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남도 화순군에 있는 선사 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누정.

[개설]

본래 누정이란 누각 또는 누대와 정자를 합한 합성어로,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주거 공간이 아닌 마치 별장과 같은 곳으로의 공간을 말한다. 현재 화순군에 소재한 현존 누정은 총 80개소에 이른다. 그리고 현존하지는 않지만 존재했었다고 알려진 누정은 모두 106개소이다[1985년 전남 대학교 호남 문화 연구소 조사].

이 중 문화재와 화순군 향토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4개소만 간추려 그 기능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관정[공루] 중의 하나로 유흥 상경(遊興賞景)의 역할을 담당한 영벽정이 있다. 영벽정은 누대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를 갖춘 누정에는 장범루도 포함된다. 시문의 산실 역할을 담당한 누정으로는 양인용의 송석정과 홍경고의 침수정, 그리고 민주현의 임대정과 송정순의 물염정이 있다. 그리고 선인에 대한 추모의 역할을 담당한 누정으로는 최홍우의 고사정을 들 수 있다. 은거의 역할을 담당한 누정으로는 류함의 환산정과 김곤변의 영롱대, 정지준의 망미정, 조수겸의 부춘정이 있으며, 강학처의 기능을 수행한 누정으로는 양팽손의 학포당과 양재경의 한후정, 그리고 삼지재를 들 수 있다.

[누정]

누정은 형태에 따라 각, 당, 누, 정, 대, 정사, 재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각(閣)은 전(殿)에 모셔질 대상보다 한 급 아래의 존재들을 위한 건물을 지칭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집에는 그 호칭을 붙일 수 없다. 반면 당(堂)은 살아 있는 일반인들의 집으로, 주로 상류 계층의 집들을 호칭할 때 사용된다. 화순에서는 양팽손의 서재로 알려져 있는 학포당(學圃堂)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樓)는 2층으로 구성되어 아래층이 떠 있는 전망용 건물을 말한다. 장범루(張范樓)가 이에 화순의 대표적인 누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臺)는 주변보다 높게 기단을 쌓아 올린 곳에 앉힌 건물이거나 혹은 건물이 없어도 그렇게 만들어진 지형을 지칭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 위에 건물이 세워지는 것이 일반적인 까닭에 누각이 있어도 대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 화순에서는 남면에 위치한 영롱대(玲瓏臺)가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정(亭)은 사람들이 머물러 경치를 즐기며 쉴 수 있는 장소에 지은 건물로, 대개 1층으로 구성된 작은 건물들을 통칭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누정이 이에 속한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물염정(勿染亭), 임대정(臨對亭), 망미정(望美亭), 부춘정(富春亭)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 밖에도 정사(精舍)는 스승과 제자들이 모여 학문을 수학하고 탐구하는 공간을 말하며, 재(齋) 또한 정사와 비슷한 의미이기는 하나, 이곳은 먹고 잘 수 있는 살림집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화순군 도곡면에 위치한 삼지재(三芝齋)가 이러한 기능을 비교적 잘 보여 준다.

또한 누정은 그 기능과 성격에 따라 시문학의 산실, 강학의 전당, 원림의 중심, 은일 소요처, 선인 추모처, 유생들의 휴식처, 농경 휴식처, 향학 시행처, 문중 종회소, 고을의 양로정, 고을의 활터인 사정의 장소 등의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은일과 유흥상경은 거의 모든 누정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기본 성격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누정은 여기에 몇 가지 기능들이 덧붙어 경영되었다. 영벽정, 물염정, 망미정 등은 은일처이자 유흥 상경처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시문의 산실이자 아울러 후진에 대한 강학과 유생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교유의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누정은 보통 조망이 트인 높은 곳이나 천석이 수려한 물가 등 경관이 뛰어난 곳에 세워지기 마련이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고 즐기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이를 유흥상경(遊興想景)이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이와 같은 유흥상경을 위한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앞에서 언급한 기능들의 기저를 이루는 누정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