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20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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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재해 |
전통시대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하회마을뿐만 아니라 안동 지역 사람들의 최대 구경거리였다고 한다. 어느 정도였냐면, 사람들이 죽어서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께서 “살아생전 하회 별신굿을 보고 구경했느냐?”고 묻는데, 이 때 구경을 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것도 구경하지 못했느냐며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 굿 구경을 하고 오도록 한다는 이야기가 전할 정도였다.
그만큼 안동 지역 사람들에게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중요한 구경거리였는데, 한마디로 하회 별신굿을 봐야 사람으로서 일생을 온전하게 살았다고 여기거나, 별신굿을 보고 죽어야 여한이 없다고 할 만큼 귀한 눈요깃거리로 믿었던 것이다. 별신굿 구경이 인간으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까지 인식되었기에, 한번 별신굿을 할 때마다 이웃마을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까지 구경꾼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재미있는 볼거리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늘날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까지 즐겁게 구경할 수 있는 볼거리가 되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탈놀이의 전형성을 지탱해 주는 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 광대들은 전문적으로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 주민들이었다. 또 몇 년 만에 한 차례씩 공연하므로 고정적인 사설과 몸짓이 온전하게 전승되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틀만 유지되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것은 즉흥적으로 공연될 수밖에 없는데, 이 즉흥성이 지닌 지나친 변화를 막아주고 하회 탈놀이만의 전형성을 지탱해 주는 장치가 등장인물의 걸음걸이 묘사를 통해 그 성격까지 드러내 주는 관용구들이다. 구체적인 사설은 정확하지 않지만, 등장인물의 성격과 몸짓을 규정해주는 관용구들이 아직도 주민들에 의해 생생하게 전승됨으로써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전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양반걸음 팔자걸음’이라는 관용구는 양반의 성격과 행위를 나타내고, ‘선비걸음 황새걸음’이라고 하는 관용구는 선비의 성격을 말해 준다. ‘엉큼하다 중의 걸음’이라는 말은 부네를 유혹하고자 하는 중의 성격을 드러내는데, 이것을 ‘능청맞다 중의 걸음’이라고도 표현한다. 부네는 ‘맵시있다 부네걸음’으로 그 성격을 나타낸다. 또 백정의 몸짓은 ‘심술궂다 백정걸음’으로, 초랭이는 ‘바쁘다 바빠 초랭이걸음’으로 묘사된다. 그밖에 ‘비틀비틀 이매걸음’, ‘사뿐사뿐 각시걸음’, ‘엉덩이춤 할미춤’ 등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알아챌 수 있다.
이처럼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탈마당에서 하는 몸짓을 재미있는 관용구들로 묘사하여, 오랜 세월 탈춤을 추지 않아도 일정한 틀을 유지하며 필요할 때마다 되살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하회 별신굿 탈놀이가 하회마을에서 꼭 구경해야 할 구경거리로 여겨지는 것을 보면, 탈놀이에 숨어 있는 이러한 여러 장치들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