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701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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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濟州名酒- |
영어음역 | Jeju Myeongju Omegisulgwa Gosorisul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오영주 |
[개설]
예전에 제주도를 ‘당 오백 절 오백’의 섬이라 하였다. 사실 섬 전역이 성역화될 정도로 무속 신앙이 성행하던 곳이 바로 제주도다. 춘하추동 가릴 것 없이 당(堂)에서 제를 지내고 굿판을 벌였다. 이때 당신(堂神)에게 반드시 술과 고기를 갖추어 제사를 드렸는데, 신에게 올리는 강신잔(降神盞)에 따르던 술이 다름 아닌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현존하는 한국의 민속주 중 구멍떡으로 빚은 유일한 술로 그 보존 가치가 높다. 술의 맛을 좌우하는 전통 누룩을 개량하고 술에 적합한 조 품종을 발굴하여 다른 지역의 술과 차별화시킨다면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오끼나와의 아와모리술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명주(名酒)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제주인이 마시던 술]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마셨다는 기록은 까마득한 부족 국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등의 제천 행사에서 남녀가 무리를 지어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는 『삼국지』위서 동이전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행사를 연례적으로 치르면서 음주 가무를 겸하였기에 제주 술의 민속도 이런 식으로 전승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제주 술에 관한 문헌이 매우 빈약하여 구체적인 것을 파악할 도리가 없지만, 현존하는 기록에서 그 내력을 대략 유추해 본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소주를 많이 빚는다(多用燒酒)”고 하였고, “봄과 가을에는 광양당(廣壤堂)과 차귀당(遮歸堂)에 남녀가 무리를 지어 술과 고기를 갖추어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又於春秋 男女群聚 廣壤堂 遮歸堂 具酒肉祭神)”고 하였다. 이 기록은 제주에서는 소주가 많이 음용되었고, 제주시 광양당과 고산리 차귀당의 당제와 같은 무속 의례에 술이 이용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중종실록(中宗實錄)』 1515년(중종 10)조에는 제주에서 사망한 제주목사 성수재의 시신을 호상해 오는 내용 중에 “성수재는 일찍 무과에 장원급제하고 여러 번 변방 소임을 역임하여 자못 청렴하고 유능하고 명망이 있는 자였다. (중략) 그는 소주(燒酒)를 좋아하여 병을 얻어서 죽었으니, 세상 사람들이 애석하게 여겼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통해 제주에 소주, 즉 고소리술이 많이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주풍토록(濟州風土錄)』(1520)에는 “벼는 매우 적기에 지방 토호들은 육지에서 사들여다 먹고, 힘없는 자는 밭곡식을 먹으므로 청주는 매우 귀하며, 겨울이나 여름은 물론이고 소주를 쓴다(而稻絶少 土豪貿陸地而食 力不足者 食田穀 所以淸酒絶貴 冬夏 勿論用燒酒)”라 하였다. 이 기록을 통해 제주도민의 대부분이 밭곡식을 먹는 까닭에 청주는 매우 드물고 밭곡식으로 만든 소주를 주로 음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의 기록들을 요약하면, 제주에서는 쌀로 빚은 청주는 매우 귀해서 정치적으로 지배층에 속하는 토호들이나 마시는 정도였고, 서민들이 음용하는 술은 잡곡으로 빚은 소주였으며, 제주의 토착 신앙인 무속의 당제나 굿에 술이 제물로 쓰였다고 하겠다.
[쌀이 아닌 좁쌀로 만든 청주]
그렇다면 소주는 있고 청주는 없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쌀로 빚는 육지풍의 청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잡곡으로 빚은 곡주인 청주는 흔하였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소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곡물을 발효시켜 청주의 제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익힌 곡물의 가루를 발효시키면, 탁배기의 형태로 혼탁하였다가 발효가 끝나면 상층부와 하층부로 분리된다. 결국 상층부의 맑은 술이 청주인 셈이므로 청주는 있는 것이고, 다만 쌀로 꼬두밥을 지어 발효시킨 후 용수를 박아 퍼내는 육지식 쌀 청주는 없었다고 하겠다.
그러면 제주에서는 청주를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주지하듯이 예로부터 제주도는 토양이 척박하여 거친 밭에서도 잘 자라는 밭 작물(조, 보리, 밭벼, 기장, 피, 메밀, 수수)을 주로 경작해 왔다. 잡곡 중에서도 조 농사는 가뭄에도 잘 견디는 여름 작물로 가장 많이 재배되었기 때문에, 제주 농경의 기층 문화를 이루는 곡물이다.
좁쌀은 종피가 두꺼워 누룩을 넣어도 발효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좁쌀을 가루로 내어 구멍떡인 ‘오메기떡’을 만들고, 이것을 누룩과 함께 발효시키는 것이다. 발효가 종료되면 위층과 아래층으로 분리되는데, 전자를 ‘윗국’, 후자를 ‘아랫국’(또는 밑국)이라 부른다.
윗국은 암갈색의 청주이고 아랫국은 탁주가 된다. 청주는 고급 술로 제의나 귀한 손님 대접에 쓰고, 탁주는 일용주로 마시거나 고소리(또는 소줏돌)에 얹어 소주(고소리술)를 내리는데 사용하였다.
[몽골인의 유입과 소주]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이 등장하고 나서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 고려시대 몽골인이 제주에 정착하면서 전래된 술이다.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개성과 안동에 소주가 유명한 것은 고려시대에 몽고군이 그 지역에 주둔했던 결과이다.
제주는 남송과 일본 공략의 전초 기지가 되었고 몽고군의 목장이 되면서 100년 가까이 몽고의 지배를 받았다. 1273년(원종 14)에 몽골병 500명을 제주도에 주둔시켰고, 1275년(충열왕 원년)에 국립목마장을 제주 성산 수산평에 설치하고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하여 죄수 140여 명과 왕후·왕족들이 몽골에서 제주로 왔다.
또한 1282년(충열왕 8) 일본 정벌에서 패한 원은 제주에 몽고군 1,400여 명을 주둔시키고 일본 정벌을 위한 병참기지로 삼았다. 이와 같이 원의 제주 목마장의 건설과 함께 몽골인이 제주에 유입되면서 고소리술 빚기가 시작되었고, 조선시대에 널리 보급되어 저장용 술로 자리 잡아 제주의 대표적인 술이 되었던 것이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 사라진 이유]
한일합방 이전까지 제주에서는 각 가정마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빚어왔다. 그러나 일제가 주류(酒類)에 대한 조세를 부과하기 위하여 「주세법」(1949.10.21. 법률 60호)을 제정하여 가정에서 술 빚는 것을 불법화하고 단속을 행하면서 가정에서는 밀주를 하게 되었다.
해방 후에도 일제의 「주세법」이 그대로 통용되고 양곡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양곡관리법」(1950. 2. 법률 제97호)을 제정하여 밀주를 엄하게 단속하였다. 이와 같이 술 정책에 국가가 관여하고 통제함으로써 제주의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 후 1985년 문화재관리국에서는 무형무화재 지정조사보고서 제163호로 「전통민속주」를 펴내고 그 중에 제주 오메기술이 지정 문화재로 되었고, 1990년 5월 30일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성읍민속마을에서 기능보유자(김을정, 무형문화재 제11호)가 옛 오메기술을 재현하여 맥을 이어가고 있다.
고소리술은 고익만(서귀포시 고산리)이 그 비법을 모친으로부터 전수받아 빚어왔으나, 그가 죽은 후에는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전문적으로 빚는 자가 없다. 다만, 좁쌀과 쌀을 혼합 또는 쌀만으로 빚거나 시판 누룩(또는 효소제)으로 발효시켜 판매하는 민속주 제조업체가 있을 뿐이다.
[오메기술 만드는 법]
오메기술은 좁쌀과 누룩으로 발효시킨 양조 곡주이다. 누룩은 보통 초여름에 준비해둔다. 우선, 정하지 않은 곡류(밀, 좁쌀, 보리)를 물로 씻고 일어서 방아에 찧는다. 빻은 곡류 5되에 미지근한 물1되 비율로 넣고 반죽한다.
누룩틀(쳇바퀴) 안에다 헝겊 보를 깐 다음 반죽 물을 넣고 위에 다시 헝겊 보로 덮은 후 힘껏 발로 밟아서 단단하게 한다. 누룩 틀에서 성형한 것을 꺼내 보리 짚을 층층별로 깔면서 항아리에 넣는다. 잘 띄운 누룩은 담황색, 회백색, 푸르스름한 색의 곰팡이가 피게 되는데 7일 정도 더 놔두면 금이 가면서 굳어진다.
오메기술을 담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메좁쌀을 미지근한 물에 8시간 정도 담가 두었다가 곱게 가루를 낸 다음, 물을 넣고 대충 섞어 시루에 담아 찐다. 차좁쌀 대신 메좁쌀을 쓰는 이유는 술을 닦을 때 솥에 눌러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시루에서 쪄낸 술떡을 큰 그릇에 넣고 적당히 식힌 후 누룩 가루와 끓여 식힌 물을 넣으면서 덩어리가 지지 않게 잘 섞은 후 술독에 넣고 발효시킨다.
[고소리술 만드는 법]
고소리술은 발효가 끝난 오메기술이나 기타 탁주를 증류시킨 소주이다. 고소리술을 담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주기가 물신한 항아리 속의 익은 술을 솥에 적당량을 놓고 솥 위에 고소리를 놓고 한 몸이 되게 반죽 떡으로 붙이고 위에 물그릇(장탱이)으로 덮은 뒤 역시 반죽 떡으로 둘러 붙인다.
장탱이 위에 물이 뜨거워지면 물을 갈아주기를 반복하면서 소주를 내린다. 증류되어 처음 나오는 술을 초바디술(45~50도)이라 하고 나중에 나오는 술을 후바디술 (35도 정도)이라 한다. 솥에서 퍼낸 술죽은 체로 걸러 내어 술미음과 술지게미로 나누어 술미음은 먹고 술지게미는 동물 먹이로 준다.
청주나 탁배기는 오래 저장할 수 없으나 이 술은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어 많이 빚었다. 무색이고 향취는 독하며 과일주 같은 가정주를 담글 때 사용하였던 술이다. 고소리술은 1960년대 후반까지 중산간 부락에서 많이 제조하여 물허벅에 담아 판매하기도 했다.
[오메기술을 맛있게 빚는 6가지 요령]
제주의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옛부터 당제, 포제, 조상 제례를 위해 쓰였고 손님이나 가까운 이웃과 나누어 마셨다. 술을 빚는 시기는 매달 초하룻날이 술을 빚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 하여 이 날을 많이 이용하였고 10월 초에 술을 빚어 겨울 내내 마셨다.
특히 단오에는 산야에서 나는 백 가지 약초를 캐어다 오메기술이나 고소리술에다 넣고 빚었다고 한다. 또한 막 돋아오는 새싹에는 기가 살아있다 하여 약술로는 최고품으로 쳤다. 제주에서는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여섯 가지 사항을 잘 선택하여야 오메기술을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 좁쌀을 고를 때는 술의 종류에 따라 품종을 잘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메기술을 만들 때는 모인조 즉 차조를, 소주를 빚을 때는 메조를 선택하여야 한다. ② 적당한 시기에 만든 누룩을 골라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삼복 중에 만들어야 누룩꽃이 잘 피고 술맛이 좋다. ③ 좁쌀과 누룩을 섞어서 술을 빚을 때 모든 원료와 도구를 깨끗하게 다루어야 한다. ④ 좋은 샘물을 골라야 한다. ⑤ 좋은 그릇을 이용하여야 한다. ⑥ 술이 잘 발효되게 온도를 잘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술독을 고팡 한구석에 놓고 이불이나 갈옷으로 잘 덮어 온도의 변화를 적게 하였다.
[술을 빚을 때의 지켜야 할 금기사항들]
술은 제례에 중요한 제물이었으므로 정성을 대단히 중요시했다. 보통 3일 이상의 정성을 드린 다음에 술을 빚었고 특별한 경우는 7일 정성을 들였다. 술을 빚을 때 다음과 같은 여러 지켜야 할 사항과 금기 사항이 많았다.
○ 시신을 보고 나서 술독을 열어 보지 말아야 한다. 술 맛이 변한다.
○ 장지에 다녀오고 나서 사흘 동안 누룩을 만들거나 술독에 술 담그는 일을 서두르면 안 된다.
○ 동네에서 초상났을 때 성복 전에 술을 빚으면 안 된다.
○ 술을 빚을 때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한다.
○ 생리하는 여자가 술을 빚으면 술의 맛이 좋지 못하다. 또는 술을 빚을 때 생리하는 여자가 옆에 있어도 술의 맛이 좋지 못하다.
○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장소에서 술을 빚는다.
○ 마을의 포제용인 경우 여자가 술을 빚어서는 안 된다.
○ 마을의 포제용 술은 남자들 가운데 그 고장에서 덕망을 갖춘 사람이 목욕재계하고 신성한 마음으로 술을 빚는다.
○ 마을의 포제용 술을 빚는 사람은 1주일 전부터 부정한 곳에 가지 않으며 부정한 것을 보지 않으면서 지낸다.
○ 제사용 술을 빚을 경우에는 역시 3일 전부터 부정한 곳에 가지 않고 부정한 것을 보지 않으면서 깨끗한 마음으로 준비한다.
○ 술독을 뱀이 지나 다니는 길에 두지 말아야 한다.
○ 술독의 술을 손가락에 찍어서 맛을 보면 술이 변한다.
○ 맛 보고 남은 술을 다시 술독에 넣지 말아야 한다.
○ 술맛을 보기 전에 먼저 술을 땅에 뿌린다. 토지 신을 섬기기 위한 것이다.
[보신주와 약용주로의 활용]
한라산은 식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듯이 산 열매와 약초의 종류가 다양하여 약용주를 만드는데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제주에는 소주에 여러 가지 약재나 꽃, 열매를 침지하여 술을 빚은 가향증류주가 많고, 약재나 꽃 또는 열매를 오메기술을 빚을 때 미리 넣어 만든 약용가향 곡주류가 특별하게 발달되었다.
오메기술을 이용한 오합주(오메기청주+참기름+계란+꿀+생강=1:2:1:0.5:0.01)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보신주이다. 회복기 환자와 몸이 허하면 오합주를 마셨다. 이외에도 증류 소주나 발효주(탁주·청주)에 동물성 식품을 첨가시켜 발효시킨 술(깅이술·지네술·뱀술)과 발효가 다 될 무렵 동물성 식품을 넣어 숙성시킨 후 고소리로 증류한 약용주(매술·닭고기술·돼지고기술)를 제조하기도 하였다. 이들 약용주가 신경통에 주로 사용된 것은 제주의 공기가 습해 신경통을 앓기 쉽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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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기준으로 하여 빚은 약용주의 종류와 효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