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5A02080005 |
---|---|
지역 |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고경래 |
울릉도에 원래 개구리가 살았을까. 뱀, 까치, 꿩은 어땠을까. 학계에 따르면 일제 강점시대 이전 울릉도에는 개구리가 없었다. 울릉도에 개구리가 들어온 것은 1930년대이다. 울릉도에서 포항으로 농업학교 유학에 나선 김현식 군(당시 고교생)이 고향 사람들에게 개구리를 보여 주려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개구리가 뭔지 모르던 김군은 포항의 동네 아이들을 불러 참개구리를 잡았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팔딱 팔딱 뛰어다니면서, 조그마하고 사람을 해롭게 할 줄 모르는 개구리가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로부터 한 마리에 5전씩 주고 잡아서 여름방학 때 개구리를 가지고 이 섬에 왔다. 그 때 울릉도에 가지고 들어 온 개구리가 20마리. 이들이 울릉도 개구리의 조상이다. 그것들이 번져서 섬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생물 전문가들이 개구리를 조사하면서 울릉 개구리가 포항 개구리와 유전자 배열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논농사를 짓던 때라, 울릉도에 개구리는 상당수 번식했다. 학계 보고서를 보면 70년대 후반에는 성인봉 꼭대기에서도 개구리가 발견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울릉도에서 개구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80년대 이후 논농사가 줄고 밭농사와 관광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개구리가 설 자리를 잃었다. 논이 없어 산 웅덩이로 서식지를 옮긴 개구리는 급경사라는 지형 때문에 알을 낳고 올챙이를 키울 수 없었다. 지금은 가정집 연못에서나 가끔 발견된다는 것이 울릉군청 산림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뱀은 예나 지금이나 울릉도에서는 볼 수가 없다. 일본인들이 대륙에서 독사를 여러 마리 사다가 산에 방사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그들의 산림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우리나라 사람이 산에 가서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뱀은 생장하지 못하고 모두 죽고 말았다. 그래서 울릉도에는 뱀이 한 마리도 없다. 만약 그 뱀이 지금까지 번식했더라면 이 돌 많은 산에 지금쯤은 발도 못 들여놓을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울릉도에 뱀이 있었던 때도 있다. 70년대 초반 한 뱀장수가 울릉도에 장사를 하러 왔다가 두 자루에 들어 있던 뱀을 놓쳤다. 주민 증언으로는 당시 50마리 이상의 육지 뱀이 산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70년대는 울릉도에 개구리가 많아서 먹이가 많으니까 뱀이 엄청나게 번식했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살아난 뱀은 없었다. 화산재로 형성된 현무암 지대는 뱀이 살기 힘든 곳일 뿐만 아니라 뱀과 상극인 향나무 숲이 무성해 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네는 가끔 큼직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짐승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전설에도 주로 지네가 가해 동물로 되어 있다. 러시아 군함이 가라앉은 곳에 큰 지네가 있다느니, 추산 수원지에 큰 지네가 산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그런 것이다.
한편, 1991년도에는 울릉군청이 나서 까치 34마리를 풀어놓았다. 육지의 길조가 울릉도에도 살아날 것이라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방사 첫해 절반가량이 사라졌다. 경쟁자인 흑비둘기와 천적인 매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6년 말 2마리가 발견된 뒤 아직까지 까치를 봤다는 주민은 없다. 그러나 꿩만큼은 울릉도에서 대량 번식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울릉도 도동에 사는 한 주민이 사육용으로 가져 왔던 꿩 수십 마리가 산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한 겨울 큰 눈으로 인해 50마리 안팎으로 개체수를 유지하던 것이 최근 7~8년 동안 눈이 내리지 않아 5백여 마리로 늘어났다. 원래 울릉도에 있었던 흑비둘기, 매비둘기, 박새, 씀새, 매, 울새, 큰오색 딱따구리, 동박새 등은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울릉도 동물들은 인간들에게 ‘인간이 인위적으로 생태계에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 가져오며 인간이 진정 자연을 사랑한다면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자연의 가르침을 전해 주고 있다.(출처: 매일 신문,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