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C02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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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수궁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윤정 |
2010년 현재 서울에도 농사를 짓는 곳이 남아 있을까.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서울의 농가는 2130가구, 농업 종사자는 7084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들이 농사를 짓는 땅 면적은 13.4㎢로 여의도의 1.6배에 이르는 규모다. 지난해 서울에서 생산된 쌀은 1371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0.03%, 채소는 0.3%라고 한다.
급격하게 도시화를 겪은 구로구에도 농사를 짓는 곳이 남아 있다. 풍치지구로 지정됐던 천왕동, 항동, 수궁동 일대에서 논과 밭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010년 현재 구로구는 천왕동과 항동 일대에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궁동은 인근의 개발 계획과는 달리 자연 마을 상태로 보존될 예정이다.
[낮은 산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밭]
궁동생태공원 남쪽 원각사 가는 길은 자동차 두 대가 아슬아슬하게 교차해야 하는 좁은 골목이다.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빌라들이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밭과 비닐하우스가 펼쳐진다. 와룡산 아래 골짜기인 이곳은 예부터 ‘배밀’이라 불렸다.
멀찌감치 서서 밭 모양을 바라보면 ‘배밀’이라 불렸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산 아래 골짜기에 펼쳐져 있는 논과 밭들이 너른 모양이 아닌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뱀실’이라 불렸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뱀일’로 불리다 다시 ‘배밀’로 자연스레 바뀌어 불렸다고 한다.
[왕복4차선 도로로 변한 궁동 논밭]
2004년 개통된 궁골길은 원래 논과 밭이 넓게 펼쳐졌던 곳이다. 자동차에게 공간을 내주고 수궁동의 논밭은 산 아래로 숨어들었다. T자로 뚫린 궁골길 북쪽 도로가에도 밭이 남아 있다.
숨어 있는 밭만큼 수궁동의 농업 인구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상업적으로 농사를 짓는 가구는 많지 않지만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가꾸는 사람은 꽤 되기 때문이다. 경서농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수궁동에서 농사를 짓는 조합원으로 경서농업협동조합에 등록된 사람은 40명이며 등록된 농지 면적은 0.26㎢라고 한다.
1980년부터 배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일[1935년생] 씨는 “파, 마늘, 열무, 감자, 상추, 근대, 쑥갓 등 텃밭처럼 가꾸는 거죠.”라고 설명한다. 배밀 바로 옆 김영일 씨의 집에는 작은 축사도 마련돼 있다. 토끼와 토종닭을 기르는 공간이다. 김영일 씨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있었던 축사를 수리해 사용하는 것이다.
수궁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2010년부터 배밀에서 주말농장을 가꾼다. 200평[660㎡]을 임대해 감자와 배추 농사를 짓는 것이다.
김덕용 씨는 “수궁동 자원 봉사 단체들이 협력해서 주말 농장을 가꾸는 거예요. 수익금은 모두 독거노인을 위해 쓰입니다.”라고 말했다. 2010년에도 4월 7일에 감자를 파종해 7월 8일에 수확했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