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700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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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言語 |
영어공식명칭 | Languag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강원도 삼척시 |
집필자 | 최도식 |
[정의]
강원도 삼척 지역 언어의 체계와 특성.
[개설]
강원도 삼척시는 영동 지역에 속한다. 영동 지역의 방언에 속하면서도 삼척 지역만의 독특한 사투리가 존재한다.
[삼척의 언어]
언어는 자연 조건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특히 강이나 산을 사이에 두고 있을 때 두 지역의 말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서 태백산맥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 지역의 말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국이나 찌개에 넣어 먹으려고 무잎을 새끼에 엮어 말린 것’을 영서 지역에서는 표준어와 마찬가지로 ‘시래기’ 또는 ‘씨래기’라고 하지만 영동 지역에서는 ‘건추’라고 한다.
삼척은 지리 위치로 영동 지방에 속한다. 그런데 영동 지방 말에서 영동 북부 지역과 영동 남부 지역의 말 또한 서로 다르다. 삼척은 영동 남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영동 북부 지역 및 강릉과 일부 비슷한 말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면 또한 적지 않다. 대체로 영동 남부 지역에서는 같은 또래나 아랫사람에게 물을 때 종결어미로 ‘-나?’를 쓴다. 예를 들면 ‘니, 어대 아푸나?’라고 한다. 그런데 영동 북부 및 강릉 지역 일부에서는 ‘아푸나?’ 대신 끝을 올려 ‘아푸니?’를 쓴다는 점에서 삼척 지역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러한 차이를 볼 때 강릉 지역과 삼척 지역 사이에서 남부방언군[삼척]과 북부방언군[강릉 및 영동 북부]의 등어지대(等語地帶)를 설정할 수 있다.
[삼척 지역 사투리의 특성]
삼척 지역 사투리[방언(方言)]의 특성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음성이 거칠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예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삼척은 해안선에 접하고 있어 어촌이 많고, 바다를 상대로 생활하고 있다. 거센 파도소리의 영향을 받아서 어른이나 아이나 해변 사람들의 음성은 대체로 거칠고 크게 나타난다. 이들 어촌 사람은 늘 바다와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바다는 그들에게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매일 바다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고, 그들의 목숨줄도 오직 바다에 맡겨져 있다 보니 바다에서 조난되었을 때 살아나기 위하여 더욱더 적극성을 띠는 것이 그들의 평소 언어 생활에도 연장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이 나라의 보고(寶庫)라 일컫는 태백산맥에는 많은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지하자원 개발이 활발해지자 광산지대가 발달하고, 이에 따라 많은 노동자가 각처에서 몰려듦으로써 인구가 급증하게 되었다. 이들 광산 노동자는 기계소리와 갱 내의 여러 잡음 때문에 큰소리로 말하지 않고는 상대방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큰소리를 지르게 되었으며, 이것이 가정에 돌아와서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아이들까지도 거칠고 높은 음성을 내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보통의 일상 대화도 타 지역 사람들이 들을 때는 싸우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특히 삼척 지역은 평야가 적어서 농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원주민 수도 적다. 농산물은 적고 자급자족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는 형편이다. 물가도 비싼 편에 속하지만 어촌과 광산촌이 계속 발달하면서 전국 각처에서 노동자들이 몰려들면서 원주민 분포는 겨우 절반을 차지할 정도이다. 게다가 6·25 전쟁으로 월남한 피란민이 많아서 이 고장 언어는 각 지역 말씨가 뒤섞인, 어느 지역 말인지도 알 수 없는 말이 많다. 여러 말 가운데에서도 지식 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의 저속한 비속어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아이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평상어로 사용하는 등 언어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음운은 고어에 사용되던 아래아[·], 반잇소리[반치음(△)] 등이 변하여 현재 삼척 지역 사투리에 여전히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하늘’을 ‘하눌’ 또는 ‘하날’, ‘가을’을 ‘가실’, ‘가위’를 ‘까깨’ 따위로 쓰는 것이다. 음운 사이에는 비읍(ㅂ) 음이 나타나는 소리가 있고 음운 사이에 지금의 이응(ㅇ)인 옛이응(ㆁ) 음이 나타나는 현상, 경음화 현상 등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벙어리〉버버리, 또아리〉또바리’, ‘노루〉놀겡이’, ‘가시〉까시, 도깨비〉또깨비, 두꺼비〉뚜꺼비, 고추〉꼬치, 개구리〉깨구리, 상놈〉쌍놈’ 등이다. 이 밖에도 후설모음이 전설모음으로 바뀌는 움라우트 현상과 전설모음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문법 측면에는 많은 문제가 발견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어간의 합성이 일어난다. 삼척 지역 사투리에서는 동사 어간의 합성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일으켜 세우다’를 ‘인나쿠다’, ‘일어나라’를 ‘일나라’, ‘들어앉다’를 ‘들앉다’ 등이다. 곡용(曲用) 사례도 자주 나타난다. 곡용이란 명사류에 조사가 결합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값’이라는 단어가 ‘값, 값도, 값만’으로 곡용될 때 실제로는 ‘갑시, 갑도, 감만’으로 발음된다. 삼척 지역 사투리에는 삼척 지역만의 특수한 형태가 존재한다. 즉 다른 지역에는 없는 순수한 삼척 지역만의 사투리가 있다. 재탈밑(겨드랑이), 진공이(드디어), 때끼지(수수), 뺌짱우(질경이), 찔꽁이(지렁이), 꼬약쥐(생쥐), 꽤(자두), 싱검(멍), 맨자지(흰쌀밥), 때끼노치(수수부꾸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 외 삼척 지역의 언어 특징]
삼척 지역 언어에서는 된소리화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까재미(가자미), 삐우다(비우다), 껀들껀들(건들건들), 알캥이(알갱이) 등이 있다. 체언과 조사, 또는 어간과 어미가 연철되거나 축약되어 발음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나놔(나누어), 졸재(졸지에), 정재(정지에, 부억에), 갈게(가을에) 등이다. 낱말 자체를 분해(分解)하여 발음하는 현상도 있다. 달그(닭), 달기(닭), 칠기(칡), 배미(뱀), 터리(털), 사바리(사발), 때까리(때깔), 비지(빚), 얼구리(얼굴), 버지미(버짐), 끄나푸리(끄나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탈락 또는 생략 현상도 있다. 모음 ‘ㅣ’ 탈락의 사례는 더우(더위), 행우(행위), 사우(사위), 바우(바위), 우(위), 호계(회계) 등이다. 조사의 경우 종성인 자음 받침이 탈락한 사례는 ‘-으’(-을), ‘-르’(-를) 등이다. 첨가(添加) 현상에서 모음 ‘ㅣ’ 첨가 사례는 장개(장가), 괴비(고비), 괴기(고기), 가와(가오), 하와(하오) 등이다. 자음 받침 첨가 사례로는 분추(부추), 빈추다(비추다), 곤치다(고치다), 몽조리(모조리) 등을 들 수 있다. 자음 ‘ㄱ’ 첨가의 사례로는 씻그다(씻다), 엮그다(엮다) 등이 있다. 그 외 첨가 사례로 딸아(딸), 소리기(소리), 꼬리기(꼬리), 뿌리기(뿌리), 시급다(시다) 등이 있다. 한자어투 표현의 예를 들면 분술(分述)하면(부연하면), 한유(閒遊)하게 등이 있다. 표준어보다 표현이 더 정확하거나 표현이 발전된 말의 예로는 솥이끼(누룽지), 불사기(불쏘시개), 자래곶감[자라같이 생긴 곶감] 등이다. 두음에 ‘ㅎ’ 대신 ‘ㅅ’으로 발음하는 현상의 예로는 숭(흉), 성제(형제), 성수(형수) 등이 있다. 말음(末音)인 어미에 ‘ㄴ’으로 발음하기보다 ‘ㅇ’으로 발음하는 현상의 예로는 하이(하니), 가이(가니), 오이(오니), 주이(주니), 가더이(가더니) 등이 있다. 억양에 따라 의문형, 평서형, 명령형, 청유형으로도 나타나는 현상의 예로는 하와(하세요, 하나요?, 합니다), 했소(하였습니다, 하였습니까?) 등이 있다. 모음 ‘ㅕ’를 ‘ㅣ’ 또는 ‘ㅔ’로 발음하거나 ‘ㅔ’를 ‘ㅣ’로 발음하는 현상의 예로는 하미(하며), 놀미(놀며), 지사(제사), 멘도(면도), 멩태(명태), 미기다(먹이다) 등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구개음화 현상의 예로는 질(길), 저우(겨우), 저황(경황), 제(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