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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양속 마중시루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7B01010006
지역 충청남도 공주시 우성면 내산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대연

산 속의 제사가 끝나고 날이 샐 무렵 마을에서는 특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마을 사람들이 집집마다 싸리문 밖에 나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손에는 시루떡이 놓여 있다. 이른 새벽 산새가 지저귀고 수탉이 목청을 뽐내는 시골 풍경과 그 속의 사람들을 상상해 보라. 이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종종걸음으로 이웃집을 오가는 사람들도 있다. 무슨 일일까. 왜 사람들은 떡을 들고 문밖을 서성이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은 부전동대동계의 오랜 전통에서 찾아진다. 내산리에는 오래전부터 마을제사가 끝나면 이루어지는 두 가지 풍습이 있었다. 제사음식 나눠주기와 마중시루가 그것이다.

제삿날이 다가오면 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시루떡을 준비한다. 어려운 살림살이였지만 이때만은 치성의 제물로 시루떡을 장만했던 것이다. 제사음식으로 겨우 시루떡이 웬일인가 하겠지만 194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는 끼니를 거르지 않으면 행복했던 시대였다. 요즘처럼 떡집에 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떡이 아니었다. 이 날을 위해 쌀을 모아 두었다가 열에 예닐곱 집은 시루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제사는 남자들만 참석할 수 있었다. 제사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던 여인네들은 가정에서 정화수와 시루떡을 놓고 소원을 빌었다. 무성산에서 마을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을 때 가정에서는 날이 새도록 개인적인 소원을 빌었던 것이다. 소원의 내용은 다양했다. 부모형제의 무병장수에서부터 아들의 출산이나 자식의 출세 등 주로 개인적인 소망을 기원하는 구복적인 성격이 강했다.

제사가 끝나고 날이 새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산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때 동네에선 이웃끼리 덕담을 주고받으며 시루떡을 나누기도 하고 대문 앞에 나와 제사를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시루떡을 건네주기도 했다. 예전의 대동계는 12마을의 사람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걷는 게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시절. 밤늦게 멀리서 제사를 위해 찾아온 손님들에게 온갖 정성과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떡으로 그 고마움을 대신했던 것이다. 이러한 풍습을 예로부터 마중시루라 했다.

제사를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도 제사음식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때 제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제사음식을 가져가는 법은 없었다고 한다. 제사음식은 마을 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주는 것이 관례였다. 특히 돼지고기는 제사 음식 중에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였다. 돼지는 보통 제사를 앞두고 미리 정하는데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반드시 통돼지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제사음식을 나눌 때는 일정한 법도와 순서가 있었다. 연장자나 유력자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을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부터 우선적으로 나눠주었던 것이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이른 바 미풍양속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나눌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 볼 아름다운 정신문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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