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대구 일대에서 강학 활동을 하였던 정구가 1617년 서사원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제문.

[개설]

「제서행보 사원 문(祭徐行甫 思遠 文)」을 쓴 정구(鄭逑)[1543~1620]는 본관이 청주(淸州)이고, 자는 도가(道可)이며, 호는 한강(寒岡)이다. 아버지는 정사중(鄭思中)이며, 어머니는 성주이씨(星州李氏)로 이환(李煥)의 딸이다. 이황(李滉)과 조식(曺植)의 문인이다. 모든 방면의 학문에 정통하였고, 특히 예학(禮學)에 조예가 깊어 많은 예서(禮書)를 편찬하였다. 정구는 말년에 칠곡 사수(泗水)[현 대구광역시 북구 사수동과 경상북도 칠곡군 지천면 일대]로 이거(移居)하여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대구를 포함한 인근 지역의 유학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대구의 연경서원(硏經書院)·도동서원(道東書院) 등 많은 서원에 제향되었다.

서사원(徐思遠)[1550~1615]은 본관이 달성(達城)이고, 자는 행보(行甫)이며, 호는 낙재(樂齋) 혹은 미락재(彌樂齋)이다. 경상북도 성주 팔거현(八莒縣)[현 대구광역시 북구 칠곡 일대]에서 출생하였다. 서사원의 본가는 대구 남산(南山)의 옛 역터이다. 서사원은 임진왜란 시기를 중심으로 영남에서 구국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열악한 환경에서 학문 연마와 강학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황의 학맥을 계승한 정구를 찾아가 배웠고, 정구는 서사원을 사우(師友)로 대우하였다. 장현광(張顯光), 곽재겸(郭再謙), 손처눌(孫處訥) 등과 교유하였다. 서사원의 위패는 청주의 구계서원(龜溪書院)에 봉안되었고, 2008년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 구암서원(龜巖書院)에 배향되었다. 저서로 『낙재집(樂齋集)』, 『낙재선생문집』이 있다.

「제서행보 사원 문」은 서사원이 죽은 지 2년 되던 1617년 지은 작품이다. ‘서행보에 대한 제문’이라는 의미이다.

[구성]

「제서행보 사원 문」은 평소 사우로 지냈던 서사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함께 어울리던 때를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제서행보 사원 문」의 원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병든 정구는 죽은 벗 낙재 선생의 2주기가 내일로 닥쳐 온 이때, 슬프고 궁박한 마음이 그지없어 조촐히 재물을 차려 손자에게 영전에 받들어 올리게 합니다. 공이 세상을 등진 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때 갑자기 풍병이 와서 반신이 마비가 되어 궤연 곁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대와의 옛 추억을 떠올릴 뿐이었습니다. 이제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생각하여 보니 그대의 뛰어난 자질과 넓은 도량을 이제는 이 세상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내가 화재를 당하였을 때 공은 병든 몸으로 달려와 곡진히 위로하고 함께 근처에 터 잡아 살기를 권하였지요. 새로운 곳으로 이거하여 집을 완성하지도 않았는데 병든 몸으로 추위를 무릅쓰고 찾아와 함께 즐길 계획을 세웠지요. 그런데 한 해도 채 마치기 전에 이렇게 공을 잃어 함께 할 수 없게 되니 어찌 깊이 슬퍼하고 길이 탄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공의 넋이여! 오히려 이 내 마음을 알아주십시오.

[특징]

「제서행보 사원 문」은 서사원의 덕과 행실을 알 수 있는 생전의 모습을 형용하여 일화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날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볼 수 없는 사우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제서행보 사원 문」은 벗을 잃은 슬픈 감정과 그리움을 그대로 토로하여 애절함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정구는 서사원과 함께 하였던 추억과 지척에서 함께 늙어 가자며 하였던 약속들을 떠올리며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이치를 쓸쓸한 마음으로 탄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