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501964 |
---|---|
한자 | 雇只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천안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강성복 |
[정의]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춘궁기에 곡식을 빌리고 농번기에 노동으로 갚는 관행.
[개설]
고지는 지난날 천안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졌던 공동체 관행이다.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웠던 시절에 형편이 어려운 농가에서는 미리 쌀을 갖다 먹고 그 대가로 지주가 원하는 날짜에 모내기, 김매기, 벼베기를 해 주었다.
천안 지역에서 행하던 고지는 계약을 맺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때 계약은 구두로 이루어지는데, 고지를 먹는 사람과 지주가 1:1로 계약을 맺는 방식이 있고, 다른 하나는 ‘고지 대장’이 지주로부터 쌀을 얻어서 고지꾼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중에 일을 해 주는 방식이 있다. 실례로 동남구 광덕면 행정리 구정 마을에는 두세 명의 고지 대장이 있었는데, 그들의 주도로 고지 계약이 성사되고 이행되었다. 이럴 때에는 고지 대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문제가 생기면 고지꾼을 동원하여 일을 해 주거나 변상해야 한다.
[내용]
천안 지역에서 고지를 먹은 방식은 대체로 이러하다. 예컨대 어느 농가에서 지주에게 쌀 한 말을 빌리면 지주가 정한 날짜에 2~3일간 일을 해 주어야 한다. 광덕면 행정리 구정 마을에서는 만약 하루 세 끼 식사를 모두 자신의 집에서 먹으면 이틀간 일을 해 주었고, 지주의 집에서 먹게 되면 3일을 해 주었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 작업량으로 환산하면 논 한 마지기의 모내기와 김매기[아시매기만 해당]가 포함되었고, 후자는 모내기와 김매기 2일[아시매기·이듬매기]을 해 주어야 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식량 사정이 극도로 열악했던 일제 강점기에는 쌀 한 말을 얻어 쓰고 5~6일씩 품을 팔아서 갚았다고 한다.
천안 지역에서는 삭고지의 관행도 두루 확인된다. 이는 쌀을 곱절로 얻어 쓰고 두 배로 일을 해 주는 관행이다. 예컨대 한 마지기의 논에 대하여 삭고지를 먹으면 쌀을 두 배로 받는 대신 모내기, 김매기 2일[아시매기·이듬매기], 벼 베기까지 책임을 지고 해 주어야 한다. 물론 삭고지는 마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동남구 풍세면 가송리 송정 마을에서는 삭고지를 먹으면 모내기와 김매기 3일[아시매기·이듬매기·만물]를 해 주었다. 여기에는 모를 찌는 일까지 포함되므로 고지를 먹은 사람은 새벽에 나가서 일찌감치 모를 찌고 나서 아침을 먹고 모내기를 해야 하루 품을 채울 수 있었다.
이처럼 고지는 부농이나 지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노동 관행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농가에서는 생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고지를 먹어야 춘궁기를 넘길 수 있었다. 따라서 농번기가 시작되면 고지를 먹은 사람은 자기 농사는 손을 놓더라도 지주가 정한 날짜에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고지 품앗이이다. 즉, 고지를 먹은 사람끼리 서로 품앗이를 함으로써 부족한 노동력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안 지역에서 고지의 관행은 1970년대 초를 전후하여 대부분 소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