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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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長城-長劍-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 |
집필자 | 박정미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의 장성 갈재에서 어린아이의 지혜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장성 갈재의 장검 도둑」은 똑똑한 사위를 얻기 위하여 장성 갈재에서 도둑 노릇을 한 대감의 수수께끼를 꼬마 원님 노릇을 하던 한 아이가 풀어냈다는 지혜담이고, 대감은 이 아이의 사람됨을 보고 외동딸의 사위로 삼았다는 사위 취재담(取才談)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3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하의 137~139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순창군 복흥면에서 장성군 북하면으로 넘나드는 길고 험한 고갯길이 있는데, 이 고갯길은 장성 갈재라고 불린다.
옛날에 한 대감이 외동딸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이 대감은 딸에게 글도 가르치고 예절도 가르쳐 아주 어여쁘게 키워 냈고, 어느덧 장성하여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만석 거부이면서 큰 벼슬도 지낸 대감이었기에 그에 어울리는 딸의 사윗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드는 혼처가 딱히 나타나지 않았다. 사윗감이 아무리 부자이고 잘 배웠다고 하여도 사람됨이 좋지 않으면 인생의 험한 삶을 제대로 살 수 없다 생각한 대감은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사람됨을 알아보기 위해 장날이면 장성 갈재의 고갯마루에서 장검을 들고 “목숨이 아깝거든 돈 보따리를 놓고 가거라.” 하고 호령하고는 돈 보따리를 빼앗았다. 돈 보따리를 빼앗은 다음에 대감은 “이 돈 보따리를 찾고 싶으면 나를 다시 찾아오너라. 나는 죽은 나무 고장에서 살고, 내 성은 살림 찌꺼기이며, 이름은 탈상 찌꺼기이다. 돈 보따리는 내가 잘 간수하였다가 돌려주마.” 하였다.
대감은 빼앗은 돈 보따리에 표시를 해 곳간 가득 쌓아 두었으나 어느 누구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설날을 앞둔 대목 장날 대감은 또 장성 갈재의 고갯마루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망건 장사가 돈 보따리와 망건을 지고 올라왔다. 대감은 똑같은 방법으로 장검을 들고는 돈 보따리를 빼앗으려 하였다. 그러자 망건 장사는 “내가 이 돈이 없으면 우리 식구가 다 굶어 죽습니다. 제발 그냥 보내 주십시오.” 하고 통사정을 하였다. 처음 받아 보는 사정이었기에 어찌 하는가 두고 보려고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자 망건 장사는 그냥 돈 보따리를 놓고는 가 버렸다. 대감은 망건 장사에게도 돈 보따리를 찾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오라며 똑같은 말을 했다.
돈 보따리를 빼앗긴 망건 장사는 너무나 억울하여 방방곡곡 수령을 찾아다니면서 소지를 올렸으나 도무지 도둑의 거처나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망건 장사를 하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공주 감영의 감사가 송사를 가장 잘 한다는 말을 듣고는 공주 감영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공주로 가는 길에 강변 모래밭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이 원님 놀이를 하고 있었다. 원님, 이방, 호방, 병방 등을 서로 정해서 형방이 소지 내용을 알리는데 아주 그럴 듯 했다. 망건 장사는 이것을 보고 자신도 소지를 하면 안 되겠냐고 하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지금 자신들은 원님 놀이를 하고 있어서 안 된다고 하였다.
돌아서려고 하는데 원님 자리에 앉은 아이가 “안 되는 것이 어디 있느냐? 노인의 송사를 한번 들어보자.” 하였다.
망건 장사는 돈 보따리를 빼앗겼던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돈 보따리를 빼앗은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모른다고 하였다. 그 말을 다 들은 꼬마 원님은 “그것이 무엇이 어려운 일이냐? 도적놈이 사는 곳은 죽은 나무 고장이라고 하였으니, 죽은 나무가 쓰이는 것은 장승이다. 그러니 도적놈이 사는 곳은 장성이다. 또 살림살이가 찌꺼기이니 살림살이 하나 남은 것은 박적뿐이다. 그러니 성은 박가이다. 그리고 탈상 찌꺼기는 탈상하고 남아 있는 것이니 이것은 건이다. 그러니 장성에 사는 박건을 찾아가면 되느니라.” 하였다.
꼬마 원님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 망건 장사는 그길로 장성에 사는 박건을 찾아갔다. 찾아가보니 만석 거부인 데다가 대궐 같은 집에 한 영감이 있었다. 망건 장사는 “영감이 박건이요?”라고 물었다. 그 영감은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망건 장사는 그동안의 일을 말하고 자신의 돈 보따리를 돌려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영감은 반가워하며 도대체 자신이 사는 곳과 이름을 어떻게 알아냈느냐고 하였다. 망건 장사는 꼬마 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영감은 망건장사에게 돈 보따리와 많은 포상을 주면서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자신을 안내해 달라고 하였다.
다음날 망건 장사와 박건 대감은 말을 타고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이가 사는 집에 도착하였는데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박건은 비가 내리니 비를 좀 피할 수 있느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정중히 박건을 안으로 청하였다. 박건은 아이가 가난하지만 훌륭하고 지혜롭다는 것을 알아보고는 이 아이를 사위로 삼았다. 이 아이는 훗날 백제의 재상이 되어 나라를 중흥시켰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장성 갈재의 장검 도둑」의 기본 모티프는 ‘어른보다 나은 아이의 지혜’, ‘사위 취재’ 등이다. 어린아이가 등장하여 어른들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척척 풀어내는 지혜담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어른보다 나은 아이의 지혜’ 모티프를 지닌 설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것은 원님 놀이를 하는 ‘꼬마 원님’이다. 비록 놀이의 형태이지만 꼬마 원님의 판단이나 사건의 해결은 어른을 능가한다. 이런 점에서 「장성 갈재의 장검 도둑」은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한테서도 배울 것이 있음을 깨우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는 ‘모를 만한데 알기’ 유형의 설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