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801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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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新郞-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동창리 |
집필자 | 김성식 |
채록|수집|조사 시기/일시 | 2003년 8월 15일 - 「두꺼비 신랑」 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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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록지 | 번데기 -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동창리 |
[정의]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동창리에서 전해오는 천상계에서 죄를 지어 두꺼비 허물을 쓰고 지상계로 내려온 선비가 허물을 벗고 다시 천상계로 승천한다는 이야기.
[개설]
진안군 백운면에서 전해오는 「두꺼비 신랑」 설화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는 대표적인 광포 설화 중 하나이다. 진안군에서 조사된 설화는 대체로 잘 갖추어진 구성을 보이고 있지만 몇 가지 누락 또는 변형된 대목이 있다. 첫째는 두꺼비의 어머니[노파]가 사또를 찾아가 혼인 말을 꺼내고 사또는 진노를 해 노파의 목을 쳤을 때 목이 다시 붙는 내용이 생략되었다. 다만 피 한 방울이 또르르 구르다 청조새가 되는 과정은 덧붙었다. 두 번째는 혼인을 거절한 사또를 향해서 어머니가 ‘그러면 집안이 망할 것이다’는 위협이 뒤따라야 사또의 다음 행동에 대한 인과성이 분명해지는데, 이 대목이 생략되어서 사또가 세 딸에게 혼인 의사를 묻는 대목에 대한 설득력이 약화된 점이다. 세 번째는 결국 셋째 딸이 희생적으로 혼인하겠다고 자청한 뒤 첫날밤에 자결할 결심을 하고 밤에 자결 소동이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셋째 딸의 갸륵한 희생을 받치고 있는 비장함이 드러날 터인데 이 작품에서는 ‘첫날밤에 죽을라고 간다고 했댜.’로 구연됨으로써 셋째 딸의 착잡한 심경을 엿보는 정도에서 머물렀다는 점이다.
반면에 이 작품에서는 제보자의 상황 구연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서사적 진행과 관계없는, 이른바 비공식구 대목에서는 판소리 사설 진행 면모를 보이고 있을 정도로 풍성해진다. 예컨대, “그래 처갓집이를 인제 각시랑 가면은 그냥 미워라고 아랫목에 앉아서 파리가 나면 ‘두껍~ 두껍~’ 가서 파리만 잡아먹네. 그 얼매나 뵈기 싫어? 그렇지만 인제 이 사람은 다 아닝게, 본인은 앙게로 그리도 좋아.” 또는 장인 환갑잔치에 나타난 두꺼비를 보고 처가 식구들이 냉대를 하면서 하는 말이 “야 이 사람아, 오지 말게. 네미 밟혀 죽을라고 뭣허러 와? 어디로 와? 밟혀 죽을라구.” 하는 대목, 또는 두꺼비가 사냥한 산짐승을 두 동서들에게 나눠주면서 하는 대목으로 “이런 좋은 물건을 줌선 어찌 거시기가 없이 주냐? 너그 등어리다 내가 글씨를 쓸 팅게로 웃통을 벗어라.”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특정 장면 장면을 그림을 그리듯 눈에 선하게 그려냄으로써 한층 고양되고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채록/수집 상황]
2003년 8월 15일 진안군 백운면 동창리 번데기에서 전난정[여, 90세]으로부터 채록하였다.
[내용]
늙은 내외가 강에서 고기만 잡아 생계를 유지했는데 어느 날 강물이 마르면서 먹고살 일이 막막해졌다. 그때 큰 두꺼비가 나타나서 자기를 데려다 수양아들을 삼으면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여 데리고 왔다.
하루는 두꺼비가 사또의 셋째 딸과 혼인시켜달라고 하자 어머니는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두꺼비가 재차 사또에게 말하라고 칼로 위협하여 할 수 없이 사또에게 부탁하였다. 이 말을 들은 사또가 노하여 그를 잡아 죽이려고 하였으나 피 한 방울이 또르르 구르다 청조새가 되는 등 기이한 일이 벌어지면서 죽지 않았다. 사또는 괴이하게 생각하고 별 수 없이 딸들에게 물어보니 첫째와 둘째 딸은 차라리 자기를 죽여 달라고 하는데 효성이 지극한 셋째 딸만 그에게 시집가겠다고 했다. 그 딸은 죽을 각오를 하고 시집을 갔으나 혼인 첫날밤에 두꺼비 허물을 벗은 신랑을 보니 잘생긴 옥골 선비였다. 본래 두꺼비는 하늘에서 살았는데 죄를 지어 두꺼비 허물을 쓰고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 사실은 둘만 아는 비밀이 되었고, 두꺼비 신랑과 셋째 딸 내외는 가난하여 처가에 가면 박대를 받으며 살았다.
하루는 사또의 회갑을 맞아 두꺼비도 거기 갔는데, 마침 두 동서와 함께 산짐승 사냥을 가게 되었다. 두 동서들은 말을 타고 위세를 떨치며 사냥에 나섰으나 한 마리도 못 잡았다. 반면에 두꺼비는 뭐라고 주문을 외우니까 산짐승이 제 발로 절을 하면서 모여들었다. 사냥에 실패한 동서들이 그것을 보자 산짐승을 달라고 하였다. 두꺼비는 동서들 등에 그들을 종으로 삼는다는 글씨를 쓰고는 짐승들을 나누어 주었다. 두 동서는 등에 쓴 글씨를 지우려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잔치 때 두꺼비는 허물을 벗고 선비로 등장하여 모든 사람이 놀란다. 두꺼비 선비는 마침내 두 동서를 종으로 삼고는 하늘에서 내려왔듯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 아들 삼형제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모티프 분석]
「두꺼비 신랑」 설화는 여러 모티프가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두꺼비라는 동물이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동물계와 인간계를 넘나드는 변신 모티브가 등장하고, 두꺼비와 처녀의 혼인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면 이류 교혼담(異類交婚談)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하고, 신분이 기괴하고 미천한 신랑 후보와 상류 계급 처녀 사이에 혼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혼사 장애담(婚事障碍談) 유형이 등장한다. 또 천상적 존재가 두꺼비로 적강(謫降)하여 죄 닦음을 한 뒤 다시 승천한다는 차원에서는 적강 모티브가 출현한다. 적강 화소란 선계에서 옥황상제를 모시고 있던 선관 선녀가 사사로운 잘못을 드러낸 죄로 인간 세상에 내쫓겨 갖은 시련을 겪다가 천상으로 복귀하는 스토리를 말한다. 다만 「두꺼비 신랑」에서는 적강 모티브가 작품 전체의 뼈대를 이루는 적강 구조라고 볼 수 없기에 여기에서는 소략하고자 한다.
한국 구비 서사물 가운데 동물이 인간화 하는 변신 설화는 34%이고, 인간의 동물화는 21%를 차지한다는 연구가 있다. 이렇게 절반 이상에 변신담이 등장하는 것은 동물이 인간계와 접촉이 빈번하며, 자유로운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간의 대리적 역할과 상징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변신 설화 가운데 동물을 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기본 사유는 ‘존재의 자유로운 넘나듦’에서 근거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넘나듦의 의미를 변신 모티브를 통해서 궁핍한 현실을 벗어나는 일탈적 환상을 꿈꾸거나 현실을 초극하고자 하는 탈현실적 욕망, 나아가 새로운 인간계에 대한 추구 등을 획득하려는 의식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혼사 장애 모티프는 우리 서사 문학에 자주 등장한다. 해모수와 유화의 혼인, 서동과 선화 공주의 혼인, 온달과 평강 공주의 혼인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모티프가 「두꺼비 신랑」 설화에 수용되어 무명의 신랑감이 고귀한 집안의 딸을 얻기 위해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설화에서는 혼사 장애를 겪은 뒤 처가와 대등한 지위로 자신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처가보다 우월한 지위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꺼비와 혼인한 아내는 신랑의 비범함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소극적 역할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여성의 성격은 앞에서 예로 든 혼사 장애에 등장하는 여성에 비해서 수동적이거나 신성성이 거세되어 세속화된 모습으로 변모되어 있다. 그 만큼 이 설화는 후대의 유교적 사회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한 개인의 출세도 과거에 비해서 가문이나 경제적 조건보다 당사자의 인물 됨됨이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성장한 서민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