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입구에는 ‘갑사로 가는 길’ 이라 쓰여진 커다란 아치가 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식당가가 ‘ㅁ’자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 입구 우측에 바로 수정식당이 있다. 수정식당은 공주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꽤 알려져 있고, 계룡산을 안내하는 책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수정식당을 경영하는 김태순씨는 여자의 몸으로 쉽지 않은 식당경영을 20여년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어 유명하다. 김태순씨는 남편 여인국씨와 결혼하면서 공주와 인연을 맺었다. 시아버지가 갑사 사찰과 관련이 있으셨던 분이라 갑사 입구에 오게 되었고 식당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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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입구의 상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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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식당 김태순 씨

수정식당에 들어서면 감탄을 할 만한 모습이 펼쳐진다. 넓은 식당 벽 전체에 서화 액자가 빼곡하게 걸려있는데, 시와 그림, 사진, 글 등은 구경하는 사람까지 즐겁게 한다. 이것은 수정식당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남긴 흔적인데,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가 있는가 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있고, 솜씨가 뛰어난 사군자와 함께 서투르게 붓질을 한 해학적인 그림도 있다.

식사하러 왔다가 이런 작품을 남기기도 쉽지 않거니와 무엇보다도 손님들에게 청하여 작품을 받고 또 일일이 액자를 만들어 끼워 넣고, 사진을 촬영해 현상하여 딱 맞는 자리에 붙이는 것은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가. 오랜기간 정성을 들인 흔적은 이제 수정식당의 자랑이자 상징이 되었다. 우연히 방문하였다가 액자 가득한 벽에서 아는 사람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식당에서는 이것을 그저 방명록이라 부르고 있다. 수정식당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수정의 발자취’ 라는 코너에서 이 작품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한 등산잡지에서는 수정식당을 소개하며 1년 내내 서화전이 열리는 예술공간이라 칭하고 이 작품들을 보면 한국 현대문화사의 한단면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표현하기까지 하였다. 역시 수정식당 성공의 비결은 바로 이 수많은 액자와 그것을 만든 정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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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식당 벽에 걸린 액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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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식당 홈페이지

식당이 문을 열은 것은 1985년 3월 1일이었으니 이제 장사를 시작한지도 20년이 넘었다. 식당 운영을 하면서 ‘수정산장’을 열어 민박 운영도 겸하였다. 솔아티 민박촌의 한식주택들보다 훨씬 큰 규모인 3층 건물로 지어 몇 년전까지도 단체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식당이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996년 충청남도 개도 100주년 기념 팔도음식축제에 대표로 선발되면서 부터였는데, 녹두빈대떡, 산채비빔밥, 표고버섯따로국밥, 도토리묵, 산더덕구이를 출품하였다. 그 일을 계기로 충남의 대표적인 식당으로 소문나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었다. 주 메뉴는 역시 계룡산의 싱싱한 산나물로 만든 한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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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식당 정식 상차림

지금은 활동반경을 더욱 넓혔다. ‘전국산촌미락회’ 라는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이다. 산촌미락회는 전국의 유명산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대표들이 모여 조직한 것으로 내장산, 덕유산, 무주구천동, 지리산, 주왕산, 소백산, 문경새재, 청량산, 영덕 강구항, 금정산, 수락산, 다산유적지, 청평, 정선, 계방산, 제주 중문 등 그야말로 전국 유명 관광지의 요식업체 대표들이 모여있다. 이 모임을 하면서 수정식당의 홈페이지 이름도 'sanchonmirak'으로 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