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 다만 노루목에 있던 허지의 무덤을 이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앞에는 노루의 무덤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사람의 무덤 앞에 노루의 무덤이 있었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허지의 10대손인 허은 씨는 그 사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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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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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의 무덤자리
어느 날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 간 허씨 가문의 하인이 무덤 앞에 죽어있는 노루의 사체를 발견하고는 급히 마을로 내려와 주인에게 알렸다. 허지의 후손은 말로만 전해 듣던 전설의 그 노루라고 여기고 허지의 무덤 앞에 묻게 하였다고 한다. 참고로 허지는 당대 최고의 침구의(鍼灸醫)이자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의 저자인 허임의 손자이다.
전설은 부전동에 거주해 온 허씨가 나무를 하다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노루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나무를 팔아 노부모를 봉양하는 나무꾼의 삶은 고단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야만 날이 저물기 전에 장에 갔다 팔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창 나무를 패고 있는데 갑자기 노루가 나무꾼 앞에 나타났다. 노루는 절뚝거리며 주위를 맴돌고 안절부절하였는데 그 큰 눈엔 애원의 눈물이 맺혀있었다. 나무꾼은 놀라고 당황했지만 재빨리 주위를 살피고 노루에게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노루의 엉덩이에 화살이 꽂혀 있는 게 아닌가? 나무꾼은 노루의 등을 쓰다듬으며 단숨에 화살을 뽑아냈다. 그러자 노루는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별안간 사냥꾼의 숨 가쁜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나무꾼도 노루도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나무꾼은 한나절 열심히 일해 차곡차곡 쌓아둔 나무를 노루 위에 흩뿌려 덮어주었다. 이윽고 사냥꾼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이보시오, 혹시 여기서 화살 맞은 노루를 못 보았소?” 사냥꾼은 땀을 닦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 보았소. 저어쪽 고개로 넘어 갑디다.” 노루를 위해 사냥꾼을 속였다. 사냥꾼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나무꾼이 일러 준 방향으로 사라졌다. 사냥꾼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나무꾼은 노루를 꺼내주고 사냥꾼에게 일러준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노루를 밀쳐냈다.
“어서 가거라. 다시는 화살에 맞지 말거라.”
노루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듯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절뚝절뚝 나무꾼에게서 멀어졌다. 그는 노루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노루가 나무꾼을 향해 껑충껑충 뛰며 앞발로 오라는 시늉을 했다. 나무꾼은 참으로 신묘한 느낌이 들어 나무하는 것도 잊은 채 노루를 뒤따라갔다. 얼마쯤 지나 노루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앞발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흙을 모아 작은 무덤처럼 만들어 놓고 나무꾼을 바라보았다.
나무꾼은 잠시 생각하다가 “무덤?”하고 말했다. 그러자 노루는 다시 껑충껑충 뛰며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느새 사라졌다. 그는 ‘세상 참 이상한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둘러 나무를 해서 장에 갔다 팔았지만 집에 돌아갈 때는 이미 해가지고 어둠이 짙어갔다.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나무꾼은 기지개를 켜고 고개를 흔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이상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노부모가 생각나서 생각을 접어두고 집으로 향했다. ‘아니, 이게 왠일이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이상한 예감이 번뜩였다. 분명히 우리 집이 맞는데 여기저기 등이 매달려 있고 사람들은 왔다갔다 어수선했다.
‘혹시....’ 나무꾼은 지게를 벗어 던지고 한 달음에 집에 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었다. 그는 동네에서 소문난 효자였으므로 마을 사람들은 자기 일처럼 나무꾼을 위로했다. 그리고 무덤을 쓸 때도 서로 좋은 곳을 일러주었다. 그러나 나무꾼은 봐둔 자리가 있다고 거절하며 말없이 노루가 가르쳐 준 곳에 아버지를 모셨다. 그 자리에 무덤을 쓴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나무꾼의 집안엔 좋은 일만 생기기 시작했다. 나무꾼이 생각하고 하는 일이 다 잘되었던 것이다. 그는 좋은 일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행동하였고 어느새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