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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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놀이/놀이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덕천리|동계면 구미리 |
집필자 | 황금희 |
[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깍쟁이라고 불리는 종지를 가지고 하는 놀이.
[개설]
간장 종지를 전라도에서는 깍쟁이라고 부른다. 깍쟁이놀이는 남자와 여자들이 노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남자들은 이 깍쟁이에 3㎝ 내외의 앙증맞은 윷가락을 넣고 흔들어 던지며 노는데, 윷놀이와 같다. 여자들은 10~20명이 빙 둘러 무릎을 꿇고 앉아서 치마 속으로 깍쟁이를 돌리고, 가운데에 술래 한 사람이 들어가 누구에게 깍쟁이가 있는지 맞히며 논다.
[놀이 도구 및 장소]
깍쟁이 윷놀이는 윷과 깍쟁이, 윷판 그리고 말이 필요하다. 깍쟁이 윷은 종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새끼손가락 굵기의 나무를 3㎝ 내외로 잘라 만든다. 4개의 윷은 탱자나무, 대추나무, 박달나무, 감나무 등과 같은 단단한 나무로 만든다. 그중에 탱자나무를 최고로 친다. 탱자나무는 표면이 매끄럽고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해도 겉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고 묵직해서 던지기 좋기 때문이다. 깍쟁이 윷은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에 편리하고, 종지 속에 담아 두면 보관도 편리하다.
깍쟁이는 예전에는 사기그릇이었는데 시비가 붙거나 하여 사람들이 집어던지면 쉽게 깨지기 때문에 금속 재질로 바뀌었다고 한다. 팔덕면 할아버지 경로당에는 예전에 깍쟁이 대신 사용하던 소 방울 워낭이 있다. 윷판은 모두 29개의 점이 이어진 둥근 원 속에 십자 모양의 길이 나 있다. 놀이 장소도 자리만 펼 수 있으면 좁은 공간부터 너른 마당, 골목에 이르기까지 쉽게 할 수 있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지만 주로 남자들이 많이 놀았다.
여자들이 노는 깍쟁이놀이는 깍쟁이라고 불리는 간장 종지만 있으면 된다. 주로 추석에 노는데, 부녀자들이 둥글게 앉을 수 있는 장소라면 방 안이든 마당이든 상관이 없다.
[놀이 방법]
깍쟁이 윷놀이 방법은 참가자가 편을 갈라 차례로 윷을 던지고, 그 결과에 따라 윷판 위에 말을 놓게 된다. 먼저 모든 말을 윷판의 길을 돌아서 시작점으로 돌아오게 하는 참가자가 승자가 된다.
순창군 팔덕면 덕천리에서는 주로 1:1 혹은 2:2로 대결을 한다. 덕천리의 한 주민은 전라북도 부안 지역에 문상을 갔다가 그곳에서 노는 깍쟁이놀이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은 전라도 지역이라도 윷의 크기가 더 작고 4~5명이 돌아가며 윷을 던지는 방법을 보고 생소하였다고 한다. 잘 던지는 사람이 1:1로 윷을 던지고 함께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원하는 편을 선택해서 들어가는데, 이를 ‘쓰크[일본말로 한편이 되다] 들어간다.’고 한다.
윷을 놀 때는 멍석 중앙에 그어 놓은 선을 넘도록 힘차게 던져야 한다. 선 안으로 한 개라도 떨어지면 ‘낙’으로 무효가 된다. 윷가락 4개가 모두 멍석 밖에 떨어져도 무효다. 4개의 윷 중 한 개가 젖혀지면 도, 두 개가 젖혀지면 개, 세 개가 젖혀지면 걸, 4개 모두 젖혀지면 윷, 4개 모두가 엎어지면 모라고 하며, 각각 1~5칸을 갈 수 있다. 윷과 모가 나오거나 상대방의 말을 잡으면 한 번 더 던질 수 있다. 순창 지역에서는 ‘윷’을 ‘숯’이라고 발음한다.
남자들의 깍쟁이놀이는 도박성도 강해서 잘 던지는 사람은 윷 4개를 가지런히 추려서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다고 하며 ‘복(復)자윷’이라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깍쟁이를 흔들어서 던지게 하는데 이를 ‘털털이윷’이라고 부른다. 또한 말은 잘 쓰는 사람을 따로 두거나 자신이 신경을 써서 쓰곤 한다. 비록 승패가 굳어 가고 있다 하더라도 앞에 가는 상대편의 말을 잡을 수 있고, 또 자기의 말이 상대에게 잡힐 수도 있다. 때로는 지름길로, 때로는 한 바퀴를 빙 돌아 멀리 가는 등 변화가 다양하여 언제 역전이 될지 모르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부녀자들이 노는 깍쟁이놀이의 기본적인 방법은 수건돌리기와 비슷하다. 10~20명의 여자들이 무릎을 꿇고 동그랗게 둘러앉는다. 그 속에 오니라고 불리는 술래 한 사람이 들어가 서 있고, 주위의 여자들은 술래 몰래 깍쟁이를 돌리면 술래가 깍쟁이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알아맞히는 놀이이다. 깍쟁이를 들고 있는 사람이 술래에게 들키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된다. 놀이 방식은 수건돌리기와 유사하지만 술래가 안쪽에 있고 바깥쪽에서 깍쟁이를 돌리는 점이 다르다. 술래에게 잡힌 사람에게 노래 부르기를 시켰다.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귀주 마을의 주민은 어려서 깍쟁이놀이를 즐겼는데, 대개 15세 전후의 처녀들이 추석 무렵에 방 안에서 놀았다고 한다. 17세를 넘어가면 부모님이 다 큰 처녀라고 마실[외출]도 못 가게 했으며, 집에서 길쌈을 배우고 시집을 가면 함께 모여 놀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시집가기 전 친정에서 놀았던 놀이로 기억하고 있다.
[현황]
윷은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즐겨온 으뜸 놀이다. 깍쟁이 윷놀이는 순창 지역에서는 아직도 가장 대표적인 민속놀이의 하나로서 정월 대보름과 설날, 단오, 백중, 추석 등 주요 명절에 즐기고 있다. 또한 7, 8월 그늘 밑에서 쉬면서 놀기도 하고, 초상집에서 밤샘을 하기 위하여, 평소에도 막걸리 내기와 돈 내기 놀이로 자주 행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여자들의 깍쟁이놀이는 오늘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 실제로 행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