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201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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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경상북도 의성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은정 |
성격 | 세시 풍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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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경상북도 의성 지역에서 한 해를 단위로 일정한 시기에 행해지는 반복적인 의례.
[개설]
세시 풍속(歲時風俗) 은 일 년을 단위로 자연의 변화, 생산 활동, 각종 의례와 놀이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양식을 말한다. 즉 ‘매년 일정 시기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승적 생활 행위이다. 이는 한 사회의 표준적 행동 양식의 한 계열’로서, ‘상징의 상호 작용에 바탕을 둔 정감적·경험의 주기’라 할 수 있다. 즉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같은 시기에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민간 신앙·민속놀이·구비 전승·의식주 등 전통 문화가 두루 포함된 복합적인 문화 현상이다.
세시 풍속 은 생활의 단락을 구분해주는 절기에 따른 의례적 행위임과 동시에 전통적인 사회가 농업력(農業曆)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농경 세시로도 볼 수 있다. 농경 중심 사회에서 우리나라 세시는 농경 세시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지역의 생업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일 년 열두 달의 세시 풍속은 농사의 시기, 풍요에 대한 예측, 풍요 기원 의식, 수확에 대한 감사 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따라서 축원의 세시, 생장의 세시, 수확의 세시 등이 이어지는 농경 세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설, 정월 대보름, 단오, 백중, 추석 등 우리나라 주요 세시 명절은 이런 농경 세시적 성격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성 지역에서 이루어진 세시 풍속도 농경 세시로서의 성격이 강했지만, 생활 방식의 패러다임이 전통 사회에 비해서 산업화·과학화·표준화되면서부터 점차 농업에 대한 기원과 축원의 의미는 약화되었다. 이것은 비단 세시 풍속뿐만 아니라 모든 민속적이고 문화적인 현상이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 따라 적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봄철(음력 1~3월)의 세시 풍속]
1. 설날
설날 은 한 해의 첫날로, 묵은해를 보내고 좋은 새해를 맞이하라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이루어진다. 집안의 조상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의미로 지내는 ‘차례(茶禮)’에는 떡국과 탕, 과일, 술, 포, 식혜 등의 음식을 차린다. 차례를 지내는 조상의 범위는 돌아가신 아버지 내외와 할아버지 내외, 증조할아버지 내외, 고조할아버지 내외의 4대조까지이다. 차례가 끝나면 차례 상에 올렸던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데 이것을 ‘음복(飮福)’이라 한다. 조상신이 드셨던 음식을 받아먹음으로써 그 덕을 물려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차례’가 돌아가신 분들에게 올리는 예(禮)라면 ‘세배’는 살아 있는 어른들에게 공경의 마음을 표하는 예이다. 한편,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답례로 건강을 빌어주거나 소원 성취하라는 등 좋은 말을 해주는데 이것을 ‘덕담(德談)’이라고 한다. 경상북도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에서는 설날이 되면 몸단장을 하고 부모님께 세배를 올린다. 만약에 시조부모님이 살아계시면 먼저 문밖에서 인사를 한 후 세배를 올리고 형제들끼리도 주고받는다.
세배를 한 후에는 차례 지낼 준비를 하는데, 차례에 앞서 세배를 먼저 하는 까닭은 죽은 조상보다 살아있는 조상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촌리에서는 떡국 제사를 지내는데, 예전에 떡을 지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밥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 밭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쌀이 없어 떡국조차도 좁쌀을 빻아 ‘좁쌀 떡국’을 해먹기도 했다고 한다. 집집마다 차례를 드리고 나면 초이틀쯤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마을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는데, 이때는 보통 남자들만 다녔다고 한다. 여자들은 정초부터 돌아다니면 재수 없다고 하여 돌아다니지 않는 대신 집에 어른이 계시면 세배하러 오는 손님들 접대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2. 정초 12지일
정초(正初)는 정월의 시초라는 말로,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정초 12지일은 설날부터 12일 동안 각 일진(日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정월 초하루뿐 아니라 처음 맞는 12간지에 따라 적절한 행동의 규칙과 그것에 따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간지(干支)의 동물에 따라 몸에 털이 있으면 유모일(有毛日), 몸에 털이 없으면 무모일(無毛日)로 나누었다. 12간지 중에서 쥐·소·호랑이·토끼·말·양·원숭이·닭·개·돼지날은 유모일이며, 용날과 뱀날은 무모일에 해당한다. 설날이 유모일이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지고 있다.
3. 정월 대보름
음력 1월 15일인 정월 대보름은 일 년 가운데 가장 많은 의례와 놀이가 집중된 날이기 때문에 세시적인 의미가 많이 부여된 중요한 날이라고 볼 수 있다. 정월 초하루인 설날은 혈연 중심적인 명절인데 비해 정월 대보름은 보다 지연 공동체적인 성격을 지닌 명절이다. 의성군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콩 볶기, 용물뜨기, 불 밝히기, 복조리 걸기, 부럼 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소 밥 주기, 찰밥 해먹기, 지신밟기, 윷놀이, 달맞이, 달 점치기 등이 이루어졌다.
4. 머슴 날
음력 2월 초하루는 겨울 동안 쉬었던 머슴들에게 일 년 농사를 부탁하고 위로하는 뜻에서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하여 하루를 즐기도록 한 머슴들의 명절이다. 일꾼들이 쉬었던 몸을 풀고 다시 농사를 짓기 위해 준비하는 날로, 농부들과 관련된 다양한 풍속이 전해온다. 의성군에서는 ‘머슴 날’, ‘하루 걸이’, ‘머슴 우는 날’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의성군 단촌면 세촌 2리 가늠골에서는 음력 2월 초하루를 머슴들이 하루 동안 노는 날이라고 한다. ‘이월 초하루에 하루 걸이 걸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루 동안 논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5. 영등할머니 모시기
영등 할머니는 바람의 신인데, 평소에는 인간의 삶에 관여하지 않다가 일 년에 한 번 이월 초하룻날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지상으로 내려올 때 딸이나 며느리를 데리고 온다. 만약 이날 바람이 불면 딸, 비가 오면 며느리를 데리고 온 것이라고 여긴다. 딸을 데리고 올 때는 바람을 일으켜 함께 오는 딸의 치마가 팔랑거려 예쁘게 보이도록 하고, 며느리와 함께 올 때는 비를 내려 그 치마가 얼룩져 밉게 보이도록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촌리에서는 음력 2월 1일에 영등 할머니가 내려온다고 하여 물을 떠다 놓고 소원을 빈다. 가정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 초하룻날부터 초열흘까지 정화수를 반(盤)에 올린 후 마당에 떠놓고 빈다고 한다. 정화수는 매일 아침마다 갈아주는데 영등 할머니를 잘 모시는 가정에서는 초하룻날에 떡을 마련하여 소원을 빌고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여름철(음력 4~6월)의 세시 풍속]
1. 단오
단오 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곧 다섯과 뜻이 통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말한다. 단오는 일 년 가운데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로 여겨왔다. 큰 명절인 만큼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즐겼는데, 마을에서는 단오 전에 청년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추렴하여 그네를 만들었고, 단오가 되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운 옷을 입고 그네를 뛰었다. 장정들은 넓은 마당에서 씨름을 하여 승부를 내기도 하였다.
세촌 2리 가늠골에서는 단오가 되면 그네 뛰기, 그네 줄로 점치기, 연사 찍기, 쑥떡 해먹기를 하였다고 한다. 의성군 사곡면 공정리의 쑥은 5월에 상당히 억센 것으로 유명한데 단오에 여자들이 산에서 취나물을 뜯어와 삶아서 빻고 쑥과 섞어서 쑥떡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2. 복달임
삼복(三伏)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있는 절기이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가 지난 다음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立秋) 후 첫 경일을 말복(末伏)이라고 하는데, 이를 삼경일(三庚日) 또는 삼복(三伏)이라 한다. 이 시기는 날씨가 가장 무더운 때로 이 시기의 더위를 가리켜 ‘삼복더위’라 부르기도 한다.
의성군 점촌면 사곡리에서는 초복이 되면 마을 주민들이 함께 개를 잡아먹는다. 이는 주민들의 몸보신을 위한 행위인데 삼계탕을 먹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날만큼은 개고기를 꺼려하는 여성들도 마을 행사이기 때문에, 약으로 생각하며 개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가을철(음력 7~9월)의 세시 풍속]
1. 풋구
풋구 [호미씻이]는 음력 7월 20일경 들판의 잡초[草]를 제거한 다음에 하는 굿[宴]이란 뜻을 가진 것으로 짐작되는데, 한자로 옮기면 곧 초연(草宴)이 된다. 이 말은 주로 영남 지방 그것도 경상북도에서 흔히 사용되는데, 이 둘은 ‘풋구 먹는다’, ‘풋구 먹이 한다’, ‘풀굿 먹이 한다’, ‘초연 먹는다’와 같이 사용된다.
의성군 사곡면 공정 3리 용소 마을에서는 풋구를 ‘호미씻이’, ‘휘초’라고 부른다. 논 매기가 끝나면 논을 관리하면서 벼가 잘 익기를 기다리는데 이때부터 농사 일이 수월해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음력 7월 중순에 그동안 애썼다는 의미에서 한바탕 크게 노는데 용소 마을에서는 ‘휘초’, ‘회초’, ‘휘초 논다’고 한다.
2. 추석
추석 은 음력 8월 15일을 일컫는데,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면서 8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연중 으뜸 명절이다. 추석 무렵은 좋은 계절이어서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5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하여 땀을 흘리면서 등거리가 마를 날이 없지만, 8월은 한 해 농사가 다 마무리된 때여서 봄철 농사일보다 힘을 덜 들이고 일을 해도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사촌리에서는 추석에 햇곡식을 수확하여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며, 벌초는 보통 8월 초하룻날부터 8월 말까지 이루어지는 편이다. 추석이나 중구 때에는 추수를 하느라고 바쁜 시기이기 때문에 별다른 놀이는 행하지 않는다. 추석의 절식은 단연 송편인데 옛말에 ‘추석에는 개도 송편이 세 개다’라는 말이 있듯이 추석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사촌리에서는 송편에다가 콩, 팥, 콩고물 같은 것을 소로 넣어 만드는데, 가정에 따라서는 송편과 함께 기지떡을 만들기도 한다.
3. 중구 제사
사촌리에서는 중양절인 음력 9월 9일이 되면 추석에 지내지 않은 차례를 미루어 지내는데 이것을 구일 차례 혹은 중구 차례라고 일컫는다. 추석 때가 되어도 햇곡식을 수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중구에 조상의 산소에 성묘하러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겨울철(음력 10~12월)의 세시 풍속]
1. 동지
양력으로 동지(冬至)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가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 태양력으로 세시 풍속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하였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 하는 것이다.
사촌리에서는 동지에 팥죽을 끓여 먹는데, 팥죽이 끓기 시작하면 한 국자 퍼내어 집안 곳곳에 뿌린다. 팥의 붉은 색깔이 귀신을 물리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팥죽을 끓일 때는 새알을 나이 수대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초열흘 안에 동지가 드는 애동지 때에는 팥죽을 끓이지 않고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끓여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