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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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아내 자랑하는 사람은 팔불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궁씨는 아내가 고맙고 자랑스럽다. 아내는 1남 1녀의 아들 딸을 잘 키웠다. 딸은 대학에 다니고 아들은 대학을 준비 중이다. 그 아이들은 궁씨의 고향인 상대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의 고향도 상대원이다.
“우리 아들 딸은 빨리 가자 왜 여기 살고 있냐 난 이유를 모르겠다 라는 쪽이에요 특히 아들네미가 그런 주장이 강한 편이죠 우리도 분당이나 서울 나가서 살 수 있는데 여기서 왜 이러고 사냐 그런 거 그 애는 또 명품족이에요.”
돈 걱정 없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아직껏 상대원 붙박이로 살고 있는 것이 궁씨 아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교통 좋고 문화 시설이 많은 분당이나 서울 강남의 좋은 동네로 옮겨가는 것이 좋지 않냐고 의견을 내보인 것이 여러 번이다.
사실 궁씨 자신도 옛날과 많이 달라진 지금의 상대원을 자신의 고향이라 할 수 있을지 가끔씩은 의문스럽다고 한다. 그래서 판교 신도시나 송파 신도시 창마을 쪽에서 사진 작업을 할 때, 도리어 그런 곳이 고향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송파 창마을은 입구부터 마음에 들었다. 미루나무 세 그루가 마을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맞는다. 60년대 70년대 한국의 전통 마을, 즉 한국인의 마음 속에 갈무리되어 있는 고향이란 그런 모습이었다.
“나도 그런 우리 고향이 이렇게 없어졌는데 라는 생각은 가져요, 성남 문화재 촬영하면서, 보통골 570번 종점 뒤로 보면 나무 한그루 딱 있어요. 저희 어렸을 때 주로 거기서 많이 놀았죠. 그걸 찍으러 올라가면서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 거기를 진짜 몇 십년만에, 내가 저걸 찍어놔야겠다 해서, 거길 올라갔거든요. 보통골에 두 군데가 있어요. 그거하고 양판서라고 양판서 묘 그 뒤쪽으로, 두 군데 찍으면서 진짜 옛날 생각나더라구. 옛날 진짜 어렸을 때, 야 내가 여기서 우리 사촌들하고 동네 사람들하고 같이 놀았는데. 보통골이 양씨·방씨, 주가 방씨 그 담이 양씨 그렇게 살았죠. 사기막골은 강씨들이 많이 살았고. 옛날 생각은 거기서 참 많이 많이 나더라구요.”
궁씨는 어릴 때 살던 보통골의 풍경과 그 풍경 속에서 뛰놀던 자신의 모습을 속속들이 기억한다. 그립고 정겨운 모습들이다. 하지만 현재 그 풍경은 온 데 간 데 없다. 기억을 지탱해줄 풍경이 사라져버린 상대원, 그래서 그런지 궁씨의 고향의식이 살뜰한 편은 아니다. 아버지는 절대로 상대원을 떠날 수 없다고 하지만, 궁씨는 여건 되면 상대원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간혹 한다. 더구나 상대원의 변화는 외부의 힘에 의해,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었지 않는가. 상대원 원주민들은 그 변화에 몸을 내맡길 수 밖에 없는 처지였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