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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0B020302
지역 서울특별시 구로구 가리봉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다일

2010년 1월 25일 서울시에서는 ‘가리봉지구 재정비 촉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구로구 가리봉동 125번지 일대를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가리봉동 지역에 최고 53층의 고층 빌딩과 543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지금의 벌집과 다세대 주택으로 가득 찬 공간이 완벽하게 탈바꿈하는 것이다.

서울시와 구로구청은, 구로디지털단지광명시를 잇는 위치에서 주거 지역으로 역할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가리봉동 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2010년 6월 10일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성 구로구청장도 재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가리봉동 재개발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7000명이 넘는 중국 동포들과 벌집촌 주인들, 그리고 지역 상인들까지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가 재개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재개발 발표 이후 나눠진 민심]

재개발은 가리봉동에 사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구로구청과 서울시청에서는 50층이 넘는 마천루를 세운다며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각자 다른 입장에서 재개발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가리봉동은 종종 신문 지면을 오르내린다.

그래서도 재개발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마디 잘 못 했다간 다음날 득달같이 사람들이 찾아와요. 재개발에 찬성하는 얘길 하면 반대하는 쪽에서 와서 항의하고, 반대하는 얘길 하면 찬성하는 사람들이 항의해요. 그러니 재개발 얘기는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최고거든요.” 슈퍼마켓 앞에서 이웃끼리 수다를 떨던 아주머니가 건넨 말이다. 아주머니의 말대로 이곳 가리봉동에서 2010년 현재 재개발 이야기는 묻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제일 궁금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재개발 찬성과 반대, 그리고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입장을 정하다 보니 편이 갈렸다. 상인들은 그들대로 단체를 만들어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집주인과 땅주인들은 또 그들대로 재산 가치를 높이고자 열심이다. 투표권도 발언권도 없다지만 실제로 가리봉의 주민들인 중국 동포들 역시 입장들이 있다. 서로 간에 입장이 팽팽하다 보니 재개발 이야기만큼은 여유가 없다. 묻기도 힘들고 답하기도 힘들다.

[재개발이 갖는 의미]

1960년대 구로공단이 생기면서 가리봉동의 땅 역시 수용되면서 주로 공장 부지가 되었다. 나머지는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과 청계천 등 재정비 사업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정착할 땅으로 수용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리봉동에 오래 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개발에 대한 얘기만으로도 몸서리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간에 가리봉동 재개발은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계속되고 있다. 가리봉동에서 벌집을 운영하는 김정득[1947년생] 씨는 “예전에 가리봉동구로동에 생기는 공장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었어요. 구로는 일하는데, 가리봉은 잠자는데, 이렇게 나눠졌어요.”라며 “그런데 요즘 구청에서 하는 얘기도 똑같은 상황이에요. 구로디지털단지가 먼저 생기니까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까운 데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이겠죠.”라고 말한다.

한편,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인근 지역에 쾌적한 주거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회사를 다니는 최서원 씨는 “디지털 단지에 부족한 것은 주택.”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단지에 주택이 모자라서 안양이나 시흥까지 집을 구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서원 씨의 말처럼 구로구에서 추진하는 재개발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주택 수요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점차 가리봉동의 오랜 모습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정보제공]

  • •  김정득(여, 1947년생, 구로구 가리봉동 주민, 벌집 운영)
  • •  최서원(남, 1980년생, 구로구 구로동 주민, (주)NHN게임즈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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