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30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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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New Year's Day |
이칭/별칭 | 정월 초하루,설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남도 해남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종오 |
[정의]
전라남도 해남 지역에서 매년 음력 1월 1일에 행하는 풍속.
[개설]
전라남도 해남에서 설날은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정월 초하루’ 또는 ‘설’ 등으로 부른다. 설날은 한 해의 출발일이기 때문에, 목욕재계를 하고 집 안 청소를 하는 등 정결하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설날에는 조상에게 차례상을 차리고, 마을 어른들에게 세배를 다니며, 조상의 묘를 참배한다. 이는 새로운 한 해를 무사히 잘 보내기를 소망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원 및 변천]
설날이 언제부터 명절이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7세기 중국의 역사서인 『수서(隋書)』와 『구당서(舊唐書)』에 신라와 관련하여 “매년 정월 원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라는 기록이 있어 설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설 명절이 역법 체계에 따른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신라 이전부터 설날을 명절로 삼았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1896년 을미개혁 때 태양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설 명절은 신정과 구정으로 나뉘었다. 1985년에 음력설이 ‘민속의날’로 지정되었다가, 1989년에 명칭을 ‘설날’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설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명실상부한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 되었다.
해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농경과 어로를 행하는 곳이어서 제례나 풍속이 음력에 따라 행해진 예가 일반적이다. 지금도 해남 지역에서는 음력설을 추석과 함께 가장 큰 명절로 여기고 있다.
[풍속]
해남 지역에서는 설날을 쇠고자 목욕재계로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고, 집 안 곳곳을 대청소하여 청결하게 한다. 객지에 나간 가족들은 이날 가족, 친지와 함께하고자 귀향하여 각종 음식 등을 함께 장만한다. 해남 지역에서 행했던 설날 풍속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차례상 차리기
해남 지역에서는 설날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조상에게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다.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은 제사상을 차리는 방법과 큰 차이는 없으나 메밥 대신에 떡국을 차린다. 떡국은 설날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과거에는 떡국에 사용하는 가래떡을 집에서 직접 만들었는데, 요즘은 방앗간이나 시장 등지에서 만들어 파는 것을 사서 사용한다. 떡국에는 쇠고기나 석화[굴] 등을 넣고 끓인다. 설 명절을 보내려면 여러 가지 반찬을 준비해야 하는데, 가정 형편에 따라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 나물류, 과일류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술은 집안에서 만든 것을 사용하는데, 청주는 차례를 모실 때 사용하고 막걸리는 세배 오는 사람들에게 대접한다. 요즘은 술도 가게에서 사서 쓴다. 그 밖에 시루떡, 안절미, 쑥떡 등을 만들어 조청이나 꿀 등에 찍어 먹었고, 약과, 산자, 식혜 등을 만들기도 한다.
해남 지역에서 차례상은 보통 설날 아침 일찍 차리지만, 송지면 통호리 중대마을처럼 섣달그믐날 저녁에 상을 차려 놓는 곳도 있다. 차례상을 차릴 때는 성주상도 함께 차리는데, 술, 떡, 반찬 등과 함께 떡국을 올린다. 송지면 통호리 중대마을에서는 배[船]가 있는 집의 경우 배 안에 상을 차려 놓기도 한다.
○ 설빔
설이 다가오면 대개 식구들의 옷을 새로 장만한다. 새해 아침 새것으로 갈아입는 옷을 설빔이라 한다. 아이들은 때때옷으로 갈아입고, 어른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으나, 지금은 양복을 많이 입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해도 여성들은 설빔으로 입을 옷을 손수 만들려고 옷감을 사다가 밤을 지새우며 만들었다. 가정이 넉넉한 집에선 식구 모두가 새옷으로 단장했지만, 생활이 어려운 집에선 모두 옷을 해 입지는 못하고 양말 등으로 대신하기도 하였다. 요즘은 만들어진 기성복을 사서 입힌다.
○ 세배
설날 차례를 마치면 자식들은 부모 등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며 한 해의 무사안녕과 건강을 비는 덕담을 한다. 세배는 집안 항렬(行列)이 높거나 연배가 높은 순서로 어른이 있는 집으로 찾아뵙고 행한다. 세배나 성묘는 정월 초하루부터 초삼일까지 행한다. 마산면 외호리처럼 섣달그믐날 마을 어른들을 마을 회관에 모시고 합동 세배를 드리는 경우도 있다. 세배꾼들에게는 집에서 만든 떡과 술을 대접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돈을 주기도 하는데 이를 세뱃돈 또는 복돈이라고 한다.
○ 성묘
설날 아침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 살피고 인사를 드리는 데, 이를 성묘라고 한다. 성묘를 하는 것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는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가장 웃대의 조상묘부터 차례로 성묘를 하며 성묘를 마치면 차려 놓은 음식을 산소 주변에 뿌려 주고, 일부는 성묘를 간 일행들이 나누어 먹는다.
○ 정초 휴가와 근친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쉬기 때문에, 데리고 있던 일꾼들에게 장만한 음식 일부를 싸서 주고 각자의 집으로 가서 쉬게 하였다. 며느리들도 친정으로 보내 쉬게 하였는데 이것을 근친이라 한다. 일꾼들은 정월대보름 이후까지 휴가를 주었고, 며느리들은 정월 초사흘 이후에 친정에 다녀올 기회를 주었다.
○ 복조리걸기
섣달그믐날 자정이 넘으면 조리 장수가 대나무로 만든 조리를 팔러 다녔다. 정월에 파는 조리를 특별히 ‘복조리’라 부른다. 이 복조리는 일 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사는데, 남보다 먼저 사야 좋다고 한다. 이날 산 복조리를 안방 방문 위에 걸어 놓는 곳도 있다.
○ 개팔기
송지면 통호리의 경우 설날이나 그다음날 바닷가에 가서 제일 부유한 집 사람이나 다른 마을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000야, 개 사라!”라고 외친다. 이는 나의 나쁜 것을 모두 다른 이에게 팔아 버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 조왕주발 물갈기
현산면 고현리의 경우에는 설날 조왕주발[부엌신인 조왕에게 바치고자 정화수를 받아 놓은 흰 사발]의 물을 갈아 준다. 조왕주발의 물은 평달 초사흗날과 초이렛날 등 손 없는 날에 갈거나 집안에 일이 생기면 갈아 준다. 설날에도 물을 바꿔 준다.
○ 마을 제사
문내면 서상마을은 정월 초하룻날 밤에 마을 앞산 중간에 임시 제단을 설치하고 산신제를 모신다. 제관은 마을 회의에서 생기복덕[길일]을 따져 두 명을 선출하고, 제사 비용은 마을 공동 기금을 사용한다. 제사 물품은 이장이 구매하고, 제관이 장만한다. 제를 모시고 난 이튿날에는 대동계를 치르는데, 산신제에 차렸던 음식을 나눠 먹는다.
○ 놀이
세배나 성묘가 끝나면 어른들은 윷놀이 등을 하고, 아이들은 연날리기 등을 하면서 즐겁게 보낸다. 또한 마당밟이를 하여 집집마다 액을 막고 풍요를 기원한다. 산이면 대진리는 정월 초이튿날부터 초사흗날까지 마당밟이를 행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설날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첫 날이기 때문에 정결히 보내도록 노력한다. 특히 조상에게 상을 차려 고마움을 표하고, 마을 어른들에게 세배를 다니며 한 해의 무탈을 기원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한 해 동안 건강하고 안녕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