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꿈이 여염집 부인으로」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8101243
한자 王妃-閭閻-婦人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경상북도 경산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박은정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채록|수집|조사 시기/일시 1989년 - 「왕비의 꿈이 여염집 부인으로」 『경산지』에 수록
성격 민담
주요 등장 인물 총각|누나|처녀
모티프 유형 지인지감|여성의 지혜

[정의]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지혜로운 여인들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왕비의 꿈이 여염집 부인으로」 설화는 지혜로운 여인들에 대한 민담이다. 총각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남편감을 고르려는 처녀, 지혜로 남동생을 도와준 누나이다. 처녀는 자신의 지혜가 누나의 지혜에 미치지 못함을 인정하고 여염집 부인으로 만족하고, 누나는 훗날 왕비가 된다.

[채록/수집 상황]

1989년 김한중이 편찬한 『경산지』에 수록되어 있다. 채록 장소와 채록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내용]

예전에 어떤 남매가 조실부모하고 둘이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하루는 남동생이 과거를 보기 위해 괴나리봇짐을 지고 한양으로 길을 나섰다. 도중에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아리따운 처녀를 보고 한눈에 반해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러나 처음 보는 처녀에게 감히 말을 걸 수도 없어서 그냥 앉아 바라보고만 있었다. 빨래를 다 한 처녀는 세수를 하고 거울을 꺼내서 하늘을 한 번 비추고 땅을 한 번 비추고 그 다음에 자기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셋을 세더니 동네로 가서 골목으로 들어가 버렸다. 총각은 용기가 없어 따라가지도 못하고 그냥 서 있기만 하다가 처녀를 놓쳐 버렸다.

총각은 과거 보러 갈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 몸져누웠다. 백약이 무효이고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다 죽게 되었으니 누나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누나가 동생에게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 보았지만 동생은 처녀 때문이라 말하기가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제 정말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사실은 사람으로 인해 생긴 병이라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누나가 “남녀가 유별하니 서로 말을 건네지는 않았을 테고, 혹시 그 처녀가 몸으로 어떤 행동을 하지 않더냐?” 하고 물었다. 동생은 처녀가 빨래를 마치고 나서 한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누나가 “그런 얘기를 왜 진작 하지 않았느냐? 그 처녀는 정혼한 곳이 없고 남편을 자기가 구해야 하는 처녀이다. 찬물에 세수하는 것은 물에 예(禮)하는 것이다. 거울을 하늘에 비추면 환하게 되고 땅에 비추면 어둡게 된다. 그러니 거울을 하늘에 비추는 것은 보름날을, 땅에 비추는 것은 그믐날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 번째 자기 얼굴을 비추는 것은 자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셋을 센 것은 그 골목에 들어서서 세 번째 집이 자기 집이라는 뜻이다. 즉 보름날이나 그믐날 오면 자기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보름날은 이미 지났으니 그믐날 가 보도록 해라.” 라고 하였다. 동생은 그 이야기를 듣고 병이 거의 반은 나은 듯했다.

이윽고 그믐날이 되어 동생은 처녀를 만나러 갔다. 총각을 본 처녀는 누가 가르쳐 주어서 여기를 찾아 왔느냐고 물었고, 총각은 자기가 알고 왔다고 했다. 그러자 처녀는 “당신이 스스로 알았다면 보름날 왔지 그믐날 오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이 제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온 것이니 바른대로 알려 주십시오.” 하고 말했다. 총각은 하는 수 없이 자기 누나가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처녀가 “저는 조실부모하고 이 큰 집에 혼자 살고 있어서 제가 남편을 골라야 했기에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나라 왕비가 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왕비 될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행동한 것은 다 아는 법이지만 남이 한 행동을 파악하기는 어려운데 제 행동을 터득한 당신의 누님은 정말 왕비가 될 사람입니다. 오늘은 사랑방에서 주무시고 집에 돌아가셔서 사성을 가지고 날을 받아서 결혼식을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했다. 총각은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가 정식 절차를 밟아 그 처녀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처녀의 말대로 그 누님은 후에 왕비가 되었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왕비의 꿈이 여염집 부인으로」의 주요 모티프는 ‘지인지감’과 ‘여성의 지혜’이다. 지인지감으로 며느리나 사위를 고르는 설화는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으나 남편 고르기 설화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전통 시대 여성들은 자신의 의지로 남편감을 고르기 어려웠으며 조실부모하고 혼자 사는 처녀는 더욱 그러했다. 「왕비의 꿈이 여염집 부인으로」는 열악한 처지에 놓인 처녀가 오로지 자신의 지인지감으로 남편을 고르려고 한다는 점에서 당찬 여성의 면모를 보여준다. 처녀는 자신이 지인지감으로 남편감을 골라 왕비가 되려 했으나 그녀의 남편감은 그만한 능력이 없어 자신은 여염집 부인이 되었고, 남편의 누나가 더 지혜로운 여인이었기에 결국 왕비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왕비가 되는 꿈을 꾸었으나 여염집 부인이 될 수밖에 없어 안타까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혜로운 주체가 남성이 아니라 두 명의 여성이며 여성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을 볼 때 여성의 지혜를 높이 사는 의식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처녀가 암시하는 것을 알아차려야 그녀의 남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혜담의 요소도 지니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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