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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숲의 수난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7D010203
지역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정을경

[햇빛을 가리는 나무 터널]

갑사에서 중장리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길가 양쪽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우거진 나무 숲의 터널은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녹음을 자랑한다. 숲은 장승이 자리한 곳에서 시작해 갑사까지 1㎞에 못 미치는 거리로 이어져 있는데 사람들은 이 숲을 ‘오리숲’이라고 부르고 있다. 예전의 오리숲은 약 2㎞에 달하는 거리로 지금보다 훨씬 우람한 나무들이 대단한 규모로 모여 있었다.

조선 후기 문신으로 이조판서와 예조판서, 충청도관찰사 등을 지낸 송상기(宋相琦)[1657~1723]의 문집 옥오재집(玉吾齋集)의 13권 ‘유계룡산기(遊雞龍山記)’에도 이 오리숲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계룡산에 와서 갑사에 들르게 된 송상기는 물길을 따라 아홉 고개를 넘어 산촌마을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처음 봄 풍경은 석전(石田)과 초가집 이었는데 모두 청초해 보였다. 길가에는 절터가 있으니 옥산사(玉山寺)라 부르는 곳이었고, 그 앞에 개울이 흐르고 있어 경치가 아름다웠다. 10여리를 가니 갑사의 입구에 이르렀다. 천장(千章)에 이르는 노목(老木)이 좌우에 빽빽하게 늘어서 그늘을 만들어 햇빛을 가리고 절의 앞에 있는 물은 흐르고 모여 못을 만들었는데 그 맑은 것이 마치 거울 같았고, 물가에 큰 거석 하나가 윗부분이 평평하여 앉을 만 하였다. 절의 누각은 넓고 평평하며 높고 시원하고 첩첩 산중은 숲 풀이 가득하여 사방이 그윽하였다. 양쪽에서 흐르는 개울이 절 앞에 이르러 합류하고 수석이 물을 막지 않으니 기이하게도 물이 희롱하는 모습이다. 암자 하나가 서남쪽 봉우리 아래에 하나 있는데 누른 잎과 푸른 수풀 사이에 언뜻 보이는 것이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하였다. … ”

自懷川歸路。踰九峙往訪。山回路轉。間有山村。石田茅屋。亦自淸楚。路傍有寺基。古稱玉山寺。前帶溪流。往往有佳處。行十餘里。卽甲寺洞口也。千章老木。蔭列左右。天日爲之礙。寺前溪水。匯作一潭。淸澈可鑑。有一巨石臨潭。頂平可坐。寺樓宏敞高爽。疊嶂穹林。四圍幽邃。兩傍溪水。到寺前合流。水石雖非絶奇。亦頗可玩。有一庵在西南峰下。隱暎於黃葉靑林之間。望之如畵。

[고목을 함부로 베어버린 일본인들]

1700년대 초에 이미 노목의 숲으로 햇빛이 들지 않을 만큼 무성했던 숲인 오리숲은 수백살 된 고목이 5리까지 길게 이어진 대신에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였다.

일제는 1940년대부터 대동아전쟁을 일으키면서 인적·물적 자원을 극심하게 수탈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도 청년들을 징병과 징용으로 끌어갔고, 민간인의 곡식과 살림살이를 공출하여갔다. 중장리의 오리숲의 고목도 이때 사라져버렸다.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던 마을 숲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말엽 일본인들은 송진 체취의 명목으로 나무를 훼손했고, 심지어 전쟁에 쓴다며 수백년 된 나무를 완전히 베어버린 것이었다. 주민들의 원통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누구도 나서서 막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지금 서있는 나무들이 일제시기 어린 나무라는 이유로 살아서 보존되고 있는 나무인데도 불구하고 몇 아름씩 되는 것을 보면 오리숲의 고목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갑사동이의 괴목과 삼거리의 당산나무, 중장2리의 늙은 나무가 살아남은 것은 주민들이 위하는 나무이기도 했거니와 주민들이 모여서 쉬는 곳 하나 정도는 남긴다고 해서였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중장리에서만이 아니었다. 열두대징이의 끝에 있는 하대리에는 열두마을을 상징하는 고목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열두마을 두레패가 모이던 곳이었는데, 그마저 단 한그루를 남기고 모두 베어버렸다. 철없는 어린 아이도 나뭇가지 하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던 나무들은 모두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그 와중에도 일본인들은 목신이 두려웠던지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모두 술을 붓고 새끼나무를 하나 남긴 후 기도를 올리고 베었다. 그러나 일제의 목적이 목재에 있었던 것은 아닌 듯, 중장리 오리숲의 고목과, 하대리의 열두마을 나무들은 모두 그저 베어진채 대부분 그 자리에서 썩어 버렸다고 한다. 나무가 벌목되면서, 길을 넓히고 트럭도 다니게 되어 갑사까지의 석자폭 도로가 훨씬 넓어졌다. 지금 갑사 입구에 남아있는 나무가 오리숲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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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입구의 오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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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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