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C02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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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수궁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윤정 |
[대동계로 운영됐던 도당제]
수궁골 도당제가 언제부터 유래되었는지에 관한 확실한 문헌 자료는 없다. 구전에 따르면 고려 후기 서해에서 외적의 침입이 빈번해지자 마을의 평화와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기 위해 도당제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1930~1945년까지 수궁골 도당굿은 마을의 대동계 역할을 했다. 해방 후 대동계는 ‘세찬계’와 ‘상품계’로 분화됐다.
세찬계는 고기가 귀했던 시절 마을 주민들이 돈을 모아 고기를 사서 잔치를 벌이며 우의를 다지는 모임이었다. 상품계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돕는 모임이었는데, 마을에서 상을 당한 집에 주민들이 각각 쌀을 한 대씩 모아 주는 등의 활동이 이뤄졌다.
권창호[1950년생] 씨는 “1960년대 중반까지도 도당제를 지냈어요. 제를 지내는 고개를 도당고개라고 불렀는데, 거기는 상여나 가마가 넘지 않는 영험한 고개예요. 도당제를 지낼 때면 박수무당이 와서 주재를 했죠.”라고 기억한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온수현대힐스테이트 가압장 부근 산을 도당산이라고 부르고 그곳의 고개를 도당제고개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곳에 예전에 도당나무가 있었다고 전한다.
이곳 도당나무 아래에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도당제를 올리고 부천의 유명한 화랑이들로 구성된 농악과 풍물패들이 온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와 안탯굿을 벌였다고 한다. 지신밟기의 경우 집집마다 마당에 상을 차려 놓으면 풍물패들이 마당과 장독대 주변을 돌면서 소원을 빌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도당제를 되살리기 위해 많이 애썼죠]
수궁동 도당굿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권창호 씨는 “종교적인 의식으로 봐서 사라진 것도 있을 거고요. 어른들이 돌아가시면서 점차 전통이 사라진 것도 있겠죠.”라고 설명한다. 지신밟기 전통도 마을에 연립 주택과 빌라가 늘어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도당굿 전통을 되살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1990년에는 제1회 서울시민민속축제 구로구 대표로 ‘수궁골 도당제 놀이’를 복원하여 출전하기로 했으나 그 해 9월 11일 한강 제방이 붕괴될 정도의 폭우가 내리면서 행사가 중단되었다. ‘수궁골 도당제 놀이’는 도당제를 지내면서 농악과 풍물패들이 주민과 함께 어우러져 마을 축제로 벌이는 민속 놀이였다. 당시 수궁동 농악대와 마을 주민 100여 명이 복원한 수궁골 도당제 놀이는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1과정-농사짓기 농악놀이
논머리에 농기를 세우고 농악대는 풍물을 울리며 농부들은 흥겹게 어깨춤을 추며 농사를 짓는다. 농부들은 논을 갈아 모심고, 논매고, 벼 베어 타작하는 과정을 흥겹게 흉내 내며 논다. 이때 「모심기 노래」와 「모내기 노래」, 「마당질 노래」 등을 선소리꾼이 앞소리를 메기면 농부들은 뒷소리를 흥겹게 따라 복창한다.
2과정-도당제
도당나무 꼭대기로부터 아래로 평화를 상징하는 백색 천을 세 갈래로 펴서 내리고 주위에는 금줄을 쳐서 부정을 예방한다. 나무 아래에 제단을 설치하고 마을 모임에서 선정된 제관이 정성스럽게 도당제를 올린다. 제의 순서는 분향 및 독축, 헌작, 소지, 음복의 순으로 진행된다.
3과정-지신밟기 놀이
도당제가 끝나면 이어서 주위에 모였던 마을 사람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풍물을 울리면서 기를 앞세우고 마을로 내려와 집집마다 돌며 안택(安宅)과 초복(招福)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놀이를 전개한다. 상쇠가 집 안 곳곳을 찾아 돌며 덕담으로 축원하면 나머지 패거리들은 상쇠를 향해 풍물을 치며 힘차게 땅을 밟으며 돈다.
[되살아나는 전통들]
2003년 10월 13일 구로구청에서 앞장서 근린공원에서 ‘구로 도당제(九老 都堂祭)’를 재현했다.
구로 도당제는 수궁골 도당제와 항골 산신제를 조화시켜 만든 것이다. 도당제를 재현한 조영국[1952년생] 씨는 구로구 주민이자 오류골과 수궁골 지역의 도당제 명맥을 잇고 있는 경기도 도당굿 무형문화재 제98호이기도 했다. 도당제는 마을신에게 제를 올리는 동신제(洞神祭)와 달리 무당이 주재하는 의식으로서 길놀이와 축원 제배, 비나리, 도당 모시기, 도당굿, 살풀이 등의 순서로 평택농악과 함께 진행된다. 그런데 매년 이어 가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2004년부터는 개최되지 않은데다 구로구청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당시 행사 사진들이 유실되고 말았다.
2010년 3월 28일에는 와룡산산악회 주최로 ‘와룡산 산신제’가 열렸다.
무당이 주재하는 ‘제의’와 풍물패가 놀던 ‘지신밟기’를 생략한 제사 형식이었다. 마을 주민 100여 명은 궁동생태공원에서 제사를 지내고 함께 음식을 나눴다.
동귀원[1956년생] 씨는 “마을 전통인 도당제를 그대로 지내진 못했지만 약식으로나마 산신제를 드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주민들이 단결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