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301152 |
---|---|
한자 | 民俗 |
영어공식명칭 | Folklore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남도 해남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송기태 |
[정의]
전라남도 해남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민간의 생활양식과 문화.
[개설]
민속은 오랜 기간 민간에서 전승되어 온 생활양식과 문화로, 민간 계층의 주민들이 자연, 사회 등의 환경에 대응하여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일컫는다. 민간에서 전승되어 온 기층문화의 성격을 띠고 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하여 지속되어 왔다는 점에서 전통문화와 관련이 깊으며, 일정한 집단과 공간 내에서 공유되어 왔기 때문에 생활양식인 동시에 공통된 습속 또는 문화로서 존재한다. 민속은 생업을 비롯해 세시풍속, 일생 의례, 신앙, 놀이, 언어 등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되고 있다. 여기서는 전라남도 해남 지역의 민속과 관련하여 세시풍속, 평생 의례, 민간신앙, 민속놀이 등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해남의 세시풍속]
세시라는 말에서 세(歲)는 한 해를, 시(時)는 춘하추동 사계절을 뜻한다. 세시풍속이란 세사(歲事), 월령(月令), 시령(時令) 등으로도 불리는 말로서, 일 년 사계절의 순환을 따라 일정한 날에 수행되는 일련의 풍속 일반을 지칭한다. 해남 지역의 세시풍속은 주로 정초와 정월대보름에 집중되어 있다.
정초에 행하는 민속으로는 토정비결 보기, 허새비[허수아비]버리기, 액막이, 엄나무걸기, 부적붙이기, 삼재맥이[삼재막이], 소쩍새 울음으로 점치기, 장사꾼보기, 개펄훔치기, 샘물훔치기, 마당밟이, 입춘축붙이기 등이 있고, 특히 십이지(十二支)에 따라서는 쥐날 일하지 않기·저녁밥 일찍 먹고 불 켜지 않기, 소날 연장 다루지 않기, 말날 장담그기, 닭날 여자출입금기, 호랑이날은 귀신날, 뱀날 뱀입춘붙이기·진대끗기·일하지 않기·물 긷지 않기, 용날 물 긷지 않기 등을 행한다.
정월대보름에는 더위팔기, 샘물대기, 유지지[낫가릿대: 풍년을 빌고자 긴 소나무를 뜰에 꽂아 낟가리처럼 만든 것]세우기, 큰불피우기, 보름밥훔쳐먹기, 아홉 번 행동하기, 소밥주기, 노두놓기, 불넘기, 달점치기, 밤새기, 당산제, 풍어제, 디딜방아 액막이, 논밭둑태우기, 차례, 공들이기, 귀밝이술마시기, 부럼깨기, 무와 노적[김밥] 먹기, 텃밥주기, 까치밥주기, 댓불피우기[불놓기], 제웅[허새비, 허수아비]버리기, 다리밟기, 물 주지 않기, 개보름쇠기, 과일나무시집보내기, 보리뿌리점치기, 날씨점치기, 뱀쫓기, 액연날리기, 징굿 등을 한다.
[해남의 민간신앙]
민간신앙은 전승되는 공간과 주체, 성격에 따라 마을공동체 신앙, 가신신앙, 무속신앙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 외에도 개인의 신앙적 필요에 따른 주술과 점복 등이 있다.
해남 지역에서 전하여 오는 마을 단위 신앙으로는 산신과 당할머니를 마을신으로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고, 마을에 따라 짐대[솟대]·벅수[장승]·미륵 등을 의례 대상으로 하거나, 추가적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는 곳도 있다. 또 해안에 접한 어촌 마을은 무주고혼을 위령하는 거리제·헌식제 등이 발달하였고, ‘물아래 김서방’으로 불리는 도깨비나 용왕 등에게 바다 제사를 지내는 곳도 있다.
가정에서는 조상을 모시는 곳이 일반적이고, 일부 가정에서 성주·제석·지앙[삼신]·조왕·칠성·영등·측신·터주 등을 모시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조상의 경우 조상단지 등의 형태는 없으나 기일에 맞춰 제사을 지낸다. 성주·제석·조왕 등은 동우[동이]나 종지, 그릇에 곡식이나 정화수를 넣어 신체로 삼으며, 나머지 신앙은 일시적으로 모셔지거나 신체가 없는 것도 있다.
무속신앙은 ‘당골’이라 불리는 전문 무속인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과거에는 네다섯 개 정도의 마을을 관할하는 당골판이 있어 당골이 출산·결혼·장례 등의 평생 의례를 주관하거나, 질병을 치유하는 치병 의례, 정초 가정의 세시 의례 등에 초대되어 의례를 베풀었으나, 20세기 초·중반 이후 당골판이 해체되면서 현재는 극소수의 무속인만 남아 해남 씻김굿을 주된 의례로 전승하고 있다.
[해남의 평생 의례]
평생 의례는 사람의 일생에서 중요한 시기마다 특별한 의례를 행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일생에서 중요시되는 시기는 출생, 혼례, 상·장례에 해당한다.
해남 지역에서는 출산 후 태를 묻고,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에는 “젖 타 온다.”라고 하여 우물이나 샘에서 물을 떠 와 지앙[삼신]에게 빌었다. 태를 묻거나 젖을 타 올 때에는 타인에게 들키면 좋지 않다고 해서 이른 새벽에 몰래 다녀오기도 하였다.
전통적인 혼례의 풍습은 1960년대까지 전승되었다. 혼담을 통해 혼인이 정해지면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사성[사주단자]을 보내고, 신부집에서는 이를 가지고 혼인날을 택하였다. 신랑집에서는 본격적으로 혼인 준비에 들어가기에 앞서 혼새[혼수]를 신부집으로 보내는데, 신부집에서는 이 혼새에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더해 혼수품을 마련하였다. 혼인 당일에는 신랑집과 신부집에서 각각 조상에게 혼인을 고하는데, 집안에 따라 단골[무당]을 불러 ‘그늘손’이라는 비손을 하기도 하였다. 혼인을 마치면 신랑과 신부는 함께 신랑집으로 신행을 오고, 3일째 되는 날 다시 신부집으로 재행을 다녀온다. 재행을 다녀오면 비로소 모든 혼인 과정이 끝난 것으로 보고 부부로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상례와 관련하여 해남 지역에서는 안방을 중시하였다. 안방을 집 안에서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인지하고, 안방이 아닌 곳에서 죽을 경우 ‘객사’로 인식하였다. 그리고 망자가 운명하기 직전에는 다양한 예지적 현상이 발견된다고 한다. 혼불[사람이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는 영혼의 바탕을 일컫는 전라도 방언]의 모양을 보아 망자의 성별을 추측했고, 혼불이 나가는 거리를 보아 초상이 얼마 후에 날지를 예측하였다. 상·장례를 행하는 기간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3일장으로 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집안이 부유하거나 가족들이 상·장례에 참여하는 데에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경우에는 5일장을 행했다. 더불어 2일장을 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부득이하게 망인이 음력으로 그달 29일에 숨을 거뒀을 때 해당하며, 망인의 장례를 새달까지 넘겨서 행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해남의 민속놀이]
해남 지역에서 전승되는 민간의 놀이와 예능으로는 ‘군고’라 불리는 풍물이 특징적이며, 마을 단위에서 고을 단위로 이어지는 줄다리기의 전승도 활발하다. 또한 여성의 놀이로 강강술래가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어 있다.
군고는 해남을 중심으로 한 서남해안 지역 풍물에서 나타나는 군사적 성격을 강조한 명칭이다. 특히 해남의 경우,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일본군을 물리친 것으로 알려진 서산대사의 진법군고를 유래로 삼고 있다. 군고의 연행과 관련하여 절 걸립의 방식을 기록한 대흥사의 『설나규식(設儺規式)』이 전하고, 군사적 내용을 강조한 『군고청령급진법(軍鼓聽令及陣法)』, 『농악대 상식서』 등의 문서가 전한다. 현재 해남군고보존회가 결성되어 군고의 보존과 전승에 힘쓰고 있다.
줄다리기와 관련해 해남군 북평면에서는 지역 단위의 고을 줄다리기가 전승되었고, 문내면의 경우 줄다리기에서 발전한 고싸움 형식의 전라우수영 용잽이놀이가 전승되고 있다. 전라우수영 용잽이놀이는 본래 정월대보름에 우수영의 여러 마을 사람들이 함께 행하던 것으로, 용싸움, 깃발싸움, 욕싸움, 용줄태우기 등으로 구성된 축제적 놀이였다. 현재는 우수영의 지역민들이 보존회를 결성하여 매년 축제 때마다 시연 행사를 벌이고 있다.
강강술래는 음력 8월 한가위에 여성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민속놀이다. 한가위에 진행하기 때문에 추수감사제의 성격을 띠면서도, 임진왜란이나 이순신 장군과 관련하여 유래가 전하고 사설에도 임진왜란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점에서 특징이 있다. 이는 곧 임진왜란 때 바다를 지켜 국가를 수호했던 지역민의 자긍심이 노래에 담겨 있는 것으로, ‘임진왜란 전승 기념곡’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강강술래의 놀이 방식은 여성들이 손을 잡고 원진을 비롯한 다양한 진풀이를 하며 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형태다. 놀이는 늦은강강술래-중강강술래-잦은강강술래-남생아놀아라-고사리꺾자-청어엮기-기와밟기-덕석몰이-쥔쥐새끼놀이-문지기놀이-가마등-도굿대당기기 등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