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5A03060004 |
---|---|
지역 |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고경래 |
“중학교 교육과정을 배우는 둥 마는 둥 하고 졸업을 하는 바로 그 해에 학원으로 이어져 오던 고등학교 과정의 학원이 울릉수산고등학교로 인가를 받고 신입생을 모집하였다. 일찍이 형님은 분가하여 북면사무소에 근무하시고 집에는 연세 높으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였고, 밑으로 여동생 셋과 남동생 한 명이었다. 집에서는 내가 상일꾼 노릇을 해야 했다. 중학시절부터 소 몰고 밭을 가는 농사일은 나의 차지였는데 경제도 경제지만 농사일 때문에도 진학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내 나름대로 열심히 소도 기르고 염소도 기르며 틈이 나는 데로 오징어잡이까지 하였다. 마음을 굳게 먹고 농사일을 하노라면, 중학교 때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모자의 윗 테가 크게 꾸며진 수산고등학교 모자를 쓰고 길가에 사는 우리 집에 들르면, 친절히 대해 보내고 바로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친구들을 한 사람, 두 사람 만날 때마다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나는 이때 내 자신과 약속을 하였다. 내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고등학교에 갈 것이다. 내년에 가기 위해서는 올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한 치의 쉴 새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농사일과 공부를 하였다. 부모님의 허락을 얻기 위해서는 조금의 게으름도 피워서는 안 된다는 각오 하에 열심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