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6015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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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婚禮飮食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집필자 | 오영주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서 혼인과 관련하여 쓰는 음식.
[개설]
서귀포 지역에서 치러진 전통 혼례 절차가 육지와 다르듯이 혼례 음식도 크게 다르다. 잔치 음식 재료의 장만, 잔치 조직의 구성, 가문 잔치 음식, 이바지 음식, 혼례 당일 음식, 문전제 상차림, 사돈 잔치 음식 등 혼례 절차에 따라 음식이 준비된다.
서귀포 지역에서는 혼례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를 위한 조직[도감·조리·접객]을 사전에 구성하였다. 도감은 고기도감과 술도감이 있으며 남성이 전담한다. 고기도감은 방문객의 수를 고려하여 돼지고기 수육을 공평하게 개인당 고기 석 점씩 분배되도록 수육의 양과 절단 크기를 조절하여야 한다. 술도감은 하객 접대용 술의 통제와 관리를 맡는다.
조리를 위한 조직은 전적으로 여성으로 구성된다. ‘솔밑할망’은 취사 보조 3~5인을 거느리고 밥과 국을 전담한다. ‘둠비’[두부]를 만드는 책임자는 바닷물 길어 오기와 콩 불리기, 두부 만들기 등을 관장한다. 식수 조달 책임자는 동네 여인들을 거느리고 물허벅으로 물을 길어 온다. 한편 마을 남자 하인은 돼지 도축, 수육 삶기, 순대 만들기, ‘몸국’[모자반국] 준비 등을 수행한다.
접객 조직에서 청객은 하객 안내를 담당하고, 중방(中房)은 신랑·신부 및 우시 안내, 상객은 홍세함 전달, 신랑·신부상 책임자는 신랑·신부의 첫밥 담기 및 상차리기 등을 관장하고, 본주[신랑 또는 신부의 모친]는 여성 하객으로부터 부조 받기 및 답례 음식 분배 등을 주관한다.
서귀포 지역 혼례는 동네잔치나 마찬가지였다. 동네 사람들이 다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돼지고기와 돼지국물이었다. 때문에 자식의 혼기를 생각하여 2~3년부터 통시에다 돼지를 비육시켜 두었다.
[혼례의 특징]
전통적으로 제주의 혼례는 육지와 다른 절차에 따라 행해졌으며, 처음에는 독자적인 혼례 법을 고수하다가 매우 점진적으로 유교식 절차가 수용되었다. 16세기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제주목 풍속조에 “혼인을 구하는 자는 반드시 술과 고기를 갖춘다. 납채(納采)하는 자도 그렇다. 혼인날 저녁에 사위가 술과 고기를 갖추어 신부의 부모에게 뵙고 취한 뒤에야 방에 들어간다.”고 하였고, 또한 1702년(숙종 28) 이형상의 『남환박물지(南宦博物誌)』에는 이와 동일한 절차가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고 기록하면서, “또 동성이나 근족을 가림이 없고, 교배례를 행하는 일도 없다.”라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적어도 18세기 초까지는 『사례편람』에 의한 육지식 전통 혼례는 없고, 그 이후에는 일부 유교식 절차만을 수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혼례 의식 절차에는 그 매개체로서 음식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외부 음식문화의 수용과 변용 등을 통한 자생적인 전승 양상을 고수하여 왔다.
[혼례의 절차와 음식]
(1) 의혼 음식과 막편지[택일기] 가져가는 날 : 혼사가 합의된 후 사주는 신부 측에서 신랑 집으로 보낸다. 신부 측에서 중매인에게 음식을 접대하면 혼사가 깨진다는 속신이 있어 금기시한다.
(2) 쌀 장만 : 혼례 음식에서 ‘곤밥’[쌀밥]이 차지하는 상징성이 매우 큰 까닭에, 여성들은 부족한 쌀을 사전에 마련해 두어야만 했다. 신부·신부의 모친은 ‘제’[쌀계]를 2~3개씩 들어 두었다. 이러한 관행은 1970년대 중반 이전까지 행해졌다.
(3) 가문잔치[결혼식 전날 음식] : 혼인식 전날 잔치에 필요한 음식을 마련하고 나면, 저녁 때쯤 해서 양가에서 각각 가문잔치가 열린다. 가문잔치에 주요 참석 범위는 성가 쪽의 친족과 모계친의 친족이며, 모계친도 처음부터 끝까지 적극 참여한다. 가문잔치 음식은 잡곡밥과 ‘솖은 국물’[돼지국물탕], 가문반[내장·순대·고기조각], 그리고 김치 등이다.
(4) ‘이부조’[아바지] : 잔치 1~2일 전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혼인에 소용될 식자재를 보내는 것이다. 돼지·쌀·술은 필수이고, 그 외에 닭과 계란, 생선을 보냈다.
(5) ‘초불잔치’ : 하객들에게 접대하는 아침 식사를 ‘초불밥’[‘초불밥 먹인다’]이라 하여 신부가 시댁에 도착하기 전까지 대접하였다. 접대 음식은 잡곡밥(보리쌀+팥)이며, 국은 두부를 넣은 무국이고, 반찬은 김치나 간장이 대부분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국이나 고사리국[육개장]을 대접하기도 한다.
(6) ‘두불잔치’[신랑 댁 잔치] : 혼례 행렬이 신랑 댁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신랑집 잔치가 벌어지므로 이를 ‘두불잔치’ 치른다고 한다. 동네 하객들도 이때부터 부조하기 시작하므로, 손님 접대에 매우 바쁘다. 여성들은 부조 바구니에 곡식을 담아 등에 지고 가서 여주인에게 바구니를 전달하고, 남성들은 닭이나 계란을 부조하였다. 잔치에 나오는 밥을 ‘두불밥’이라 하여 곤밥[쌀밥]이 나오며, 국과 고기반이 제공된다. 쟁반에 담은 고기반은 고기 석 점, ‘돗수애’[순대]와 ‘마른둠비’[두부] 각각 한 점씩이다.
(7) ‘사둔열맹’[사돈잔치] : 신랑·신부는 신혼 첫날밤을 신랑 댁에서 보내고, 다음날 신랑집 어른[부친·백부·숙부]과 함께 연회를 베풀기 위해 신부 댁을 방문한다. 신부 댁이 주빈이 되어 사돈 간에 ‘괸당’을 맺는 잔치 의례이므로 ‘사둔열맹’이라고 한다. 지참 음식은 술과 돼지고기이고, 술은 좁쌀 청주 또는 ‘고소리술’[소주] 한 말이고, 고기는 뒷다리 한 개가 보통이다.
[현황]
1960년대 이후 신식 혼례가 도입되면서 서귀포 지역의 혼례 음식 문화는 변화되기 시작하여, 현재 마을 내지 친족을 기본 단위로 행해졌던 예전의 전통적인 공동체 식 문화 요소는 거의 소멸된 상태이다. 대신 호텔과 예식장에서, 뷔페식당 또는 대중음식점 등 외식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서귀포에서도 전통 혼례 음식의 소멸에 의한 음식 문화의 급격한 변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1년 현재 서귀포의 사례를 보면, 전통적인 혼례 음식 문화는 거의 소멸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결혼 전에 식사를 금기시하던 풍속이 없어지고, 상견례라 하여 음식점에서 양가의 가족 또는 일부 친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돼지 잡기와 가문잔치는 더 이상 시행되지 않는다. 또한 사돈잔치도 없어지고 대신 육지식의 폐백으로 대체되었다. 예식장에서 혼인식을 마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함으로써 모든 것이 끝이 난다.
[의의와 평가]
예전에 육지의 전통 혼례에서 음식은 한과와 떡이 중심이었으나, 서귀포의 전통 혼례는 돼지고기가 그 중심에 있었다. 돼지고기 한 마리는 수육을 제공하여 특별 음식으로서 주요 의례의 과정에 관여하게 하였고, 반면에 부산물은 다시 요리되어 대량의 국물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마을 구성원을 위한 잔치 음식이 되었다. 결국 혼례에서 돼지고기는 사돈 간, 친족 간, 그리고 마을 구성원 간의 공식 문화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