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탑리 외양 마을에서 명당 터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명당자리에서 죽은 사람」은 장삿길에 나섰다가 길에서 죽은 사람[고령 신씨(高靈申氏) 신정구(申楨求)]를 마을 사람들이 어느 곳에 묻어 주었는데, 그곳이 명당이어서 후손이 명문가가 되고 자손이 번창하였다는 우행담(偶幸談)이자 풍수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2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상의 54~55쪽에 실려 있다.

[내용]

조선 시대 고종 황제 말기는 국가적으로 위기였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삶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도탄에 빠져 있었다. 이때에 순창군 우부면[현 순창읍]에 고령 신씨인 신정구라는 사람이 노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그는 열심히 일을 하였지만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가뭄까지 겹치면서 먹고살 길은 더욱 막막하였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삿길에 나섰다. 돈이 없어 순창에서 장치기 돈을 빌려 물건을 구입해 오일장이 서는 동계, 후천, 오수, 남원, 갈담 등지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사를 마치고 한 달여 만에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갈담을 출발하여 덕치를 지나 갈재를 넘으니 순창읍이 눈앞에 보였다. 그러자 그는 노부모와 어린 자식이 눈앞에 어른거려 한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발길을 재촉하다가 급한 마음으로 산길을 뛰어 내려왔는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여 마을 앞 길가에서 앉아 쉬어 가기로 하였다. 그곳은 인계면 외양 마을 앞 대로변이었는데, 그곳에서 쉬던 정구는 너무나 피곤하여 그만 잠이 들어버렸고, 한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하여 그곳에서 앉은 채 죽어 버렸다.

이튿날 마을 앞에 나가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사람이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날씨가 추워 시체는 꽁꽁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그의 시체를 그 자리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노부모와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장삿길에 나섰다가 객사를 하였으니 그 가족의 슬픔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가장이 죽었으니 그 자식들의 살 길은 더욱 막막하였다. 그러나 “목숨에 거미줄 치랴.”는 말이 있듯이, 어린 자식들은 고생은 하였지만 어느덧 어엿한 청년으로 자랐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후에 그 아들들은 고령 신씨 순창군파의 중추적 인물로 자랐고, 가문과 후손도 번창하였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신정구의 후손과 가정이 번창한 것은 모두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 덕이라고 말하였다. 그것은 그가 죽어 묻힌 곳이 사두혈(巳頭穴)이라는 명당이었고, 이 명당은 당대에 거부(巨富)가 되고 자손이 번창할 대혈이었다. 결국 신정구는 스스로 명당을 찾아 죽어 후손에게 복을 안겨 주었다

[모티프 분석]

「명당자리에서 죽은 사람」의 주요 모티프는 ‘우연히 찾은 명당’이다. 집터나 묫자리에 대한 명당 찾기 설화는 전국 각지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이는 민간에서 풍수지리설을 신앙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명당자리에서 죽은 사람」은 ‘우연히 찾은 명당’으로 생각지 않게 집안이 부유해지고 가문이 번창하며, 그 후손이 높은 관직과 벼슬을 얻고 복을 누리게 되는 행운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행운은 기실 꼭 우연한 것만은 아니다. 신정구의 후손이 복을 받게 된 것은 어쩌면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하늘의 도움으로 볼 수 있다. 「명당자리에서 죽은 사람」은 우연히 명당에 묻혀 후손이 복을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우행담으로, 명당자리에 묻혀 복을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풍수담으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