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501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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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婚禮 |
영어공식명칭 | Wedding Ceremony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익산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미경 |
[정의]
전라북도 익산 지역에서 행해지는 혼인에 관련한 의례.
[개설]
혼례(婚禮)는 남자와 여자가 가정을 꾸리고 자신들의 새 출발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의례이다. 전통적인 혼례 절차로는 의혼(議婚), 납채(納采), 택일(擇日), 납폐(納幣), 예식(禮式), 친영(親迎) 등 여섯 가지가 있는데, 현재 전라북도 익산 지역에서는 간혹 전통 혼례나 종교식 혼례를 치르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서양식 예식장에서 간략하게 현대식 결혼식을 치르기에 과거의 복잡한 절차가 대폭 줄어드는 추세이다.
익산 지역의 독특한 혼례 풍속으로는 황등면 대동마을에서 전통 재래 특산품으로 엿을 만드는데, 이 엿을 혼인할 때 이바지엿이라고 하여 사돈집에 보내기도 하였다. 이 풍속의 영향으로 익산 지역에서는 신붓집에 찹쌀엿을 보내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연원 및 변천]
익산에서는 1970년대까지 전통 혼례를 많이 치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로는 대부분 결혼식장에서 서양식 혼례를 치르면서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전통 혼례는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이웃의 중매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오랜 시간 교제하고 나서 이루어지는 연애결혼이 많다. 중매나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결혼도 적지는 않다.
[절차]
익산 지역에서 전승되는 전통 혼례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혼인이 성사되려면 먼저 성혼 의례(成婚儀禮)를 행하는데, 혼사가 오가는 ‘의혼(議婚)’으로 시작된다. 집안에 혼기를 맞은 신붓감과 신랑감이 있고 양가 모두 혼인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 중매인이 두 집안을 오가며 혼인을 성사시키고자 혼담을 주고받는다.
우선, 혼인하기로 뜻을 모으면 신랑 집에서 한지 종이에 생년월일시를 적는다. 그리고 그 종이봉투 위에 사성(四星)이라고 적는다. 이를 ‘사성(四星)보내기’라고 한다. 그 후 청홍색의 보에 정성스럽게 싸서 중매인에게 전달하게 한다. 특히, 익산 지역에서는 사성을 ‘사둔서’라고도 부른다. 사둔서가 신부 집에 전달되면 신부 집에서는 혼례식 날을 받는데, 이것이 ‘날받이’이다. 일반적으로 혼례식 날은 사둔서를 받고 한 달 전후로 정하게 된다. 신부집에서 혼인할 날짜를 정하여 보내면 혼인을 올리는 날의 동서남북 장소와 금기해야 하는 행위에 대해 적어 보내는데 이를 ‘연길(涓吉)’이라 한다.
날받이와 연길을 하고 나면 혼인하기 전날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함(函)을 보낸다. 이때 함을 지고 가는 사람은 주로 신랑 측의 친구들 중에서 아들을 낳고 부부 간 금실이 좋은 사람으로 정한다. 이렇게 함을 지고 가는 사람을 주로 함진아비라고 부른다. 함진아비는 신부 집 밖에서 오징어를 얼굴에 쓰고 동네방네에 이제 이 집 처녀가 시집을 간다는 것을 알리려고 큰 소리로 왁자지껄하게 “함 사시오!”라고 외친다. 그리고 일부러 신부 집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는 시늉을 하며 신부 집 앞에서 신명나게 논다. 그 후 신부 측 권유로 한 발짝 한 발짝을 움직여 힘들게 신부 집으로 들어간다. 함은 주로 신부 집 마당이나 마루에서 받는다.
그다음으로는 본격적으로 혼인을 올리는 혼인 의례가 시작된다. 먼저 신랑이 혼례를 치려고 신부 집으로 가는 것을 ‘초행(初行)’이라 한다. 혼례를 올리고자 신부 집으로 신랑이 들어갈 때 대문 앞에 놓인 바가지를 깬다. 이는 혹시 초행길에 따라붙었을 액을 막으려는 일종의 액막이 행위이다. 대문 앞에서 바가지를 깨고 들어온 신랑은 곧장 대례청으로 간다. 그리고 제일 먼저 신부의 부모에게 큰절을 올린다. 이어서 혼인 의례가 시작된다.
혼인 의례는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巹禮)의 순서로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 전안례는 신랑이 나무 기러기를 상 위에 놓고 절하는 것이고, 교배례는 신랑신부가 이제 부부가 된다는 의미로 서로 맞절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합근례는 신랑과 신부가 서로 술잔을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순서가 끝나면 신부 집에서 혼례를 위해 모인 모든 사람에게 풍성한 음식을 대접하는 잔치를 벌인다.
혼인 의례가 끝나고 나면 혼후 의례(婚後儀禮)가 진행된다. 익산 지역에서 혼례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부터였다고 추정된다. 또, 신랑신부가 신혼여행을 떠난 것도 그 무렵으로, 대개 인근의 군산이나 전주 등지를 택시로 돌고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근래에 와서는 신혼여행지에서 초야, 첫날밤를 치르는 경우가 많지만, 전통 혼례에서는 신부 집에서 첫날밤을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첫날밤을 보내고 이튿날이 되면 신랑과 신부는 신랑집으로 ‘신행(新行)’을 떠난다. 신행은 혼례를 끝낸 신랑신부가 신랑 집으로 출발하여 도착할 때까지를 말한다. 신행을 갈 때는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는 가마를 타고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구고례(見舅姑禮)’는 신부가 신랑과 함께 시댁 어른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인사를 올리는 것인데, ‘폐백(幣帛)’이라고도 부른다. 폐백을 할 때는 신랑신부는 혼례복을 갖추어 입고 제일 먼저 시부모에게 인사를 드린다. 이때 시부모는 신부의 치마폭에 대추와 밤을 던져 주는데, 이는 아들딸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이다.
‘재행(再行)’은 시댁에 도착하여 시부모와 시댁 어른들에게 인사를 마친 신랑신부가 다시 신부 집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재행은 신부가 시댁으로 신행온 지 이틀 만에 가는 것이 관행이다. 재행을 가는 날이면 시댁 측에서는 이바지 음식을 마련해 준다. 한편, 재행을 왔을 때 신부 집에서는 마련한 풍성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신랑에게 술을 먹이기도 하고 ‘신랑다루기’ 또는 ‘신랑달기’라 하여 신랑을 거꾸로 매달고 발바닥을 때리며 놀기도 하는 ‘동상례(東床禮)’를 행한다. 이때 신랑다루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주로 신부의 친척들이거나 신부의 이웃 청년들이 담당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현대에 이르러서는 결혼식장에서 치르는 서양식 혼례가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간혹 향교나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전통 혼례라든지, 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의 종교식 혼례도 익산시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 내에 원불교당과 원불교 신도들이 많아 원불교식 혼례도 자주 치러지는 편인데, 주로 익산시 신용동에 있는 원광대학교 숭상기념관에서 원광대학교 교직원과 교무들이 원불교식 혼례를 치른다. 다른 종교식 혼례와 다른 점은 일반적으로 부부만의 약속을 치르는 의식이 아닌 법신불전에 고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점이다.
원불교에서는 약혼과 결혼식을 나누어 진행한다. 약혼식은 개식, 약력 소개, 신물 교환, 심고, 친족 인사 소개, 훈화, 폐식의 순으로 거행되며, 결혼식은 개식, 불전 헌공 및 고유문, 심고, 결혼증서 교환 및 배례, 설법 또는 주례사, 축사, 신랑신부 및 가족 대표 인사, 폐식 및 신랑신부 퇴장 순으로 진행된다. 원불교의 「가정의례준칙」을 보면 청첩장을 내지 않으며 복장은 새로 마련하지 않고 평소의 단정하고 정결한 옷차림으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시대가 따라 결혼의 풍습이나 인식이 변화하면서 원불교 혼례에서도 일반 혼례와 동일하게 청첩장을 통해 지인들을 초대하고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