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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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虎狼-穴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
집필자 | 박정미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에서 호랑이혈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잠자는 호랑이혈」은 죽어 가는 노승을 살린 대가로 잠자는 혈에 묫자리를 써서 부자가 되었으나, 노승의 당부를 지키지 못하여 목숨을 잃었다는 풍수담이다. 풍수 사상은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신앙처럼 믿어져 내려 왔다. 풍수에 의해 집터나 묫자리를 잡아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고, 길흉화복이 정해지기도 한다는 것이 민간의 믿음이었다. 「잠자는 호랑이혈」도 현대 과학의 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보여 주는 일종의 풍수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2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상의 148~149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순창군 옥천동에 김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은 오일장에 한 번씩 곶감을 내다 팔아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옛날부터 곶감 장사는 새벽 3시 무렵에 시작되어 오전에 마감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날도 김씨는 장날이어서 새벽 3시쯤에 장에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섰다.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어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익숙한 길이라 새벽길을 재촉하여 경천과 방천둑을 따라 시장 입구에 다다를 무렵 갑자기 신음 소리가 들렸다. 김씨가 의아하게 여겨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 노스님이 탈진하여 쓰러져 있었다.
김씨는 노승이 지난 밤 먹지도 못하고 추운 길가에서 쓰러져 있었음을 짐작하였다. 그는 지체함이 없이 장터로 달려가 뜨거운 해장국을 한 그릇 사 가지고 와 노승에게 정성스럽게 떠 먹였다. 뜨거운 국물과 국밥을 조금 먹은 노승은 의식이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생명이 위태로워 보였다. 김씨는 시장에 내다 팔 곶감도 버리고 노승을 업고 집으로 왔다. 삼 일 동안을 정성스럽게 간호하니 노승의 건강은 조금씩 회복되었다.
노승의 생명은 구했으나 김씨 입장에서는 살아갈 일이 막막하였다. 곶감을 내다 판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날 장사를 하지 못하였으니 당장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김씨는 할 수 없이 장치기 돈을 빌려 집으로 돌아왔는데 노승도 이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노승은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어 이제 김씨 집을 떠날 때가 되었다. 노승은 생명을 구해 준 보답으로 금과면 발산리에 김씨 부모님의 묫자리를 정해 주고 떠나면서 삼 년 안에 많이는 몰라도 300석을 받는 부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묫자리는 호랑이가 잠자는 숙호혈(宿虎穴)이니 5대까지는 일체 손을 대거나 성묘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노승의 말대로 김씨는 머지않아 300석을 받는 부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자손들도 남부럽지 않게 잘 성장하였다. 현대 교육을 받은 손자가 있었는데, 그는 큰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였고, 이제 정년을 하여 고향에 돌아왔다. 고향에 온 손자는 증조부의 묘소에 참배를 하려고 하였으나 그의 형이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노승의 말을 전하고는 절대로 성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손자는 지금 같은 시대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믿느냐며 한사코 성묘하기를 고집하였다.
그런데 손자가 성묘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산속에서 커다란 바위가 굴러 내려왔다. 손자는 바위를 피하려고 내달렸으나 결국 바위가 손자의 머리를 때려 손자는 그곳에서 쓰러졌고, 끝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아무리 과학 문명이 발달한 현대라 하더라고 풀지 못할 불가사의한 일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티프 분석]
「잠자는 호랑이혈」의 주요 모티프는 '명당을 얻어 흥한 사람', '당부를 어겨 망한 사람' 등이다. 「잠자는 호랑이혈」은 생명을 구해 준 대가로 노승이 김씨 부모의 묫자리[명당]를 정해 주어 김씨가 부자가 되게 하였다는 보은담이며, 명당에 의한 복과 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풍수담이다. 보은담과 풍수담이 이렇게 융합되어 나타나는 것은 꽤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은으로 얻은 복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금기를 지켜야만 그 복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결코 당부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구나 「잠자는 호랑이혈」의 시대 배경이 십수 년 전이었다는 점은 여전히 풍수 사상이 민간에서 믿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단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