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T0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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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漢川- |
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지명/행정 지명과 마을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담1동 |
집필자 | 현혜경 |
용담1동에 사는 김성원은 물이 귀한 제주에서 용담동은 제주시에서 유일하게 한천과 병문천이라는 두 개의 큰 하천을 끼고 있는 마을인 만큼 좋은 용천수를 많이 갖고 있었다고 한다. 김성원이 어렸을 적에는 용천수가 솟는 곳에는 반드시 우물이 있었는데, 그 우물을 물지게로 떠다가 집 안의 독에 채워 넣고는 그것을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용담동 물 하면 ‘한두기물’이 수량이 좋아 유명했다고 한다. 한두기물은 용담동의 중요한 식수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용담1동 사람들은 한두기물이 버렝이깍 서남쪽 바닷가 근처에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한두기물은 한천이라는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경에 있다. 한천은 한라산에서 발원하여 아라동, 오라동, 오등동 지경을 거쳐 용연과 동·서한두기 사이의 용연에서 바다와 이어지는 건천이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서쪽에 있는 동산교가 용담동과 오라동의 경계점이며, 동산교 북쪽으로는 용담1동과 2동의 경계이다. 제주시 지역에서 가장 크고 긴 내(하천)가 한천이다. 크고 긴 내여서 한내 또는 대천, 한천, 르내라고 한다. 대천과 한천은 음과 뜻을 빈 이두식 표기이다. 신옥년에 따르면 이 한두기물은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어도 물 주변의 돌이 넓게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닷물이 들어와도 물이 금세 짜지지 않았다고 한다. 병문천의 선반물은 직선으로 되어 있어 밀물이 되면 선반물도 바닷물 속에 잠겨 버렸지만 한두기물은 얼른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물을 길러 가는 일은 새벽녘이 아니라, 바다 물이 들고 날 때를 알아두었다가 바닷물이 빠진 때를 맞춰 식수를 길러 가곤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특이하게도 바닷물 한가운데서 용천수가 솟는 제주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한두기물은 동한두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였고, 서한두기 사람들은 엉물이라 불리는 용천수를 사용하였지만, 한두기 주변에는 한두기물 외에도 ‘도수생이(물)’와 ‘가마소’란 지경이 있었는데 ‘장수발자국’이란 지경 안을 가마소라고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용담동 사람들은 ‘생이(참새 또는 새)’가 먹을 만큼 작은 샘이었다는 곳의 ‘생이물’, ‘콩큰물’, ‘선반물’ 등을 먹었다고 한다. 문헌들을 찾아보니, 이외에도 용담1동에는 ‘허덕물’, ‘도구리통물’, ‘말물’ 등 여러 물들이 더 존재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귀중한 선반물과 한두기물을 두고 용담1동 사람들은 그 근원을 한천 지경의 용수물로 보고 있었다. 용수물에서 선반물과 한두기물이 이어진다고 여겨, 제를 지낼 떄나 비념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한천 지경의 ‘용수물’을 떠다 사용하곤 했다고 한다. 이렇듯 물에 대한 구분이 오늘날의 깨끗한 물과 더러운 물처럼 이분화 되지 않고, 다양한 인식을 바탕으로 물을 여러 종류로 구분하여 사용했던 것을 보면 문명의 발전은 인식의 수준을 그만큼 압축해버린 듯 하다. 현재 병문천이 복개되면서 그 ‘배고픈 다리’나 선반물의 생명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