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6015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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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음식물/음식물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집필자 | 오영주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지역에서 메밀가루에 고구마, 무 또는 톳 등을 넣어 익힌 음식.
[개설]
메밀은 서귀포 지역에서 분식 문화의 기층을 이루는 대표적인 곡물이다. 서귀포 중산간의 척박한 화산회토에서도 잘 생육하는 메밀은 구황 작물로서 그 역할이 상당하였다. 멧돌에 갈아낸 메밀가루에 다양한 부재료를 섞어 만든 메밀범벅은 부족한 식량을 절약할 수 있는 구황 음식이었다.
[연원 및 변천]
고려 말 서귀포 중산간 지역에 마을이 조성되고 메밀농사가 성행하면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먹거리가 궁핍했을 때 메밀가루에 식물성 또는 동물성 부재료[고구마·감자·호박·무·쑥·고춧잎·톳·파래·느릅나무 껍질 가루·게]를 넣어 식량을 절약하였다.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구황 범벅들은 거의 만들어 먹지 않고, 지금은 별미 음식으로 고구마를 넣은 ‘감제범벅’이나 바닷가 작은 게를 넣은 ‘깅이범벅’을 먹을 정도이다.
[만드는 법]
메밀범벅에는 부재료에 따라 고구마범벅·톨범벅·깅이범벅 등이 있다. ‘고구마범벅’은 메밀가루에 감저(甘藷)[고구마]를 넣고 지은 범벅이다. 고구마는 한 잎 크기로 썰어서 끓는 물에 익힌 다음, 소금 간을 한 메밀가루를 넣어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혼합한다. 이때 고구마 삶을 때 남아있는 물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물이 부족하면 뜨거운 물을 범벅이 반죽될 정도로 첨가한다. 중불에서 3~4분이면 메밀반죽이 다 익으므로 솥에 눌러 붙어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메밀가루가 고구마에 붙어 분리되지 않도록 해야 맛이 좋다.
‘톨범벅’은 이른 봄 생톳이나 말린 톳을 메밀가루와 함께 지은 범벅이다. 생톳은 끓는 물에 충분히 데쳐서 사용하고 마른톳은 미지근 물에 불린 후 데쳐 사용한다. 만드는 방법은 다른 범벅과 같다. ‘깅이범벅’은 봄철에 바닷가 바위틈에 돌아다니는 것을 잡아다가 끓는 물에 삶은 다음, 메밀가루를 넣어 만든다. 오독오독 씹히는 ‘깅이’의 맛과 향기가 일품이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육지 범벅은 죽의 한 무리로서 풀처럼 되게 쑨 반고체상인 반면, 서귀포 범벅은 손으로 먹을 수 있게 된 고형상이다. 육지의 범벅으로는 강원도의 감자범벅·옥수수범벅과 경상도의 호박범벅 등이 있으나 대부분 밀가루나 강냉이를 사용하고 메밀가루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서귀포 범벅은 메밀가루를 이용한 범벅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육지와 또 다른 특징이라 하겠다. 메밀범벅은 목장에 마소를 돌보러가거나 물질 나갈 때 간편하게 휴대했던 음식이다. 기근이 심하게 들었을 때에는 메밀쌀을 멧돌에서 거피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메밀 씨눈과 찌꺼기가 섞인 혼합물인 ‘는쟁이’로 범벅을 만들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