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102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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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修理山- |
영어의미역 | The Tale of Pond in Surisan Mountai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 차곡리 |
시대 | 조선/조선 전기 |
집필자 | 안상경 |
[정의]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 차곡리에 전해오는 권근의 묘 이장(移葬)에 관한 일화.
[개설]
조선 초기 권근(權近), 권제(權踶), 권람(權擥)에 이르는 유명한 인물들을 배출한 명문 집안에 얽힌 이야기이다. 묘가 음성군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다.
[내용]
1409년(태종 9)에 양촌 권근이 죽자 광주에 묘를 썼다가 1440년(세종 22)에 방축리 능안에 좋은 땅을 골라 이장할 때의 일이다. 양촌의 묘소 조성이 한창 진행 중에 있는데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노승과 상좌가 있었다.
노승은 발길을 멈추고 산세를 둘러보며 살피다가 상좌를 돌아보며 목이 마르니 상주에게 가서 물을 얻어 오라고 하였다. 어린 상좌는 묘소를 조성하는 곳에 가 상주를 보고 온 뜻을 말하였다. 그때 상주는 좌찬성을 지낸 권제와 좌의정 권람이었다.
상주는 이를 당돌하게 여기고 어린 상좌를 꾸짖으며 노비를 불러 노승을 포박하여 대령하라고 하였다. 끌려간 노승은 상주에게 용서를 구하였지만 상주는 노발대발하며 곤장을 치도록 하였다.
이때 노승이 침착한 어조로 “소승이 불민하여 죄를 진 것 같사옵니다. 운수(雲水) 납자(衲子)의 몸으로 오늘 우연히 이곳을 지나는 길에 급작스레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고자 사방을 살피니, 민가는 보이지 않고 우물도 보이지 아니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행여 물이 있을 것 같아 물을 얻어 오라 하였습니다”하며 자초지종을 말하였다.
이어 “상주님, 노여움을 거두소서. 하오나 지금 하고 있는 광중(壙中: 시체가 놓이는 무덤의 구덩이 부분)에서 물이 난다면 그것을 퍼서 버리겠지요? 퍼서 버리는 물이면 갈증 나는 사람에게 한 그릇 주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소” 하였다.
이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광중에서 물이 난다”면서 떠들썩하였다. 상주는 크게 당황하였고 택지(擇地)한 지사는 이미 달아나고 보이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본 노승이 결박을 풀어 달라 하면서 광중에서 나오는 물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였다. 풀려난 노승은 묘소 주위의 지형을 살피고 나서 동쪽 수리산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 산 중턱에 못을 파면 이곳 물이 저곳으로 빠져갈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상주는 반신반의하면서 수리산에 못을 파게 하였다. 하지만 묘소보다 수리산이 높은데 낮은 곳의 물이 높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은 사리에 어긋나는 황당한 이야기요, 또한 이곳에서 저곳까지 십 리가 넘는데 그곳에서 혹시 물이 난다 해도 그 물은 그쪽 산에서 나는 물이 분명하지 이곳 물이라고는 볼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상주가 증명해 달라고 하자 노승이 왕겨를 가져 오라 하고는 왕겨 한 줌을 광중 물 위에 띄우니 광중 물이 서서히 없어져 버렸다. 얼마 후에 수리산 못 물에서 왕겨가 나왔다는 전갈이 왔다. 이에 상주는 크게 기뻐하고 노승에게 사의를 표하였다. 이 일이 있은 후로 500여 년이 훨씬 지났으나 지금도 3년에 한 번씩 안동권씨 후손들은 수리산을 손질한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권근의 이장 이야기는 풍수지리와 연관이 있다. 풍수상으로 물이 있는 땅에 시신을 안장하면 관 안에 물이 차 시체가 편치 못하기 때문에 물이 차는 땅은 안 좋은 땅이다. 이 이야기는 노승을 등장시켜 그 땅을 어떻게 길지(吉地)로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못을 만들어 물이 안 나는 지역에 물을 나게 하는 덕을 쌓는 행위를 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