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400624 |
---|---|
한자 | 賂物-命延長-使者 |
영어의미역 | Messenger of the Underworld Who Was Bribed to Extend Lif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남도 진주시 |
집필자 | 김동민 |
[정의]
경상남도 진주시에 전해오는 저승사자와 사람의 수명 연장에 얽힌 전설.
[채록/수집상황]
1980년 8월 11일 정상박, 성재옥, 김현수가 경상남도 진주시 망경북동 천천경로당에서 채록하였으며, 1981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발행한 『한국구비문학대계』8-3에 수록되었다. 제보자는 송남수(남, 75세)이다.
[내용]
예전에 박부자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스님이 바랑을 짊어지고 동냥을 얻으러 왔는데, 날이 저물고 비가 내려 하룻밤 묵기로 했다.
그런데 스님이 저녁 식사를 하더니 “이 댁에 오늘 아홉 살 먹는 외동이 하나 있지요? 조실부모 했지요?”하고 물었다. 박부자는 그렇다고 답하며, “네, 삼촌 시하에서 자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스님은 “그 아이는 아홉 살 먹는 오늘 저녁에 절명할 것입니다.”하고 단언하니, 박 부자는 안타까워 삼대독자인 아이를 살릴 방법이 없는지를 물었다.
스님은 운명에 달렸으니 어렵다고 하면서도 안주를 잘 장만하고 술을 한 동이 구해서 삼경쯤 동구 밖 당산나무에 갖다놓고 먼 데서 망(望)을 보고 있으라고 했다.
삼경이 되어 박 부자가 당산나무로 가니, 당산나무 밑에서 푸른 도포와 붉은 도포를 입은 두 백발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박부자는 시키는 대로 술 한 동이와 안주를 그 앞에 갖다놓았다. 두 노인은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둑만 두었다.
박부자가 먼 데 가서 망을 보니, 안주도 없어지고 술도 살살 없어졌다. 바둑을 다 둔 푸른 도포 노인이 무릎을 탁 치면서 말하였다.
“박부자네 삼대 외동이가 아홉 살 먹는 오늘 저녁이 절명하는 날인데, 그 술을 우리가 먹어 큰일났네.”
붉은 도포 노인이 도포 안에서 치부책을 내어 보니, 틀림없이 그날 저녁에 절명하게 되어 있었다. 붉은 도포 노인은 우리가 술을 먹었더라도 천명을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느냐고 했지만, 푸른 도포 노인은 명을 고쳐 주자며 구(九)에다 구자(九字)를 하나 더 넣어 박 부자의 외동이를 99세로 명을 이어 주었다고 한다.
[모티브 분석]
뇌물 먹고 명 연장시킨 저승사자 설화의 기본 모티브는 저승사자를 잘 대접하여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살았다는 동방삭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연명 설화’ 형태로서, 밥·신·노자 등을 저승사자의 숫자대로 마련해 두었다가 먼 길을 걸어오느라 지친 사자를 대접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접을 받은 저승사자는 인정상 그 사람을 잡아갈 수 없어 저승의 명부에 삼십갑자인 동방삭의 수명에 한 획을 삐쳐서 십자(十字)를 천자(千字)로 만들어 삼천갑자를 살 수 있도록 목숨을 이어주었다는 내용이다.
진주 설화에서는 저승사자들에게 술 한 동이와 안주를 뇌물로 주어 아홉 살에 죽을 운명인 박부자의 삼대 외동이 목숨을 연장시키고 있는 점, 구(九)에다 구자(九字)를 하나 더 넣어 99세까지 수명을 늘렸다는 점 등이 차이가 있다.
[의의와 평가]
동냥을 받은 스님이 은혜를 갚기 위해 외동이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었다는 전승담으로, 사람은 선한 일을 하면 그 보답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진주 설화는 내세보다도 현세에 더욱 가치를 두는 무속의 세계관과 일치하고 있으며, 나아가 우리 민족의 타계(他界)에 대한 민간 신앙도 엿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