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목차

기름을 찾아 온 괴목대신을 위하다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7D030101
지역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홍난영

갑사의 승려와 주민들은 매년 정월 초사흩날 갑사 입구의 괴목을 위하는 제사를 지낸다. 현재 이 괴목은 줄기가 부러지고 썪어 밑둥만 겨우 남아있는 모습이지만, 그 굵기를 보면 수령이 수백 년은 되었음직하다. 마을에서는 1600살 된 나무라고 믿고 있다. 죽은 나무에 아직까지 정성을 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갑사에 전해지는 전설 때문이다.

[장명등에 불이 꺼진 사건]

갑사가 창건되고 한참 번성기일 때의 일이다. 어느 해인가 섣달 그믐날 갑사에서 괴이하고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동지가 지나 철야로 삼칠일 기도를 올릴 때였는데, 신도들이 수십 수백 리에서 공양미를 들고 찾아와 절집이 북적북적하다가 모두 떠난 적막한 밤. 갑사 대웅전에 불을 켜 두는 장명등이 꺼졌다. 절에서는 세상 만물이 광명을 얻기를 기원하고자 들기름이나 아주까리기름 등을 사용해 장명등을 밤새 켜 두었기 때문에 항상 정성껏 관리를 하고 있어서 이것이 꺼진 것은 특별한 사건이었다.

사건 당일 그날은 염불하시는 부전스님이 새벽 도량 예불을 담당하였는데, 스님이 예불을 하기위해 대웅전 앞에 가보니 여느 때와는 달리 깜깜하자, 이상하게 여기며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장명등이 꺼져 있었다. 등의 기름도 없이 심지만 검게 타버린 모습을 보고 부전스님이 사미승을 불러 깨우고 호통을 치자 사미승이 억울하다며 하소연을 하였다.

“스님,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어제 저녁 예불시간에 장명등 그릇에 기름을 가득 부었고, 심지도 평시와 같이 다시 틀어넣고 불을 켜 둔 다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같이 본 슨님이 있어 확실합니다.”

의아했지만, 그럴 수 도 있겠거니 하며 아침 예불을 마쳤다. 예불을 마치고 사찰의 대소사를 논의하는 대중공사가 벌어졌는데, 부전스님이 새벽에 일어난 일을 소상하게 보고하자 갑사 최고의 노장스님은 “지금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사미승이 일을 잘해왔던것이니 한번은 용서를 해주도록 합시다. 하지만 사미승은 이 일을 계기로 더욱 열심히 정성을 기울이고, 부전스님도 직접 확인을 해주시오.”라 하였고 모든 승려들이 그리하기로 하였다. 그날 저녁 담당 사미승은 다시 장명등에 기름을 붓고 심지를 갈고는 불을 켜 둔 다음 확인을 받았다.

다음날 새벽. 대웅전 앞마당에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또다시 장명등이 꺼진 채 발견된 것이었다. 아침 예불과 공양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전체 승려가 모인 대중공사가 열렸다. 주지스님은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 전전긍긍하였고, 사미승은 억울하지만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고, 부전스님도 혼란스웠다. 결국 모두가 혼연일치로 기도에 정진하면 될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는 그 전에 혹시라도 기름도둑이 있을지 모르니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하였다.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작업으로 인하여 플래시 플러그인 기반의 도표, 도면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잠정 중단합니다.
표준형식으로 변환 및 서비스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순차적으로 변환 및 제공 예정입니다.

대웅전 내부의 장명등

[9척 거인이 기름도둑이었나.]

그날 밤, 사미승은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몽둥이를 옆에 끼고 숨어서 장명등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추위 속에서 쏟아지는 잠을 이기며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데, 문득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대웅전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무언가는 키가 구척이나 되는 거인이었다. 거인은 부처 앞에 합장을 하더니 장명등 앞으로 다가가 심지를 들어내고 그릇속의 기름을 오른발에 찍어 바르고는 다시 절집을 나서고 있었다. 사미승은 정신없이 그를 따라갔다. 그러나 아무리 쫓아도 따라잡을 수 없고, 마침내는 아예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다만 거인이 있던 자리에 큰 나무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작업으로 인하여 플래시 플러그인 기반의 도표, 도면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잠정 중단합니다.
표준형식으로 변환 및 서비스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순차적으로 변환 및 제공 예정입니다.

삽화 - 장명등 기름을 훔쳐가는 거인의 모습

절로 돌아온 사미승은 주지스님에게 밤에 겪은 일을 이야기 하였다. 모든 승려가 놀라워하며 들었고, 주지스님은 원로 스님들과 함께 사미승이 거인을 놓쳤다는 자리를 함께 찾아보기로 하였다. 자리에 도착해 보니 그곳에는 큰 과목 한그루가 있는데, 나무의 동쪽 뿌리 쪽에 불탄 흔적이 보였다. 이를 살피던 주지스님이 눈을 지그시 감더니 전날 밤의 꿈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 꿈에 사미승이 큰 호랑이에게 쫓겨 어디론가 계속 도망을 가다가 이 나무 위로 올라가더군. 호랑이도 나무 위로 올라가려고 애를 쓰다가 잘 안되니까 나무의 뿌리를 발로 긁고 물어뜯으니 결국 나무가 쓰러지려는 것이야. 그래서 내가 ‘야 이놈아. 어서 피해라.’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잠에서 깼다네”

갑사에서는 다시 스님들의 회의가 열렸다. 원로 노장스님은 이 사건을 이렇게 해석했다.

“사미승에 말에 의하면 장명등의 기름을 큰 거인이 몰래 도둑질한 것이 아니고 부처님 전에 양해를 얻어 치료약으로 빌어간 것인 듯 하오. 생명을 가진 모든 물체에 영신이 있으니, 괴목의 신성한 영신이 거인으로 나타나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게 아니겠소. 앞으로 그 나무를 수호신으로 모셔 동네를 지키도록 하면 좋을 것 같소”

원로스님의 말에 따라 절에서는 매년 정월 초삼일에 제례를 올리기로 하였다. 그리고 제례를 마친 날 밤 노장스님의 꿈에 거인이 나타나

“내가 이골에서 오래도록 있었지만 인적을 구경 못하다가 이곳에 불당이 건립된 후로는 많은 수난을 겪고 있다오. 무지한 인간에게 나의 심경을 알릴길 없었는데, 이번에 마침 화마에 뿌리를 다쳐 이를 치료하고자 부처님께 고하고 기름을 빌어 쓴 것이었소.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정성을 드려주니 앞으로는 갑사 장명등의 기름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고, 이 산천을 찾아 기원하는 이의 바람을 이루어지도록 하겠소. 노장은 그리 알고 계시구료.”

라며 고마워하고는 떠났다.

그 후 매년 정월 초삼일에 스님들과 마을 주민들, 절에 기도하러 들어온 신도들이 모두 지극한 마음을 정성을 드리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돌림병도 발병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소망도 이루어졌다.

[괴목의 죽음과 부활]

1950년대에는 불교분쟁으로 중앙에서 주지가 발령되면서 괴목제는 마을주민끼리만 유교 방식에 의하여 매년 정월 초삼일에 제례를 올렸다. 괴목은 1989년 7월경에 동향으로 뻗어있던 괴목의 가지가 비바람에 부러지면서 천년 넘는 긴 생을 마감하였다. 3년 후인 1991년에 고목이 쓰러지자 그해 음력 12월 마을 주민들이 장비를 동원하여 고목 원형에 가깝도록 세우고 줄로 둘레를 묶어놓고 주변에 담쟁이와 능수화를 심고 그 동남쪽에 후계수(樹)를 심어놓았다. 고목의 북쪽에는 ‘괴목대신’이라 새긴 자연석 석조물을 세우고 동남쪽 후계수 전면에 간략한 유래를 적은 표석을 세웠다.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작업으로 인하여 플래시 플러그인 기반의 도표, 도면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잠정 중단합니다.
표준형식으로 변환 및 서비스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순차적으로 변환 및 제공 예정입니다.

괴목대신

[주민 백영길씨의 체험담]

(백영길씨는 괴목 옆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 주민이다.)

53년 전 필자가 6세가 되던 해 음력 5월 5일 단오날에 일어난 이야기다. 갑사는 단오절을 맞아 올라가는 길이 무척이나 분주했다. 그 당시 필자는 장난기가 심한 개구쟁이여서 새벽 일찍 일어나 마을 한 바퀴를 쭉 돌면서 무언가 장난 칠 거리가 없는지 찾아다니곤 했다. 그날도 다른 때와 같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좋은 소재를 발견했다. 괴목에서부터 북쪽으로 백 여 미터 떨어진 길옆 공터에 누군가 큰 구렁이를 죽여서 버려놓았다. 그것을 그냥 보아 넘길 리가 없었다.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 재미있을지 생각하다가 얼른 머리에 떠오른 것이 이 구렁이로 길을 막아 사람들은 놀래주기로 하고 앞개울 건너에 사는 친구를 불렀다. 두 개구쟁이는 새끼줄을 찾아서 구렁이 목 부분을 묶어서 끌고 괴목 앞까지 와서 구렁이로 길을 막아놓고 괴목 뒤편에 숨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남자들은 피하여 지나가지만 아낙네들과 처녀들은 놀라 소리치며 어찌할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면서 낄낄거리며 재미있다고 손뼉도 치면서 즐거워하였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필자는 갑자기 복통이 일어나 배를 움켜쥐고 어찌할 바를 몰라 고통만 호소하자 옆에 있던 친구가 나를 끌고 집으로 왔다. 집에 계신 할머니께서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물으시던 것만 기억이 날뿐 그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정신을 잃은 필자를 안방으로 옮기고 이불을 덮어주며, 전신을 주무르고 수저로 찬물을 입에 떠 넣으며 친구한테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았다. 친구가 소상하게 말씀드리자 할머니는 당산의 벌이라하며 집안 식구들에게 샘에 가서 깨끗이 세수를 하고 정화수를 떠다 놓고 당산에 빌어야 한다며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몸을 깨끗이 하고 정화수를 떠다 놓으시고 괴목대신 앞에서 잘못을 빌었다. 그리고 돌아와 필자를 살펴보니 잠을 자고 있었다 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무슨 일인지 물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는 절대로 당산에 장난을 치지 말라 당부하시고 누구든 그런 짓을 하려하면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이르셨다. 그 후로 그 어떠한 사람도 당산에 불경한 행동을 못하도록 지금까지 당산 지킴이 역할을 했으나 그 밑에 있던 집이 철거된 후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제 몸을 부러뜨려 나라의 위급함을 알린다]

괴목은 국가에 변란이나 큰일이 발생되기 2~3개월 전에 예시를 했다. 그 예시 방법은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오지 않는 밤에 가지가 부러져 땅에 떨어지므로 주변에서 앞으로 국내에 어떤 큰일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것을 예측하게 하였다.

8·15 해방 2개월 전에도 남쪽으로 뻗은 가지가 부러져서 마을 노인들 몇 분이 모여서 걱정하였고, 역시 6·25때도 서북쪽에 있던 가지가 부러져서 마을 주민들이 걱정하였는데 2개월 후에 사변이 일어났다고 한다. 다음의 글은 주민 백영길씨가 직접 경험하고 집필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1959년 음력 10월경에 일어난 일이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을 깎아서 괴목 대신 쪽의 지붕처마 밑에 매달아 놓고 있었다.(그 당시에는 괴목대신 옆에 살고 있었다) 괴목대신의 가지들이 집 뒤쪽으로 뻗어 있었고 4~5미터정도 길이의 썩은 가지가 쌀 한 가마니정도 되는 윗가지를 지탱하고 있었다. 곶감을 다 매달아 놓고 한 대여섯 발자국 걸어 나왔을 때 갑자기 뒤쪽에서 벼락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필자도 뒤쪽만 멍하니 바라보았으나 흙먼지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집안 식구들이 부엌과 마당에 있다가 깜짝 놀라서 부엌 뒤쪽으로 몰려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곶감을 사리 꽂이에 꿰어 매달려고 앉아있던 자리에 괴목대신의 썩은 가지가 부러져 떨어지면서 돌담을 덮쳐 무너진 돌무덤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그 위에 가지가 떨어져 있었다. 마을 주민들도 소리에 놀라 몰려와서 상황을 보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당산이 얼마나 영험하신데 인명을 해하시겠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또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 참으로 걱정되는구먼”

모이신 노인분들도 한마디씩 말씀하시길, “정국이 혼탁하니 무슨 이변이라도 일어날 모양인데 겨울은 아닐 것이고 아무래도 해동기가 지나봐야 알겠지...”

그 다음해인 1960년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국가의 혼란과 정치 부재 속에서 다음해 5·16군사정변까지 정말 어려운 국난의 과정이 있었다. 난세가 지나가고 나서야 괴목대신이 그것을 예언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이곳 주민들과 같이 하며 무수한 일들은 예측해주고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 괴목대신은 앞으로도 이곳 주민과 영원히 같이 할 것이다.(집필 백영길, 정리 홍난영)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작업으로 인하여 플래시 플러그인 기반의 도표, 도면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잠정 중단합니다.
표준형식으로 변환 및 서비스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순차적으로 변환 및 제공 예정입니다.

괴목대신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