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한강수리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도시개발에 힘이 실렸죠. 경인선과 경인국도가 뚫리면서 마을이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했어요.”

깊은구지는 부천군이 탄생하기 이전까지는 계속하여 부평에 속해서 발전해 왔다. 부평도호부 이후의 부평군 때에는 석천면이라고 표기되었다. 석천면은 돌내면의 한자식 표기로, 돌내는 ‘냇물 돌아 드는 곳’을 의미하는 지명이었다.

원래는 깊은구지는 심곡리 지역으로,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소사역이 설치된 곳이다. 1914년 부천군이 신설되어 계남면[부평의 주산인 ‘계양산 남쪽에 있다’고 하여 일제에 의해 붙여진 명칭] 심곡리에 소속되었다가, 계남면이 소사면·소사읍으로 명칭이 바뀜에 따라 소속명이 바뀌었다. 소사읍이 부천시로 승격되면서 심곡리가 심곡1동, 심곡2동으로 재편되었고, 이후 심곡1동에서 심곡본동이 분동되어 나옴에 따라 현재 심곡본동에 속하게 되었다.

깊은구지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광천[부천문화원 사무국장]은 심곡동의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초기의 깊은구지는 심곡1동, 심곡2동으로 나뉘었었거든요. 이후 계속 분동되다가 지난 1992년에 심곡본동이 생겼어요. 일찍이 이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바닷물이 들어와서 새우젓배가 들락거렸다고 하는데 일제 때 한강수리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도시개발에 힘이 실렸죠. 이후 경인철도와 경인국도가 뚫리게 되면서 마을이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했어요.”(박광천, 부천문화원 사무국장, 1942년생)

1900년대 초반에는 한강수리조합의 창설을 시작으로 심곡본동 사무실 근방에는 일본인 주재소와 우시장, 소사소학교가 연이어 세워졌으며 일본신사가 현재 심곡도서관의 자리를 차지하여 조선인들의 신사참배를 강요했다고 한다. 1983년 부천시립도서관 심곡분관이 기공되면서 육각정(六角亭)이 헐렸는데 육각정이 있기 이전 일본의 신사였던 것이다. 일본 동본원사(東本願寺)라는 사찰 또한 이곳에 살림을 차렸고 이후 육각정은 부천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일본인들의 통치기반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일찍이 부천에 자리를 잡은 오오무라·다나카·다카오 등은 깊은구지를 단순히 주거지역으로 보지 않고 깊은구지 산등성이를 개간하여 복숭아밭을 일구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바로 경기도 명물로 유명한 소사복숭아를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부천의 또 하나의 명물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을 세운 유일한 박사가 든전물에 제약공장을 세워 그쪽으로 가는 길까지 냈는데 그 길을 약공장길이라고 명명하였다.

현재 유일한 박사가 1936년에 시작한 유한양행 공장 시절에 지었던 집이 심곡도예연구소로 이름을 달리해서 그대로 남아 있고, 공장 건물 두 채가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다. 유한양행 터는 극동아파트가 들어서, 두루미며 학이 모여들던 든전물의 아름답던 풍광은 자취를 감추었다.

유한양행이 떠난 자리에는 ‘대지’의 작가 펄 벅의 ‘펄벅재단’이 들어섰다. 1931년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은 6·25 전쟁 발발로 인해 생긴 고아와 혼혈아 2천여 명을 9년 여 동안 한국[부천 소사구 심곡본동]에서 돌보았다.

펄 벅 여사는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후 1967년 소사희망원을 설비해, 운영하면서 일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부천에서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전쟁고아들과 혼혈아동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았다. 부천시는 이러한 펄 벅 여사의 박애정신을 기리고 유지하기 위해서 지난 2006년 9월 30일 ‘펄벅기념관’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 펄벅기념관이 건립된 자리는 유한양행 설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펄 벅 여사에게 전쟁고아와 혼혈 아동들을 위한 시설로 써 달라고 기증한 곳으로 펄 벅 여사의 박애정신과 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정보제공]

• •  박광천(부천문화원 사무국장, 1942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