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C03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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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경용 |
[우곡면의 홍일점 여성 이장 이명희 씨]
도진리 사람들의 자랑 중 하나는 굵직한 마을 발전 사업을 척척 유치해 낼 뿐만 아니라 마을 살림까지도 잘 꾸려 나가는 여성 이장[이명희]이 있다는 점이다.
이명희[1956년생] 씨는 우곡면에서는 홍일점 여성 이장이요, 고령군내에서는 세 명의 여성 이장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경상북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을 유치해 노인들의 건강과 여가, 화목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여 동민들의 칭송이 자자하다.
이명희 씨는 1956년 경상북도 선산군[현 구미시] 해평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돌을 갓 지나 가족들이 모두 대구로 이사 나왔으므로 이명희 씨에게는 대구가 고향이나 다름없다.
이명희 씨는 공부를 마친 후 우체국에 들어가 6년간 일했다. 같은 직장에 다니던 지금의 남편[박해동, 1954년생]을 만나 5년간의 연애 끝에 26세에 결혼하여 2년 만에 도진마을로 들어왔다. 지금 같으면 젊은 나이에 한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시골 마을로 들어와 산다는 게 선뜻 내키지 않을 일이었지만, 당시 이명희 씨는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
이명희 씨의 도진마을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명희 씨는 홀로 된 시어머니 봉양과 손아래 네 시동생들의 뒷바라지와 남매 자녀를 키우면서 수박 농사도 지었다. 남편과 뜻을 모아 시동생들의 교육에도 열성적이어서 그 중 한 명은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남편 내조에도 소홀함이 없어 4년간의 군의원 소임까지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자녀들도 알뜰히 키워 딸은 간호사로 일하며, 아들은 대학 졸업반이다. 특히 83세로 최근 작고한 시어머니 봉양과 병 구환까지 지극정성으로 다함으로써 집안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을 이끌다]
이명희 씨는 지역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4년째 농업기술센터 산하의 고령군생활개선회 회장과 경상북도연합회 부회장 역할까지 맡고 있다. 2007년부터 3년 동안 추진된 도진리 장수마을 사업도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장수마을 사업은 경상북도에서 노인 수가 많고 좋은 협동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의욕과 단결력이 높은 마을을 선정하여 매년 5천만 원씩 3년간 예산을 지원하여 노인들의 건강과 여가, 화합, 소득 사업 발굴 등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이명희 씨는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받기 위해 도진리 주민들의 총의를 모으고 사업 내용에 맞는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도진리는 2007년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되었다.
도진리의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은 건강과 장수를 위한 하드웨어 구축과 협동 프로그램의 실천으로 나뉜다. 3년간의 공통 사업으로 원예 치료와 소득 발굴 사업[메주·참기름]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서, 1차 연도[2007]에는 장수마을체험관 건립과 풍물 학습 활동을 했다. 원예 치료와 풍물 학습은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실시했다. 2차 연도[2008]에는 체험관 내에 여러 가지 건강 기구를 설치하고 도원공원에 건강 지압로를 조성했다. 또한 풍물 학습과 더불어 원예 치료 사업의 일환으로 노인들이 국화를 200여 개의 화분에다 직접 키워 국화축제까지 개최했다 3차 연도[2009]에는 남자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래의 농기구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30여 종의 짚·풀공예 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좋은 호응을 얻어냈다.
[마을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드는 국화축제]
이명희 씨는 3년 동안의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으로 도진리 노인들의 의식과 생활 실천 양면에서 상당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특히 마을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지식을 높여 이를 걷기 운동과 위생 등 일상생활에 접목시키고, 놀이와 여가 선용, 소득 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협동심을 고양하고 상호 이해를 높였던 점은 높이 살 만하다고 했다.
또한 수개월간 직접 키운 국화를 테마로 예전부터 가정에서 만들어 먹던 묵, 두부, 동동주, 추어탕 등의 음식을 곁들인 ‘국화축제’는 마을 분위기를 한층 밝고 생동감 있게 만들고 노인들의 주체성을 발현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들었다. 노인들의 손으로 만든 메주와 참기름, 짚·풀공예 사업 등은 전통 기능의 전승과 노인 소득 사업 발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명희 씨는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 체험관 건립과 건강 기구 및 건강 지압 보도 설치, 기름 짜는 기계 구입 등 장수와 건강을 위한 하드웨어 구축에 힘썼다. 특히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은 종료되었지만, 2008년에 시작한 국화축제를 매년 개최함으로써 도진리의 마을 문화로 키워 나가고 있다. 메주와 참기름, 짚·풀공예 사업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
[여성 인력 활용 장려 지원금도 받다]
이명희 씨는 장수마을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2008년부터 2년 임기의 마을 이장을 맡아 연임 중이다. 이명희 씨가 마을 이장이 된 후 농촌 마을 여성 인력 활용 장려 지원금도 매년 3천만 원씩 받고 있다. 2010년에는 경상북도로부터 향후 3년간 4억 원을 지원받아 마을순환도로 사업을 통해 유실된 옛 재실 길도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도진마을 사람들은 이명희 이장이 여성의 섬세함으로 마을 일도 잘 꾸려 나가는데다 지원금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며 겹경사가 났다고 다들 좋아한다.
마을 사람들의 칭찬에 이명희 씨는 “6개 반장님들이 잘 도와주시는 덕분이지요.” 하고 오히려 반장들에게 공을 돌린다. 그러면서 “생활개선회와 이장 일로 집안일과 농사에 다소 소홀해지는 게 가장 큰 애로이지요.”라는 말로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남편 박해동 씨의 이해와 외조 덕분으로 여성 이장의 직무 수행은 ‘이상 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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