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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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봉씨는 70년대 초 호시절에는 옆 가게를 인수해서 3개까지 운영했다. 처음에는 기름가게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고추를 추가했다. 그때 고추를 팔고 빻아주면서 벌었던 돈이 전대에서 흘러나올 정도였다. 한 달 벌이면 집을 한 채 살 정도였다. 손님은 넘쳐났고 장사는 잘 되었는데, 돈은 안 모아지고, 남는 것이 없었다.
고추를 시작한 후 일손이 딸려 종업원을 두게 되었는데, 종업원은 고향 아버지 부탁으로 들인 사람이었다. 고기 귀할 때 소고기국 끓이면 같이 나눠먹으면서 고기도 더 건져주었고, 휴가 간다면 휴가도 보내주었다. 그랬는데 종업원이 물건을 빼돌려 파는 일이 생겼다. 그렇게 팔아치운 물건이 돌아서 다시 봉씨에게 오기도 했다. 종업원을 잘못 둔 후유증이 심했다.
그런데다 봉씨는 마음이 후해서 덤을 마구 집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일 년 장부를 정리하고 나면 계산이 안 맞았다.
“덤을 줬어요 내가. 600그람 주고 그 다음에 덤 준다고 하면서 한 웅큼 더 줬어. 그러니 75그람이 까지는 거야. 손님이 오는 게 좋아가지고 무조건하고 손님이 끈다 싶어가 생각도 안하고 준 거야. 손님은 바글바글 거렸지. 이래 줘뿌고 줘뿌고 하니까 이게 나중에 1년 한 것이 적자가 완전히 나. 그런데 이상하게 물건은 일부 외상 가오고 일하다보니까 자꾸 외상값이 밀리고 그렇더라고. 그래가 나중에 한 번 허리가 휘어지면 이게 펴질 않아요.”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방산시장 같은 델 가가지고 미원 같은 걸 사가지고 왔어. 어떤 일이 있었냐면은 박정희 때 미원 500그람짜리를 400원에 사와서 500원 받아라 해요 공식가격이. 근데 보통 때 우리가 450원을 받아. 900원에 나와 가지고 천 원 받아라 카는 거야. 그러면 950원에 보통 팔아요. 6개월 동안 450원에 팔았어요. 450원. 그러니 안 되지요. 그러니 참 인자 생각하니 후회가 되지. 큰 후회가 되는 거에요 이게. 그러니 장사가 뭐에요.”
장사 셈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봉씨는 가게를 줄였다. 처음에 시작하던 크기 그대로 가게를 줄였다. 그 후로 봉씨의 장사는 빛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것이 벌써 28년 전의 일이다. 막내딸을 낳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