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동에는 조선 시대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총 여섯 개의 가문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 궁동의 전의이씨·안동권씨, 온수동의 상주박씨·진주유씨·전주이씨·제주고씨 등이다. 이중 온수동의 집성촌 성격은 궁동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 제주고씨는 선산 자리에 서울온수일반산업단지[일명 온수공단]가 조성되면서 문중 묘역을 인천으로 옮겼고, 진주유씨는 마을에 남은 가구가 없다. 그러나 궁동의 경우 전의이씨와 안동권씨가 각각 20여 가구 정도 남아 있어 시제를 비롯한 전통 제례가 이어지고 있다.

[음력 10월 초 닷새 날 드리는 전의이씨 부정공파 시제]

시제는 주로 봄·여름·가을·겨울, 즉 사계절에 지내는 제사로, 지역과 가문마다 드리는 방식과 장소에 차이가 있다. 궁동에 자리 잡은 전의이씨 부정공파는 추수가 끝나는 음력 10월 초닷새에 시제를 드린다. 농업이 주 소득원이었던 시절 가을에 시제를 드리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경노 씨는 “궁동에 정착한 부정공파 어르신을 비롯해 조상님께 드리는 제사에 전의이씨 150여 명이 모이죠. 아침 11시에 청룡산에 있는 문중 묘에서 제사를 드려요” 라고 설명한다.

전의이씨 부정공파는 전통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제복을 갖춰 입고 시제를 진행한다. 문중에는 50여 벌의 제복을 따로 마련해 보관하고 있다.

제사를 끝내고 점심 식사를 하면 종친회가 열린다. 멀리 사는 친척이 많다 보니 시제를 드리는 날 문중에 필요한 안건을 서로 의논하고 함께 결정을 내린다. 한편 전의이씨의 시조할아버지 제사는 봄에 충청남도 연기군 전의면에서 따로 진행된다.

[공신각을 세워 놓고 드리는 권협공 제사]

안동권씨 충정공파 문중의 큰 행사는 설과 추석의 차례, 그리고 매년 가을에 드리는 시제로 나뉜다. 시제는 전의이씨와 마찬가지로 한 해의 추수가 끝나면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로 가을에 드려 왔다.

안동권씨 충정공파에서 또 하나 중요한 문중 제례가 있다면 처음 궁동에 자리 잡은 권협 공의 제사다. 권창호[1950년생] 씨는 “가을에 큰 시제를 드리곤 하는데 100명 정도 모여요. 특히 권협 공 제사를 드릴 때는 공신도를 걸어 놓고 높은 제상을 차려요.”라고 설명한다.

안동권씨 충정공파의 경우 와룡산 자락에 권협 공 묘를 비롯해 정선옹주와 권대임 부마의 묘역이 잘 관리돼 있어 시제와 파시조 권협공의 제사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권창호 씨는 “예전에는 두루마기와 제복을 모두 갖추고 했지만 현대화 되면서 예복은 간소화됐죠. 그래도 머리에 쓰는 제관을 갖추고 옛 방식 그대로 제례가 진행됩니다.”라고 덧붙인다.

[정보제공]

• •  이경노(남, 1940년생, 구로구 수궁동 주민)
• •  권창호(남, 1950년생, 구로구 수궁동 주민, 수궁동 주민자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