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평정리에서 흔텃골과 가나니고개와 관련되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흔텃골과 가나니고개 전설」은 『공주의 맥』(공주시·공주문화원, 1992)에 실려 있는데, 채록 및 수집상황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내용]

옛날에 공주시 정안면 평정리 1구의 정자나무 아래쪽 산 밑에 큰 부자가 살았다. 어느 날 부자가 한양을 다녀오더니 과거 준비를 접고 재화를 모으는 데에만 관심을 두었다. 하인들을 다그쳐 재화를 축적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수년 뒤 많은 돈을 모은 부자는 그때부터 풍류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전국의 풍류객이 모여들어 집안에 항상 손님이 가득하였다. 이로 인해 부자의 아내는 손님을 접대하느라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하루는 중이 찾아와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부자의 아내에게 시주를 청하였다. 그녀는 중을 잘 대접하고 한 바가지의 쌀을 내주었다. 그러고는 “스님, 어떻게 하면 내손에서 물기가 마를 수 있겠습니까? 방법을 가르쳐주세요”하며 사정하였다. 중은 몇 번이고 머리를 끄덕거리더니 “집 앞의 앞산 고개에 미끈하게 길을 내면 됩니다. 그러면 마님 손에서 물기가 마를 것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부자의 아내는 그 길로 사람을 사서 앞산 허리를 잘라 반듯한 길을 내었다. 찾아온 손님들이 길이 났다고 좋아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이 한 사람씩 집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이상한 일은 가족이 한 사람씩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것이었다. 집안에 우환이 자주 들자 하인들도 모두 도망쳤다. 몇 해 안 가서 모았던 재산이 모두 소진되고 부자 또한 죽게 되었다.

부자의 아내 역시 손님이 떠나고 재산이 소진되면서 전처럼 부엌에 자주 드나들 일이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부자가 살았던 일대를 흔텃골이라고 부른다. 옛날 집터가 있던 곳이라는 뜻이다. 또 부자의 아내가 만든 고갯길을 ‘가나니고개’라고 이름 붙였다. 이 가나니는 길을 내라고 알려준 중이 이름 붙인 것이라고 한다.

[모티프 분석]

「흔텃골과 가나니고개 전설」의 주요 모티프는 명당의 단맥이다. 풍수에서 명당은 지기가 모인 곳으로 본다. 전설 속의 부자는 명당에 터를 잡아 살았던 데서 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자신의 편함을 쫓기 위해 지기가 통하는 맥을 잘라버린 것이다. 산허리를 잘라 길을 내는 것이 지기의 맥을 자른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작품에 나타나는 재화의 소진과 죽음 등 일가의 몰락은 바로 이 단맥을 통한 명당 파손의 응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