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진안군 동향면 대량리에서 주머니를 소재로 하여 전해지는 유희요.

[개설]

「줌치 노래」는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소재로 하여 전반부에서는 세 자매가 아름다운 주머니를 만드는 과정을 묘사하고, 후반부에서는 사또에게 주머니를 선보이며 값을 흥정하는 내용을 표현하였다. 부녀자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할 때나 여럿이 어울려 놀 때 불렀다.

[채록/수집 상황]

「줌치 노래」는 한국학 중앙 연구원 어문 생활 연구소와 안동 대학교 민속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추진한 ‘한국 구비 문학 대계 개정·증보 사업’ 전북 조사팀이 2010년 2월 24일 진안군 동향면 대량리로 현지 조사를 나가 주민 문야모[여, 1918년생]로부터 채록하였다. 한국학 중앙 연구원에서 지원하는 한국 구비 문학 대계 웹 서비스[http://gubi.aks.ac.kr/web]를 통해서 조사 자료 텍스트와 연동되는 디지털 음원을 들을 수 있다.

[구성 및 형식]

「줌치 노래」는 4·4조 4음보 율격으로 되어 있으며 연의 구분이 없는 연속체이다. 주로 여성이 독창으로 부른다.

[내용]

진안의 「줌치 노래」는 세 자매가 정성들여 아름다운 주머니를 만드는 과정을 묘사한 전반부와 신·구관 사또에게 주머니를 선보이며 값을 흥정하는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다. 삼형제[세 자매]가 나무를 심어 물을 주었더니 나무에서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은 보통 꽃이 아니라 해와 달과 별이다. 세 자매는 해와 달과 별을 따서 주머니를 짓고 아름다운 재료들로 선을 두르고 끈도 달아 솜씨 좋게 마무리한 주머니를 나무에 걸어놓고 오가는 선비들에게 자랑하며 선보인다. 후반부는 주머니를 두고 남녀가 값을 흥정하는 대화로 전환되는데 이는 남녀가 서로 수작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노래에서 주머니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남녀 애정요에서는 총각이 처녀에게 먼저 수작을 거는 경우가 많은데 「줌치 노래」에서는 처녀들이 천상의 재료로 만든 주머니를 매개로 총각들의 관심을 받으려고 한다. 주머니 만드는 솜씨는 곧 처녀의 성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에 총각들이 주머니를 마음에 들어 한다면 그것은 주머니를 만든 처녀에게도 호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형지 숭근 나무 삼으나 형지[삼형제] 물을 줘여/ 팔도강산 꽃이 피여 한 가지는 해가 열고/ 한 가지는 달이 열고 한 가지는 중별 열고/ 한 가지는 상별 열고/ 해를 따서 줌치 짓고 달을 따서 안을 옇고/ 중별 따서 중침 놓고 상별 따서 상침 놓고/ 쌍무지개 선을 둘러 대구팔사 끈을 달아/ 간종간종 숭근 나무 꺾어들여 걸어 놓고/ 올라가는 신관들아 내려오는 구관들아/ 오만 귀경 다했거든 줌치 귀경 하고 가오/ 줌치사도 좋고마는 어느 솜씨 지었는고/ 다루청에 봉검이랑 달 가운데 월순이랑/ 배피 떴다 윤열이랑 서이 앉아 지었다네/ 줌치사도 좋고마는 그 줌치라 값 얼맨고/ 그 줌치라 값을 매믄 은도 천 냥 금도 천 냥/ 삼천 냥이 지 값이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전통 사회에서는 물건을 지니고 다닐 수납 부분이 없는 한복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주머니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주머니는 실용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점차 장식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미적인 장신구로서 애용되었다. 울긋불긋 원색의 천에 예쁜 수를 놓은 주머니는 처녀들이 바느질 솜씨와 자수 솜씨를 한껏 뽐낼 수 있는 소품이었다.

[현황]

「줌치 노래」는 전국에서 채록되었지만 현재 현장에서 향유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총기가 좋은 일부 가창자들이 가창 유희요로 즐겨 부른다. 경상도에서 진안으로 시집을 온 문야모 제보자는 9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총기가 매우 좋아 막힘없이 노래를 불렀다.

[의의와 평가]

해와 달과 별과 같은 천상의 재료들을 가지고 솜씨를 내어 주머니를 아름답게 만들어 선보이고 싶은 처녀들의 소망이 잘 표현되어 있다. 또한 처녀들이 주머니를 매개로 총각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내용을 보면, 주머니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사랑의 메신저로서 상징성을 갖는 물건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