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6C02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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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김제시 죽산면 홍산리 내촌마을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현대/현대 |
집필자 | 배해수 |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곳]
코스모스가 길을 따라 길게 양편으로 늘어서서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길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땅이 맞닿은 광활한 김제만경 평야는 우리나라의 최대 곡창지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풍성한 현재의 풍경은 그냥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 선조들의 피땀으로 얼룩진 부산물이다. 억압과 착취에 항거한 농민운동인 동학농민운동명은 이 지역 일대를 근거지로 시작되었다.
일본 군대의 힘을 빌려 강제로 농민들의 외침을 진압한 조선왕조는 결국 나라를 빼앗기는 망국의 길을 걷고 말았다.
일본은 손쉽게 조선의 강토를 빼앗고 조선인들을 노예나 하인처럼 부렸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가 쌀을 강제로 수탈하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에서는 당시 민중의 한을 개사된 「아리랑」으로 가슴 저리게 표현하고 있다.
아리라앙 아리라앙 아라리요오 아리라앙 고오개로오 너머어가안다아
물 좋고 산 좋은데 일본 놈 살고 논 좋고 밭 좋은데 신작로 난다아
아리라앙 아리라앙 아라리요오 아리라앙 고오개로오 너머어가안다아
대대로 물린 땅 토지조사에 뺏기고 처자식 배곯리는 타향 거지 되었네…… [중략]
“참말로 사람이 복장 터져 죽을 일이다. 여그만 오면 쌀도 많고 돈도 많은디. 이놈에 신세넌 요거시 머시다냐. 금싸래기 겉은 전답 그 빌어묵을 토지 조사에 빼앗겨 불고 갈수록 쪼그라드는 신세니 참말로 한심허다. 다 저 왜놈덜이 왠순디, 저것덜얼 싹 몰아낼 방도가 그리도 없능가.”[『아리랑』8, 45쪽 참조]
[고난의 왜정 시기를 그리다]
내촌마을에는 이제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의 횡포와 수탈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들려 줄 만한 사람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김제 지역민을 주인공으로 그 시대의 아픔을 그려낸 대하 역사소설 『아리랑』에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던 이들의 삶의 애환이 생생하게 묻어나 있다. 김제 만경과 광활간척지를 무대로 고난의 세월인 왜정 시기를 그려낸 또 다른 장편소설로 임영춘의 『대지의 유언』이 있다.
『대지의 유언』에는 일본인 소유가 된 땅에서 굶주린 마을 주민들이 쌀을 감추는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타작이 끝나고 난 다음, 논 주인이 멍석을 말고 짚을 걷으면 나락이 여기저기 움퍽듬퍽한데나 또는 베어 낸 벼 포기 속에 들어 있다. [중략] 짚신 바닥에 나락을 집어넣기도 하고 또 소매와 바지가랑이에 알곡을 넣어 걷어 올리고 집에 와서 터는 것이었다. [중략] 본부에서 노발대발하여 2답구의 타작을 그만 중지시키고 짚눌 방짝할 것 없이 샅샅이 뒤지게 되었다. 지배인 이하 주임급들과 사무원을 투입하여 호호마다 수색에 나섰다. 그들은 뾰족하게 깎은 창대로 아무 데고 푹푹 쑤시고 다녔다. 심지어 장독 단지 속이나 들에 짚눌은 물론 흙이 파진 자국이 있는 데는 땅속까지 헤쳐 봤다. 이렇게 해서 적발된 집이 24호나 되었다. 이들은 모조리 쫓겨나게 되었다. [하략]
[사람이 없으니 농기계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들에게 소작을 붙여 근근이 살아가던 고난의 시기는 이제 아득히 잊혀 버린 과거사가 되었다. 근대화의 과정을 통해 농지가 정리되고 기계화되면서부터 소출은 인력으로 하던 수도작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양의 수확 차이를 내고 있다.
1980년대까지 내촌마을은 가옥이 120여 호가 넘었던 비교적 큰 마을이었는데, 당시까지는 기계화 영농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사람의 손이 여전히 필요했다. 그러나 점차 교육을 위해 자녀들을 도시로 보내거나 마을 사람들이 농사일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갖고자 마을을 떠난 후 벼농사는 기계가 있는 젊은 사람들 3~4명이 맡아서 짓고 있다.
땅이 있는 소유주가 고령이어서 더 이상 농사일이 어렵고 큰 기계를 다루지 못해 대부분 경작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있다. 과거에는 소수의 양반이나 일본인 대지주가 많은 농민을 대상으로 소작을 내주어 세를 거두었다면 현재는 소규모의 여러 개인 농토를 한두 명이 도맡아서 대규모로 경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