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데이터
항목 ID GC06901615
분야 지리/자연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기도 시흥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손승호

[개설]

해안에 형성되는 습지는 조류에 의한 퇴적작용으로 형성된 간석지[개펄]를 일컫는다. 이 가운데 지면이 높아지면서 바닷물의 침입 횟수가 줄어 바닷물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되면 식생이 정착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염생식물(鹽生植物)이 밀집하여 자생지(自生地)로 변화한다.

시흥시에는 신천장현천을 따라 습지가 잘 발달해 있는데, 이 습지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과정에서 염생식물이 정착해 염생 습지라 불리기도 한다. 시흥 지역의 염생 습지는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이 파고든 자연성 갯골이 민물과 바닷물의 영향을 받아 염생식물의 군락이 형성된 곳으로, 자연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흥 지역의 염생 습지는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시흥갯벌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린다.

시흥갯벌은 물새를 비롯한 우리나라 법정 보호 종의 주요한 서식지이며 2009년 연안 습지에 대한 기초 조사를 통해 2012년 2월 17일 시흥시 장곡동 724-10번지 일대 0.71㎢[약 21만 평]의 부지가 국토해양부 습지보호지역 제11호로 지정되었다.

[자연이 만들어 준 삶의 터전, 시흥갯벌]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형성되는 갯벌은 바닷가에서 평평하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흥시와 같이 육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하천 주변에 점토가 많은 경우에는 바닷물과 민물이 이동하는 통로 주변에 넓은 형태로 갯벌이 발달하기도 한다. 시흥시는 경기만에 접해 있어서 해안의 갯벌이 발달해 있고 민물이 바다로 유입하는 하천변에도 갯벌이 잘 발달해 있다. 해안가의 갯벌은 해안 매립과 간척 사업을 통해 시가지가 형성되면서 많은 부분이 사라졌지만, 내륙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신천이나 장현천의 하류부에는 점토가 매우 높게 퇴적된 갯벌이 아주 잘 발달해 있다.

시흥갯벌의 토양은 진흙의 양이 많아 다른 갯벌과는 차별화 양상을 보이며 성인이 갯벌에 들어가면 허리 부분까지 갯벌 속으로 빠져든다. 배곧 신도시오이도해양단지와 같이 간척 사업이 이루어진 곳은 기존의 갯벌이 사라지고, 바닷가에 인위적인 제방이 건설되면서 갯벌이 잘 발달해 있지 않아 염생 습지의 발달이 더딘 편이다.

시흥갯벌경기만 안쪽의 만입부(灣入部)에서 내륙을 향해 깊숙이 들어온 나선형의 형태로 발달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내만형(內灣形) 갯벌이다. 갯벌의 경사도가 낮아 평탄하며 경기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깊게 팬 고랑 형태인 갯골이 있다. 갯골은 간조 시에 물줄기가 흘러내려 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갯골은 과거 고깃배가 드나드는 길로 사용되었으며 지금도 간혹 배가 지나다닌다. 신천장현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설치된 방산 대교에서부터 동쪽으로 뻗은 장현천을 따라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 시흥갯골생태공원이 있다. 방산 대교에서부터 시흥갯골생태공원까지 이르는 구간에는 시흥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다.

시흥갯벌은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어류를 비롯한 갑각류 등의 동물이 많았다. 시흥 주민들은 갯골에 중방그물을 설치하여 흘러내리는 물을 따라 이동하는 가물치·붕어·미꾸라지·뱀장어 등의 물고기를 잡았고, 밤이 되면 석유를 묻힌 솜방망이에 불을 밝혀 물고기와 게를 잡기도 하였다. 시흥 주민들에게 갯골은 최고의 놀이터였던 셈이다. 지금은 갯골에 배수 갑문을 설치하여 비가 많이 올 때 주변 농경지의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개발된 소래염전도 넓은 갯벌을 매립하여 조성된 것이다. 소래염전은 60여 년 동안 시흥시 포동, 방산동, 월곶동 일대에 거주하던 주민들의 생활 기반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시흥갯벌소래염전이 소금 생산을 중단한 이후에도 염전 부지와 저습지(低濕地)[진펄]가 어우러진 자연 생태 환경의 보고로 평가된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의 여유와 쉼]

장현천이 흐르는 시흥갯벌 일대는 생태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과거 소래염전이 있던 장곡동 일대의 150만여㎡의 부지에 조성된 생태 공원은 시흥갯골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월곶포구 인근의 서해안에서부터 갯골을 따라 깊숙이 자리한 폐염전과 소금창고의 모습을 재현하여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온 지역 주민들의 생활상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된다. 갯벌 주변에는 옛 소래염전 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갯골의 남쪽 월곶동에는 소래염전 제3지구와 갯골캠핑장이 있고, 북쪽 방산동포동에도 소래염전 터가 동서 방향으로 넓게 분포한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다양한 자연 생태를 체험하거나 학습할 수 있는 시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공원에서는 갯골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공원 내의 갯골 생태 관찰 지구에서는 조류를 관찰하고 갯골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공원에는 잔디광장, 자전거 대여소, 갯골 수로, 천이생태학습원, 사구(砂丘)식물원, 벚꽃 터널, 해수 체험장, 염전 체험장, 시간의 언덕, 수상 레저 체험장, 소금창고, 생태 교육장, 흔들전망대, 탐조대 등의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여 음악회 등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야외 무대도 조성되어 있으며 전기 차나 자전거를 타고 갯골 주변의 경관을 둘러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천이생태학습원은 어린이들에게 자연 학습과 친환경 체험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염전 체험장은 소금을 생산하던 옛 염전 일부를 복원하여 천일염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으로 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소금창고 2개 동이 복원되어 있다. 탐조대에서는 갯골에 서식하는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시흥시에서는 시흥갯벌시흥 갯골을 탐방할 수 있도록 갯벌 주변을 순환할 수 있는 4개의 탐방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시흥갯골생태공원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코스로 천이생태학습원, 흔들전망대, 염전 체험장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장현천 북쪽에 자리한 옛 소래염전, 갈대밭, 부흥교, 수생식물원, 갯골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이다. 세 번째는 장현천 남쪽에 자리한 옛 소래염전, 소금창고, 탐조대, 갯골, 염생식물, 갯골캠핑장을 둘러보는 코스이다. 네 번째는 장현천에 있는 시흥 갯골 전 구간을 둘러보는 코스이다. 이처럼 시흥갯벌은 생태 관광지로도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흥 갯골 축제를 통한 풍요로운 문화 콘텐츠 제공]

갯골의 생태 자원을 활용한 시흥 갯골 축제는 2006년부터 매년 9월에 열리며 시흥시에서 추진하는 ‘문화 바라지 사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시흥 갯골 축제는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만(灣) 내부에 형성된 갯골을 배경으로 신나고 유익한 생태 예술 놀이터라는 슬로건 아래 ‘자연 속 놀이와 체험’, ‘자연 속 예술과 공연’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는 15가지 프로그램 존과 대표 프로그램을 구성해 자연 속에서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생태 문화 예술 축제이다. 시흥 갯골 축제는 2011년부터 민간 중심으로 축제위원회를 구성하여 기획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시민이 주도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축제에서 가장 강조하는 사항은 ‘갯골의 생태 보호’이다. 이를 위해 축제는 자동차 없는 축제, 쓰레기를 줄이는 축제로 진행된다. 먹거리 메뉴의 다양화, 축제장 곳곳에 편히 쉴 수 있는 쉼터 조성, 축제 콘셉트와 어울리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시흥 갯골 축제는 시흥시의 생태 관광 자원을 홍보함과 동시에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크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시흥 갯골 축제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에서 주관한 경기 대표 축제에 여러 차례 선정되었다.

시흥 갯골 축제에서는 염전 소금 채취 체험, 소금 찜질 체험, 갯골 여행, 민물고기 생태학습관 이동 전시, 갯골 생태·환경 국제 심포지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시흥 갯골 축제는 시흥시의 공간 특성을 반영해 주는 염전과 어촌 포구 문화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며 축제를 통해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는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즉, 친환경 축제인 동시에 교육적 활용도가 높은 축제로 인식되어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갯벌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태 자원]

염생 습지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경계 지대에 형성되기 때문에 생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에너지가 풍부하다. 그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 그리고 풍부한 영양 염류 등으로 인해 생산성이 매우 높은 생태계로 평가된다.

염생식물은 주로 해변이나 해안의 모래 언덕, 내륙의 염생 습지 등 염분이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육상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총 16과 40여 종의 염생식물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흥갯벌의 염생 습지에는 경기만을 이동하는 조류를 따라 바다로부터 많은 영양 염류가 유입되는데, 밀물이나 썰물 때에 비중이 작은 담수가 해수면을 흐르므로 영양 염류가 잘 보존된다.

시흥갯벌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염생식물에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 식물인 법정 보호종 모새달 군락을 비롯하여 칠면초, 갈대, 갯개미취, 퉁퉁마디, 나문재 등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염생식물은 폐염전 자리나 자연적인 염생 습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해살이식물인 나문재와 칠면초는 바닷물이 유입되지 않는 곳에서 집단으로 자생한다.

시흥갯벌의 바닥에 서식하는 저서동물(底棲動物)도 매우 다양하다. 시흥 갯골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농게와 말뚝망둑어가 대표적이며 그 외에 칠게, 갈게, 참방게, 붉은발사각게, 기수우렁 등이 있다. 갈대숲 사이의 염생 습지에는 우리나라의 멸종 위기 2급 동물인 맹꽁이의 국내 최대 서식지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시흥갯벌은 멸종 위기의 새들이 살기에 아주 좋은 장소이다. 천연기념물 제205-1호 저어새, 천연기념물 제205-2호 노랑부리저어새, 천연기념물 제323-8호 황조롱이, 천연기념물 제326호 검은머리물떼새, 천연기념물 제361호 노랑부리백로가 확인된다.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인 새홀리기, 흰목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흥갯벌 주변에서는 60여 종의 조류가 관찰되는데, 산새 28종, 물새 21종 등이 확인되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해 지켜야 할 유산]

갯벌은 자연 정화조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미기후(微氣候)[지면에 접한 대기층의 기후]를 조정하기도 하고, 연안 생태계를 지탱하는 생태적인 기능까지 수행한다. 이와 같은 생태적 우수성과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시흥갯벌은 생태 환경 1등급 지역이며 2012년 2월 국토해양부 습지보호지역 제11호로 지정되어 경기도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유형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시흥시에서는 시흥갯벌의 지속 가능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정책 개발 및 습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시흥갯벌 습지 보전 정책을 수립하였다. 환경적 가치가 높은 시흥갯벌은 전라남도 순천만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시흥갯벌 사이를 흐르는 갯골은 포구에서 내륙까지 어부들의 배가 드나들기도 하였고,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에 바닷물을 대어주는 등 시흥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이와 동시에 일제강점기 소래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이 수인선이나 경부선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되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시흥갯벌은 이제 관광 자원으로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시흥갯벌은 앞으로 우리가 잘 보전하고 가꾸어서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대상이다. 1999년부터 시흥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보존 움직임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2015년에는 시민 참여를 통해 시흥갯골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조사함으로써 시흥갯골과 관련된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민 조직이 추진되었다. 여기에는 시흥갯골에 관심을 갖는 주민, 시민 환경 단체, 갯골 생태 안내인, 지역 내외 전문가,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이 참여하였다.

최근 들어 도시 인구가 증가하고 시가지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대단위 개발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난개발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은 우리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시흥갯벌은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있는 소래갯벌과 함께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갯벌이고, 자연 생태계의 보전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훼손하지 않도록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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