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301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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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Hariadeurennal |
이칭/별칭 | 하리디랫날,하룻날,하리날,하루달,머슴날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남도 해남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종오 |
[정의]
전라남도 해남 지역에서 음력 2월 초하루에 행하는 풍속.
[개설]
해남 지역에서는 음력으로 2월 초하루를 ‘하리아드렛날[하리아드랫날]’, ‘하리디랫날’, ‘하룻날’, ‘하리날’, ‘하루달’ 등으로 부른다. 2월은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날 하루만 쉰다. 이날은 간단한 상을 차리기도 하고, 농사의 풍흉을 미리 점쳐 보기도 한다.
[연원 및 변천]
하리아드렛날은 ‘머슴날’이라고도 한다.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에 앞서 일꾼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송편을 노비들에게 나이 수대로 먹인다. 그래서 이날을 속칭 머슴날이라고 한다. 농사일이 이때부터 시작되므로 이렇게 노비들을 먹이는 것이라고 한다.”라고 그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절차]
해남 지역에서 하리아드렛날에 행하는 풍속으로는 상차리기, 콩볶기, 날씨점치기, 영등점치기, 노래기쫓기 등이 있으며, 설이나 대보름처럼 조상상을 차리는 집이 있다. 또한 하리아드렛날에는 산에서 칡을 캐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날 캔 칡은 약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영등이 내린다고 하여 성주에게 음식상을 차리기도 한다. 이때는 부엌 살강[그릇 따위를 얹어 놓으려고 부엌 벽 중턱에 꾸민 선반]에 대나무 가지를 꽂고 장만한 음식을 차려 치성을 드리기도 한다. 예컨대, 산이면 대진리의 경우 하리아드렛날 아침 일찍 조상상을 차리는데, 상차림은 메와 나물 등 비교적 간단하다. 이는 자신을 돌봐 주는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지금도 행하고 있다.
하리아드렛날에는 특식으로 콩을 볶아 먹기도 한다. 콩을 볶아 먹는 풍속은 전국적인 풍속으로 보이는데, 병충해를 예방하고 농작물의 풍작을 기원하고자 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산면 고현리의 경우는 여름철 벌레를 예방하려고 콩볶기를 행하다. 여러 가지 콩을 한꺼번에 볶으면서 “굼벵이 볶자, 며루도 볶자, 빈대도 볶자.”라는 소리를 낸다. 산이면 대진리의 경우에는 그해 농사 해충을 없애기 위해 콩을 볶아 먹는다. 콩을 볶을 때는 “굼벵이 볶으자, 돝보자라 볶으자.”라는 말을 하면서 볶는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 볶아라.”라는 말을 하면서 콩을 볶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새와 쥐가 없어져 곡식을 축내는 일이 그만큼 없어진다고 여긴다.
하리아드렛날에는 그날 날씨를 봐서 한 해 날씨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산이면 대진리의 경우 이날 비가 오면 2월에 비가 많이 오겠다고 여기고, 바람이 불면 2월에 바람이 많겠다고 여긴다. 현산면 고현리의 경우에는 이날 서리가 내리면 그해 멸구가 많고, 서리가 내리지 않으면 멸구가 없다고 여긴다. 또한 ‘열이틀 바람, 스무날 비’라고 해서 음력 2월 중에 12일에는 바람이 불고 20일에는 비가 오면 그해 시절이 좋다고 여고, 12일에 바람이 불면 그해 바람이 많겠다고 여기고 20일에 비가 오면 그해 비가 많겠다고 여긴다.
또한 해남 지역에서는 하리아드렛날인 음력 2월 초하루에 영등할머니가 내려왔다가 2월 15일에서 20일 사이, 또는 10일에서 20일 사이에 올라간다고 여긴다. 따라서 영등할머니가 내려오는 날과 올라가는 날에 떡을 해 놓고 제사를 모시기도 한다. 영등할머니가 내려올 때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비가 내리고, 딸을 데리고 오면 다홍치마가 나부껴 예쁘게 보이게 하려고 산들바람이 분다고 한다. 그래서 비가 오면 ‘물영등’이라 하고, 바람이 불면 ‘바람영등’이라 한다. 또 햇볕이 나면 ‘불영등’이라 한다. 바람영등이 내리면 그해 바람이 많고, 불영등이 내리면 그해 가물며, 물영등이 내리면 그해 비가 흔하여 풍년이 든다고 여긴다. 송지면 통호리의 경우 이날 날씨를 보아 구름이나 안개가 끼고 음풍[남동풍, 남서풍]이 불면 ‘물영등’으로 간주한다. 하늘이 맑고 음풍이 아닌 바람이 불면 ‘바람영등’으로 간주하는데, 바람영등은 바닷가에서 매우 조심한다. 한편, 영등할머니가 마지막 올라갈 때까지 흙을 다루거나 창문을 바르지 않으며, 그 밖에도 고운 색이 있는 것을 만지면 눈이 아프다고 하여 옷감을 다루는 일까지도 삼갔다.
또한 하리아드렛날은 노래기를 없애기 위해 ‘노래기쫓기’를 행하기도 한다. 노래기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벌레로, 짚으로 이은 지붕에 산다. 노래기 퇴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행하는데, 현산면 고현리의 경우 소금물을 타서 손으로 그 물을 조금씩 떠내며 집 주위에 뿌리는데, 이때 “가내자, 가내자, 사내기[노래기] 가내자.”라는 소리를 한다. 이렇게 하면 사내기가 없어진다고 여긴다. 또한 고현리에서는 2월 1일에 빨랫방망이를 써서 빨래를 하면 논둑이 무너진다고 하여 빨래를 하지 않는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음력으로 이월 초하루는 본격적으로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에 음식을 장만해 먹으면서 하루 쉬는 날이다. 이날은 바람을 관장하는 신(神)으로 여기는 ‘영등할머니’가 내려오는 날이기 때문에 한 해 농사가 잘되도록 비가 때를 맞추어 오고 바람이 고르게 불기를 기원하면서 행동거지를 조심하였다. 이날 날씨를 통해 한 해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고, 해충을 예방하고자 콩을 볶아 먹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은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앞두고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고자 행한 풍속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콩 볶아 먹는 날이라는 관념은 어느 정도 남아 있지만, 실제 콩을 볶는 등의 행위를 행하는 경우는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