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0137 |
---|---|
한자 | 高麗葬- |
영어음역 | Goryeojang |
영어의미역 | Goryeo Funeral |
이칭/별칭 | 고려장이 없어지게 된 유래,기로 민담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호동 |
집필자 | 고경림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호동에서 전해지는 고려장에 관한 민담.
[개설]
‘고려장이 없어지게 된 유래’, ‘기로 전설(棄老傳說)’로도 불리는 「고려장」 이야기는 늙은 부모를 산 채로 버리던 악습이 왜 사라졌는지 그 내력을 말해 주는 설화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전해지는 광포 설화로서, 인간을 육체적인 힘이나 능력 위주로 평가하는 가치관을 반박하는 손자의 재치와 노인의 지혜가 어우러져 인간의 존엄성과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채록/수집상황]
1959년 8월 제주시 이호2동 김재수의 조모(여, 81세)가 구연한 내용을 김재수(남, 고3)가 조사하였으며, 1996년 출판된 『제주도 민담』에 실려 있다.
[내용]
옛날 어느 곳에 할머니와 아들 부부, 손자가 살았다. 아들 부부는 할아버지가 죽은 뒤로 사사건건 할머니를 학대하였다. “밥은 왜 이리 많이 먹느냐, 일은 안 하느냐, 언제 죽느냐” 등등 잔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하나뿐인 손자가 할머니한테 가는 것도 막았다. 한 번은 손자가 할머니한테 점심상을 차려 드렸다고 얼마나 때렸는지, 그 후로는 손자도 할머니한테 가지 않았다.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이제 그만 죽어지면 오죽이나 좋을까?” 했지만 질긴 것이 목숨이라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그런데 가난이 죄라고, 당시에는 사람이 병이 들거나 늙으면 산 채로 땅에 묻어 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할머니가 예순 살이 되던 어느 날 밤, 아들 부부는 할머니를 내다 버리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손자가 들었다.
다음 날, 아들 부부가 할머니를 지고 갈 지게를 손보는데 손자가, “아버지 어머니, 무얼 하십니까? 이제 곧 아버지 어머니도 늙은 테니, 아버지부터 그 지게에 누우십시오. 제가 먼저 아버지 어머니를 져다 버리고, 할머니도 내다 버리지요.” 하였다. 아들 부부는 “아뿔사!” 하고, 탄식을 하였다. 그러고는 반성의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를 잘 모셨다고 한다.
그로부터 많고 많은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할머니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더는 어쩔 수 없게 된 아들은 지게 위에 할머니와, 할머니가 당분간 먹을 음식을 지고 깊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다. 아들은 가시덤불과 나무가 무성한 숲을 헤치고 들어갔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할머니 손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어머니, 손에서 왜 이렇게 피가 납니까?”하고 아들이 묻자 어머니는, “네가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릴까 봐 나뭇가지와 가시덤불을 꺾어 놨다. 그러니 내 걱정은 말고 그 길을 따라 조심해서 돌아가거라.”하고 말했다. 아들은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와 부인에게 그 얘기를 했다. 그러자 부인도 함께 울면서 할머니를 학대했던 옛날 일을 후회했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고려장」 이야기에서 아들 부부의 불효를 강조하며 손자의 지혜를 해결의 계기로 삼고 있는 전반부는 불전 경전인 『잡보장경(雜寶藏經)』의 기로국조(棄老國條) 설화와 유사하다. 또한 깊은 산중에서 아들이 길을 잃을까 봐 노모가 지혜를 발휘한다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국가가 당면한 큰 문제를 해결하여 ‘고려장’을 폐지하게 만들었다는 중국 『효자전(孝子傳)』의 「원곡(原穀) 이야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제주 지역에서 전승되는 「고려장」 이야기는 위의 두 설화를 합친 내용으로, 각각의 지혜의 주체자는 다르나 물리적인 힘이 아닌 지혜로써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통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