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800023 |
---|---|
한자 | 鎭安高原- |
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북도 진안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병귀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0년 10월 30일 - 진안고원길 제1회 장기 걷기 프로젝트 시작 |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1년 1월 22일 - 진안고원길 제1회 장기 걷기 프로젝트 종료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1년 10월 1일 - 진안고원길 제2회 장기 걷기 프로젝트 시작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1년 12월 31일 - 진안고원길 제2회 장기 걷기 프로젝트 종료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2년 11월 3일 - 진안고원길 제3회 장기 걷기 프로젝트 시작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3년 2월 2일 - 진안고원길 제3회 장기 걷기 프로젝트 종료 |
[개설]
진안고원길은 전라북도 진안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진안고원길 걷기 프로그램이다. 어린 시절 해질녘이면 마을 어귀에 자리잡은 주막[점방]에 아버지를 모시러 갔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불같은 성화에 못 이겨 나서는 길이지만 술에 불쾌하게 취한 아버지를 모시고 올 일을 생각하면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마을길을 터벅터벅, 그리고 느릿느릿 걸었던 기억이다.
가끔은 옆 마을에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잿마당[뒷동산]을 넘고, 정인(情人)을 만나기 위해 마을 뒤 고개로 향했으며, 대처로 가서 공부하기 위해 마을 어귀 숲길을 지나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논과 밭을 일구고 수확하는 경제 활동을 위해서 수없이 오갔을 마을길은 우리네 삶의 가장 복합적인 문화 공간이었다.
진안 땅 어느 곳에나 위와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복합 문화 공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백운면 동창리 번덕 마을을 한번 들여다보자. 화산·은안·번덕 세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자리한 주막은 이제 영업을 하지 않으나 아직 흔적이 남아 있고,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인 소나무숲은 마을 사람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자 길이었다. 번덕 고개로도 부르는 은안이 고개는 건너편 마을에 소식을 전하러 가는 통로이자, 어두운 달빛 아래 정인들이 만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길은 우리 삶의 대부분의 행위가 소통되는 이동 공간이자 경제·사랑·놀이·교육·의식의 공간이다. 또 그런 만큼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기억의 공간이기도 해서 한 줌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순간 고구마 줄기처럼 수많은 기억이 함께 올라오기도 한다. 그 기억들이 모이면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되고,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진안의 길에 서서 걸을 때에야 진안의 지역 문화에 온전하게 흠뻑 젖을 수 있을 것이다.
진안고원길은 진안의 마을과 사람, 문화를 길을 통해 이어 놓은 공간이다. 하늘에서 가까운 땅 진안고원을 좀 더 살갑고 예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곳들을 주로 지나게 된다. 환형 210㎞를 발굴하여 이어놓았고, 여행자들과 함께 걷는 활동도 진작부터 하고 있다.
진안고원길은 지역민의 참여와 홍보를 위해 다양한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진안고원길 14개 구간을 이어 걷는 장기 걷기 프로젝트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와 보름밤 달빛 아래 걷는 '진안고원길 달빛 걷기' 등 진안고원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며 걸어내고 있다. 또 진안고원이 지칭하는 ‘무진장[무주·진안·장수]’으로 그 범위를 넓혀 프로젝트 ‘섬진강&금강, 무진장을 담다’를 통해 무진장의 섬진강과 금강을 이어 걸으며 지역문화를 접하고 있다.
‘진안고원길 달빛 걷기’는 매년 여름 진안군 마을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모아 보름밤에 진행된다. 진안고원길 1구간 출발지인 진안만남쉼터에서 출발해 진안천변을 따라 하수처리시설, 용담호 생태습지원에 이르는 5㎞를 걷는다. 지역먹거리를 나누고 생태습지원에서 달빛공연, 풍등 띄우기로 마무리된다. 2012년 시작된 행사는 지역민을 비롯해 수백명의 참가자가 함께하는 재미진 걷기 여행이다.
‘섬진강&금강, 무진장을 담다’는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의 마을과 사람, 문화를 담아내 온 물길 섬진강과 금강을 따라 걷는 프로그램이다. 진안고원을 증명하는 두 개의 큰 물길 섬진강과 금강은 진안고원에서 발원하고, 두 개의 발원지는 멀지 않은 거리에 인접해 있다. 두 발원지 사이는 수분령 금남호남정맥으로 이어진다. ‘진안고원길’이 무진장을 아우르는 고원의 트레일이 되기를 바라는 걸음이다.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
진안고원길 환형 14개 구간을 이어 걷는 장기 걷기 프로젝트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는 매년 10월부터 12월에 걸쳐서 진행된다. 홀수해는 시계 방향, 짝수해는 반시계 방향으로 매주 토요일 이어 걷는다. 2010년부터 매년 진행되었으며 지역민의 참여율이 더 높다. 2010년 ‘고원길을 걷다 진안 마실’, 2011년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 2012년 ‘하늘땅 고원길을 걷다’ 등 슬로건을 매년 바꾸어 정하였으나 2013년부터는 2011년에 사용하였던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를 고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진안고원길 장기 걷기 프로젝트는 매주 구간 하나를 걸으며 마을 회관에서 점심을 먹는다. 마을 부녀회에서 끊여 내는 김치찌개나 시레기국에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형태이다. 도착지에서 출발지로의 이동은 버스를 이용하고 참가자는 어린 아이부터 70~8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완주자 중에는 86세와 75세의 고령자도 있다.
2010년 10월 30일부터 2011년 1월 22일까지 진행된 첫 번째 프로젝트는 ‘고원길을 걷다. 진안 마실’이란 제목을 달았다. 진안 마실 길로 불리던 때로 귀농·귀촌 학교의 성격을 겸해서 읍면별 귀농·귀촌인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프로젝트는 진안군 뿌리 협회[현 진안군 귀농 귀촌인 협의회]와 진안 신문사 공동 주최로 모두 13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특히 주간지인 『진안 신문』에 연재 형태로 실리며 지역민에게 진안고원길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루트는 진안 읍내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프로젝트 후 책자 제작을 했으며 연 401명이 함께하였다.
2011년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된 두 번째 프로젝트는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란 제목을 달았다. 진안읍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걸었으며, 해넘이까지 열 네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오휴(午休)’ 시간을 만들어, 진안의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고, 제호를 쓰고, 엽서를 쓰고, 발도장을 찍어 보았다. 프로젝트 내용을 담은 칼라 책자를 제작했으며, 연 606명이 함께 하였다.
2012년 11월 3일부터 2013년 2월 2일까지 진행된 세 번째 프로젝트는 ‘하늘땅 고원길에 서다’란 제목을 달았다. 환형 14개 구간을 14주에 걸쳐 걸었고, 겨울 눈길을 제대로 만끽한 나날이었다. 주천면 대불리 삼거리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복분 제국[막걸리]을 비롯해 많은 후원이 있었고, 적지 않은 인원이 회원 가입을 하는 성과를 낳았다. 2010년 작성한 고유문(告由文)을 누군가 낭독했으며, 17명이 절반 이상을 걸어냈다. 연 476명이 함께하였다.
2013년은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를 고정 슬로건으로 정한 해이다. 9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14주간 진행되고, 12월 31일 해넘이로 마무리되었다. 연 525명이 참여했다. 2014년은 9월 20일부터 12월 31일 해넘이까지 진행되며, 연 689명이 참여했다. 2015년은 10월 3일부터 1월 2일까지 진행되며, 연 741명이 함께 했다. 2016년은 10월 22일 시작되어 1월 21일까지 진행되며, 연 594명이 참여했다. 2017년은 10월 14일부터 1월 13일까지 진행되며 연 588명이 참여했고,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완주자가 탄생했다. 2018년은 10월 6일부터 1월 5일까지 진행된다.
[고유문]
위 장기걷기 프로젝트 진행 시 매번 참가자 중 한 명이 고유문을 낭독한다. 고유문은 최규영 전 진안고원길 대표[2010년 당시 진안문화원장]가 초안을 작성하고, 진안고원길에서 수정하였다.
진안고원에 알리는 글
2018년 월 일, 진안땅 에 모인 고원길 여행자들은 진안하늘과 진안땅에 삼가 알립니다.
날로 물질문명에 찌들어가는 지금, 진정으로 우리가 귀의할 곳은 대자연의 품 속입니다.
날로 함께하는 이웃이 절실해지는 지금, 진정으로 우리가 살려야 할 것은 지역공동체문화입니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우리는 소통의 매개체인 이 길에 모여, 진안땅 대지를 순행하며, 진안문화를 호흡하며, 진안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이어 가고자 합니다.
진안에 대한 오랜 기억을 가진 이와 생생한 기억을 가진 이,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이가 모두 함께, 오늘의 진안길을 걷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걷는 이 길에 진안의 하늘과 땅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 O O O
[진안고원길을 걷는다는 것]
‘북은 개마고원, 남은 진안고원’이라는 말처럼 진안은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산이 많고,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물길은 맘껏 굽어진다.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이 진안군 백운면에 있고, 장수 뜬봉샘에서 시작된 금강의 최상류 물길 역시 진안군을 흐른다. 섬진강과 금강 분수령 금남 호남 정맥이 1,000m가 넘는 고산준령을 만들며 지나가고, 주화산을 중심으로 금남 정맥과 호남 정맥이 길을 달리하며 만경강을 구분한다.
이처럼 산과 물이 많은 진안 땅 곳곳에 수 백개의 자연 마을이 자리하고 진안 사람들이 살아간다. 과거 진안을 살았고, 현재 진안을 사는 사람들은 진안 문화를 생산하고 진안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주체이다. 그리고 진안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와 이야기가 가장 흥건히 축적된 공간이 길이다. 길에는 마을길·논길·밭길·산길·숲길·물길·고갯길·옛길·신작로·고원길 등이 있다. 더구나 고개가 수백 개에 달하는 산촌 진안 땅에서 길은 절실한 소통의 공간이자 사연과 기억이 풍부한 공간이다.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 제주 올레, 지리산길 등 사람들은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언제는 걷지 않았을까.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걷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인지 걷기 좋은 곳이 있으면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그곳이 지리산, 제주를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이르고 있다.
이제 진안 땅 고샅고샅을 걸어보라! 진안고원길을 걸어보라. 그곳에서 진안의 마을과 사람을 만나고, 수 천년 동안 형성해 온 땅 위의 경관을 즐겨보라. 카미노 데 산티아고, 제주 올레, 지리산길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재미가 진안고원길 곳곳에서 넘쳐 난다.
진안고원길은 진안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210㎞에 이르는 길이다. 환형을 이루는 14개 길은 평균 고도 300m 고원에서 100개의 마을과 40개의 고개를 지나며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진안고원길은 걸어서 만나는 도보 여행길이고, 고원의 삶을 만나는 문화 여행길이고, 진안 사람과 교류하는 공정 여행길이며, 놀며 쉬며 재미진 느린 여행길이다. 개발과 발전이 덜한 진안 땅. 그래서 진안고원길 걷기 여행은 더 한적하고, 더 불편하고, 더 설레이고, 더 유쾌하다.
진안고원길을 안내하는 리본은 인삼색과 홍삼색으로 구성된 겹리본이다. 인삼과 홍삼은 고원길을 걷는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진안의 특산물이다. 인삼을 표현하는 노랑은 오래된 산촌마을을 상징하기도 한다. 안내리본 끝에 있는 그림은 진안고원길 로고이다. 고원과 하늘, 구름 그리고 길을 표현하였다.
진안고원길을 안내하는 리본은 홍삼색과 인삼색으로 구성된 겹리본이다. 홍삼과 인삼은 고원길을 걷는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진안의 특산물이다. 인삼을 표현하는 노랑은 오래된 산촌 마을을 상징하기도 한다. 안내 리본 끝에 있는 그림은 진안고원길 로고이다. 고원과 하늘, 구름 그리고 길을 표현하였다. 햇살 좋은 어느 날 닥실 고개에 올라 첩첩산중 고갯길을 발견하고는 하늘땅 진안을 소통하는 고원길이려니 하시라.
[하늘땅을 소통하다]
하늘땅 소통 매개체인 진안고원길은 외진 진안 땅 구석구석을 이어 놓았다. 군 경계가 멀지 않은 공간들은 읍내 중심의 소통에서 고개 너머 공간과의 소통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열다섯 고원길이 존재한다.
누가 걸을까? 아니 누가 걸으면 좋을까? 고원길은 진안 이외 지역에서 오는 이들이 여행자가 될 것이다. 허나 진안 사람들이 많이 걸었으면 한다. 고원길은 아직 친절하지 않다. 진안고원길에 대한 풍성한 기억을 가진 진안 사람들이 고원길을 걸으며 그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큰 바람이 있다. 진안고원에 해당하는, 즉 하늘땅에 해당하는 무진장[무주·진안·장수]를 아우르는 고원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섬진강과 금강이 시작되는 첩첩산중 고원 땅을 소통시키는 고원길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