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301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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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食生活 |
영어공식명칭 | Dietary Life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남도 해남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옥희 |
[정의]
전라남도 해남 지역에서 먹는 일이나 먹는 음식을 둘러싼 생활과 풍속.
[개설]
식생활은 지리적·기후적 조건과 같은 생태 환경과 밀접한 관련성을 띠며, 역사를 비롯한 사회 문화적 환경과도 상관성이 있다. 전라남도 해남 지역의 식생활은 한국인의 일반적인 식생활과 흐름을 같이하면서도,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해남 지역만의 환경 속에서 형성되었으며 또한 변화하고 있다.
해남군은 전라남도 남서부에 있으며 도서 지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 면적이 가장 넓으며 경지 면적도 가장 넓다. 송지면, 북평면, 북일면, 화산면, 황산면, 문내면, 화원면이 바다를 인접하고 있어 비옥한 개펄과 바다에서 낙지, 꼬막, 굴, 김, 전복 등이 생산되고 있다. 논의 면적이 2만㏊가 넘고 밭의 면적도 1만㏊가 넘어 농업 조건도 매우 양호하다. 특히 겨울이 온화하고 여름은 서늘한 기후 조건과 해안에 입지한 지리적 조건으로 진딧물 등의 해충이 적어 단감 등의 유실수와 고추, 고구마, 배추 등의 재배에 적합하다. 해남 지역의 세발낙지와 참게젓, 계곡진양주는 특이한 맛으로 유명하며 간척지에서 풍부한 일조량을 받고 자란 쌀은 밥맛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해남 지역의 주요 거래 품목은 쌀을 비롯하여 맛좋은 고구마와 해안에서 잡히는 어류 등이다. 특히, 1일과 6일에 장이 서는 해남읍 5일장은 가장 중심적인 장으로, 규모도 크고 교통 요지에 있어 제조품과 농산물의 수집·분배점으로서 도매 기능을 하며, 지역의 집산물을 대도시에 공급한다. 2019년 해남군에서는 해남 특산물로 미니밤호박, 오색향미 세트, 세발나물, 송화병과, 해남진양주, 해남 김을 선정하여 홍보하고 있다.
[식생활의 변천]
해남군의 식생활이 과거에 어떠했는지는 『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 나주목 해진군 편에 나오는 “땅이 기름지고 메마른 것이 반반이며, 간전(墾田)이 5,941결이요[논이 5분의 2이다], 토의(土宜)는 오곡과 뽕나무·삼·목화·닥나무·모시이다. 토공(土貢)은 여우가죽·삵괭이가죽·족제비털[黃毛]·녹용·칠·꿀·밀[黃蠟]·표고·전복·홍합·분곽(粉藿)[품질이 좋은 미역]·상곽(常藿)[품질이 보통인 미역]·석이·자리·지초(芝草)·가위톱[白歛]·속돌[용암이 갑자기 식어서 생긴 작은 구멍이 많은 가벼운 돌]·비자(榧子)요, 약재(藥材)는 천문동·인삼이요, 토산(土産)은 가는대·왕대이다.”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록을 통해 당시 해남 지역의 땅에서 나는 식재료로는 오곡, 꿀, 표고, 석이, 비자 등이 있었고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로는 전복, 홍합, 미역 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해남 지역은 넓고 비옥한 토지와 바다를 끼고도 한동안 정상적인 식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공출이 심해 배고픔을 겪어야 했고,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한국전쟁을 겪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겨난 용어가 ‘보릿고개’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빈곤이 극심해서 매년 봄에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보릿고개란,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묵은 곡식이 떨어지고 아직 햇보리는 수확하기 전에 모든 양식이 바닥나서 배고픔이 극에 달하는 시기로, 음력 4, 5월 무렵을 말한다. 식량을 아끼기 위해 무밥, 감자밥, 서숙밥[조밥]을 지어 먹고, 그것마저도 부족할 때에는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서는 초근목피로 쑥이나 엉겅퀴, 조뱅이를 데쳐 나물이나 국을 끓여 먹었으며, 도토리를 삶아 묵을 쑤어 먹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다. 또 바닷가에 나는 톳, 가사리, 파래, 물곳[무릇]을 섞어 고아 먹었다. 또한 칡뿌리와 돼지감자 뿌리를 캐서 먹기도 하였다. 1960년대 이후로는 작물의 품종 개발이 이루어져 통일벼가 생산되고 비료가 개발되어 서민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다.
[토속주]
해남 지역의 토속주로는 녹산주, 진양주를 꼽을 수 있다. 토속주는 일제강점기에 밀주로 취급되면서 일반 가정에서의 제조가 금지되고 1962년 양곡관리법에 의해 제재가 더 심해져 제조 기술 전승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25호로 지정된 해남진양주와 3년 전에 개발된 해남우슬주는 현재도 시판되고 있으나 녹산주[녹향주]는 기능보유자였던 조현화가 세상을 떠남으로써 같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추억 속의 술로 기억될 해남녹산주는 제조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워낙 다양해진 술 시장을 뚫기가 그리 녹록치 않아 자녀들도 선뜻 그 뒤를 잇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가 음식]
종가들 중에서 불천위(不遷位) 제례를 지내는 종가는 사회적으로 공인된 종가라고 할 수 있다. 해남 지역의 종가들 중에서 불천위 제례를 지내는 종가는 해남윤씨 어초은 종가, 여흥민씨 충정공파 동외 종가, 원주이씨 산막동 종가이다. 종가의 음식은 제례 음식과 접빈 음식, 장류에서 특징을 드러낸다. 종가의 음식은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제사를 공손히 받들고 손님을 지극히 모신다는 뜻]으로 대표되는 종가 문화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종가의 음식 문화는 상류층의 문화이면서 지역적 특성을 담은 지역 문화의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해남 지역의 자연적 환경은 해남 지역 종가의 제례 음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오징어, 병어, 장대, 노가리, 전어, 조기, 문어, 낙지, 돔 등의 생선이 주 제물이 되고 있고 탕이나 나물의 밑간은 바지락이나 굴로 하고 있다.
또한, 종가에서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절대로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해남윤씨 어초은 종가의 접빈 음식으로는 다식이 주목된다. 비자강정, 감태감정, 감단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흥민씨 충정공 종가에서는 시제와 불천위 제례 때 종가를 찾는 문중 사람들에게 해신탕을 대접한다. 해신탕은 시제에 올리는 닭 열아홉 마리에 해남 바다의 낙지와 전복을 넣고 큰 솥에 끓여 내는 것이다. 원주이씨 종가에서는 유자를 이용한 음식이 발달했다. 종가 마당에는 수령이 오래된 유자나무가 있어 시제나 묘제를 모실 때 반드시 유자를 올린다. 또한 유자로 유자청을 담가 두었다가 찾아오는 손님에게 다과와 함께 대접했다고 한다.
한편, 종갓집에서는 음식의 기본인 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씨간장을 소중히 보관하였다. 해남 동국장을 개발한 밀양박씨 공간공파 31대 종부 한안자 명인도 100년이 넘은 씨간장을 보유하고 있다.
[식생활의 현재]
2019년 현재 해남군에 있는 식당들은 업종이 매우 다양하다. 인터넷 다음 포털 지도를 활용하여 해남군 식당을 찾아보면 1,858건이 검색된다. 식당은 각 읍면 소재지에 주로 있지만 특히 해남읍과 해남 대흥사 인근, 송지면 땅끝마을에 집중되어 있다. 식당의 종류도 다양해서 한식, 횟집, 중식, 분식, 고깃집 외에도 치킨집, 카페, 뷔페, 야식, 떡집, 빵집, 피자집 등이 확인되었다. 그중에서도 한정식 식당이 가장 많고 횟집이나 해산물 식당도 많다. 오래된 식당들도 있는데 해남 대흥사 인근의 유선관 식당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되면서 크게 주목받았고, 해남읍 천일관은 1924년 문을 열어 3대가 가업을 이어 가고 있다. 카페도 총 57개소가 있어 2000년대 이후 한국 식생활의 변화를 해남 지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해남 지역에서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지역민들이 늘어나고 있고, 저녁 식사 후에도 술집 대신에 카페를 찾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만찬상에 오른 해남 동국장과 ‘알쓸신잡’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주목받은 ‘해남닭코스요리’와 산이면 ‘순대국밥집’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남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로 만든 피낭시에제과점의 해남 고구마빵도 해남의 지역성을 담은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