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0B03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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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서울특별시 구로구 가리봉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다일 |
가리봉동에 중국 사람들이 많이 모인 이유는 저렴한 집값과 중국 음식, 중국 문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 중국인들을 보살피는 교회와 지원 단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단체 가운데 하나인 서울중국인교회에서 만난 한족 여성의 이야기는 가리봉동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가리봉동에 살고 있는 한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마치 텔레비전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탈북자를 위해 결혼했지만 한국서 버림 받아]
중국 국적의 한족 왕이[가명, 1970년생] 씨는 중국에서 북한에서 도망쳐 나온 남자를 만났다. 이 남자와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게 된 왕이 씨는 지난 2003년 남편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잠시 헤어지게 됐다.
한국에 가면 반드시 초청하겠다는 남편이 약속을 지켜서 왕이 씨는 2005년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왕이 씨가 벌어 오는 돈으로 생활을 했지만 한국에 들어오니 상황이 역전됐다. 탈북자인 남편은 대한민국에서 지원해 주는 정착 자금도 받았고 직장도 소개 받아 다녔다. 하지만 한국말조차 서투른 왕이 씨에게 한국은 적응하기 힘든 나라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살게 됐다며 왕이 씨에게 이혼을 통보했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한국에 아이와 함께 남겨진 왕이 씨는 당장 먹고 살 것이 막막한 상태가 됐다. 결국 왕이 씨는 서울중국인교회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 살고 있다.
[갈 곳 없는 이들의 마지막 쉼터]
가리봉동은 중국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처음 찾는 곳이기도 하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교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더욱 절박하다. 조선족 사람들이야 한국 어디를 가도 말이 통하니 어떻게든 살아 본다지만 한족의 경우 언어 소통 문제로 인해 한국에 남아 있지도, 중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서울중국인교회에는 이런 저런 사연으로 한국에 남아 있는 한족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탈북 남편을 보살피다 한국 땅까지 같이 들어왔는데 일방적으로 이혼 소송을 당한 왕이 씨의 경우 소송에 참여할 비용이나 언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당장의 거처 마련도 어려운 처지라 종교 단체, 사회단체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가리봉시장 인근 건물 지하에 있던 서울중국인교회는 2010년 4월 교인들의 도움을 받아 구로구 대림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황규 목사는 “교회에서 지내야 하는 딱한 처지의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기도 하고 가리봉동이 재개발된다고 해서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탈북자에 의해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생활할 마지막 거처라 생각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