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9016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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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道峰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서울특별시 도봉구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 |
집필자 | 서여진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891년 3월 5일 - 「도봉」 저자 이병기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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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찬|간행 시기/일시 | 1939년 - 「도봉」[이병기]이 수록된 『가람 시조집』 간행 |
저자 몰년 시기/일시 | 1968년 11월 29일 - 「도봉」 저자 이병기 사망 |
배경 지역 | 도봉산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 |
성격 | 현대 시조 |
작가 | 이병기 |
[정의]
일제 강점기 이병기가 도봉산을 오른 체험을 소재로 하여 쓴 4연의 연시조.
[개설]
「도봉」은 일제 강점기에 가람(嘉藍) 이병기(李秉岐)[1891~1968]가 도봉산을 오른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기행 시조로서 화자의 체험이 드러나면서도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도봉」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 『가람 시조집』의 제1부에 수록되어 있다. 『가람 시조집』의 제1부에는 「도봉」, 「월출산」, 「대성암」 등과 같이 고유명이 있는 산천의 경개를 노래하고 있다. 이들 시조는 이병기의 시조 혁신론의 일환으로 창작된 작품으로, 전통 시조의 시조창에서 벗어나 현대시에 가까운 시조를 선보이고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구성]
「도봉」은 4연으로 구성됨으로써 화자가 도봉산에 오르는 과정이 섬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고개 넘어드니’[1연], ‘옮기는 발자욱마다’[2연], ‘또 한골 찾아드니’[3연]라 하여 도봉산에 오르는 시적 화자의 여정이 연속적으로 드러나 있는 연속 구성을 이루어, 각 연이 도봉산의 한 장면씩 카메라로 찍은 듯이 영상적 흐름을 보여준다.
화자의 여정을 따라 각 연에서는 화자가 본 도봉산의 풍경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때 대상인 도봉산에 대한 주체의 감정은 억제되고 풍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서경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내용]
1연은 비로 젖은 옷을 바람에 말리면서 도봉산의 한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시적 화자가 고개를 넘으면서 본 숲속의 절과 비로 인해 물이 불어 있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2연은 덤불과 바위서리에 푸른 잎이 우거지고 희고 붉은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노래하여 1연에서 원경의 풍경을 바라보았던 것에서 근경의 풍경으로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한고개 넘어’ 들어 본 숲과 물의 모습이 1연의 내용이었다면 2연에서는 ‘옮기는 발자욱마다’ 화자 근처의 덤불과 꽃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어 화자가 이동 중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 정적인 풍경과 대비되는 화자의 동적인 시선과 움직임이 강조된다.
3연에서는 시적 화자가 다시 고개를 넘어가면서 본 아늑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고, 마지막 4연에서는 만장동의 만장 바위와 천축의 여러 폭포를 노래하며 도봉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 경탄을 보이고 있다. 4연에서의 바위와 폭포의 풍경은 3연의 ‘조고만 들건너 에두른 뫼’와 ‘나붓이 그 등을 숙이고’ 있는 강의 아늑한 풍경과 대비되고 있어 아늑한 풍경과 웅장한 풍경을 모두 지니고 있는 도봉산의 다채로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도봉(道峰)
비로 젖은 옷을 바람에 말리도다.
한고개 넘어 드니 숲속에 절이 있고
그 앞에 바위 엉서리 물은 불어 흐른다.
돌고 도는 빙에 덤불과 바위서리
푸른닢 욱어지고 하고 붉은 꽃도 피어
옮기는 발자욱마다 향긔 절로 일어라.
또 한골 찾아드니 어욱이 안옥하다
조고만 들건너 에두른 뫼와 뫼히
나붓이 그 등을 숙이고 강이 또한 보인다.
만장봉(萬丈峯) 만장(萬丈)바위 천축(天竺)의 여러 폭포(瀑布)
이 돌 이 물이야 또 어대 없으리오.
내 마음 이곳에 드니 내 못잊어 하노라.
[특징]
「도봉」의 각 연은 도봉에 오르는 과정이 섬세하게 나타나고 있는 연속 구성을 취하고 있어 각 연들이 도봉산 기행이라는 주제를 향해 응집하므로 각 연들의 긴밀성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대상인 도봉산에 대한 주체의 감정은 억제되고 풍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서경적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 「도봉」의 특징이다.
[의의와 평가]
「도봉」이 여정의 연속 구성을 통해 통일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은, 이는 연시조가 단순히 내용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그 내용이 미적 효과를 획득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가람의 연시조에 대한 주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병기는 종래의 연시조가 각 연들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고 독립적이며, 시상이 중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점에서 벗어나 감정의 통일을 이루어 서로 연관되고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도봉」은 여정의 연속 구성을 통해 이러한 연시조의 통일성을 효과적으로 획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병기는 1929년 수필 「도봉산행」 등을 발표하여 신선한 감각과 묘사로 수필의 새로운 경지를 연 바 있는데, 도봉산 기행을 바탕으로 한 「도봉」 또한 도봉산 풍경에 대한 세밀하고 객관적인 묘사와 절제된 언어를 통해 현실감을 획득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추상적인 시조와는 변별적으로 가람 이병기의 시조가 갖는 현대적인 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