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선 후기 순창 출신의 성리학자.

[가계]

본관은 행주(幸州). 자는 대중(大中), 호는 노사(蘆沙).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기건(奇虔)의 후손으로, 아버지는 증참판 기재우(奇在祐)이다. 어머니는 안동 권씨 권덕언(權德彦)의 딸이다.

[활동 사항]

기정진(奇正鎭)[1798~1879]은 1798년(정조 22)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 동산리[일명 조동, 구수동]에서 출생하였으나, 양친이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고향인 전라남도 장성군 하남[장성군 황룡면 아곡리]으로 이사하였다. 1831년(순조 31)에 사마시에 장원으로 합격한 후에 강릉 참봉(康陵參奉), 현릉 참봉(顯陵參奉), 사옹원 주부에 임명되었으나 모두 사의를 표하고 관직에 연연하지 않았다. 1842년(헌종 8)에는 전설사 별제(典設司別提)로 임명되자 취임 6일 만에 병을 사칭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후에 무장 현감, 사헌부 장령, 사헌부 집의 등에 임명되었으나 끝내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1866년(고종 3) 병인양요 때에 「병인소(丙寅疏)」를 썼다. 「병인소」는 「육조소(六條疏)」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적의 침입에 대한 여섯 가지 방비책을 제시하였다. 그 뒤에 기정진의 사상에 나타나는 위정척사(衛正斥邪)의 사상은 이 「육조소」에 이론적 기초를 두고 있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후에 의병 전쟁의 정신으로 구체화되었다. 「병인소」를 받아들인 조정에서는 그의 식견을 높이 평가하고 사헌부 집의, 동부승지, 호조 참의, 동지돈녕부사(同知敦寧府事) 등의 벼슬을 내렸지만 끝내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1877년에 전라남도 장성군 하리면 월송(月松)[지금의 고산리]으로 이사하였고, 부모님 묘소가 보이는 곳에 담대헌(澹對軒)이라는 정사를 지어, 문인과 함께 활동하다가 1879년(고종 19) 세상을 떠났다.

[학문과 저술]

1882년(고종 19)에 『노사집(蘆沙集)』 22권, 1890년(고종 27)에 『답문유편(答問類編)』 15권이 편집되어 활자본으로 간행되었다. 1902년 경상남도 단성[지금의 경상남도 합천군 쌍백면 묵리] 신안 정사(新安精舍)에서 목판본으로 다시 간행되었고, 1976년 서울에서 본집 22권, 부록 2권으로 영인본이 나왔다.

[묘소]

전라남도 장성군 동화면 남산리 황산 마을에 묘소와 신도비가 있다.

[상훈과 추모]

기정진이 학문을 가르치던 담대헌을 고쳐서 후손들이 1927년에 고산 서원(高山書院)을 짓고 그 사우에 기정진을 중심으로 이최선(李最善)·기우만(奇宇萬)·조의곤(曺毅坤)·김록휴(金錄休)·조성가(趙性家)·정재규(鄭載圭) 등의 위패를 봉안하고 춘추로 제사를 지낸다. 1960년 『노사 연원록(蘆沙淵源錄)』과 1968년 『고산 서원지(高山書院誌)』가 간행되었으며, 1978년 고산 서원 장판각(藏板閣)이 준공되었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