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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생활이 즐거운 서정식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7C040303
지역 충청남도 공주시 신풍면 동원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정내수

현재 마을지도자이며, 그동안 예술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총무를 맡아 많은 수고를 하였고, 그러면서도 틈틈이 작품을 매년 출품하여 예술제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내었던 서정식(49세)이 도시생활에서 원골마을로 귀향하여 농촌생활에 정착해온 이야기를 통하여 현재 농촌생활의 즐거움을 정리해 보았다.

예전부터 원골마을의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초라해 보이질 않았고, 그렇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조금 더 부지런하게 생활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소가 끌던 쟁기와 마차는 눈에 보이지 않고, 요란한 굉음의 트랙터가 밭을 갈고 있는 요즘의 원골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여느 농촌과 같은 풍경이다.

다른 지역의 농촌마을 모습이 그러하듯이 원골마을의 주택들도 정겹고 푸근한 흙벽 초가집과 돌담은 헐어지고 시멘트 양옥집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변해가는 농촌의 모습과 농사일의 기계화 등은 발전 속의 풍요로움과 만족감을 느끼기 보다는 왠지 서글픈 마음이 원골마을의 젊은 세대들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구석도 있다.

원골마을의 한해는 정월의 탑제로부터 시작된다. 정월 대보름 동네 청년들에 의하여 탑 주변은 깨끗이 청소가 되고 그 주변의 밭은 고랑 고랑마다 채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있어 마치 긴 고랑을 타고 제를 지내기 위해 준비된 하얀 천을 드리워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매년 정월에 마을과 주민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올리는 원골의 탑제와 나무제. 부정탈까봐 조심하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은 정성을 모아 제물을 차려 놓고 소박한 바람을 하늘에 닿도록 기원하는 소지가 깨끗이 태워져 높이 올라간다.

밭고랑에 남은 눈이 녹으면 원골에도 봄이 찾아오고, 마을 주민들은 소를 몰아 쟁기를 걸고 논밭을 갈아 씨를 뿌리며 한해의 농사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여름에 개최되는 예술제 행사를 치루고 나면 가을이 오고, 오곡이 풍성한 자연의 결실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한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정겨운 농촌의 겨울밤이 깊어간다. 이렇게 원골은 여름철에 개최하는 ‘예술과 마을’ 예술제가 없다면 여느 농촌마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농촌이었을 것이다.

서정식은 30대 초반 경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래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평소의 희망도 있었지만, 고향으로 들어와서 자가용을 이용하여 도시에서 일을 보고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했었다. 그때만 하여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갈등과 공허감이 많았었다. 그리고 현재 사십대 후반인 서정식은 아직도 가끔씩 도회지로부터 부르는 손짓이 아직도 무엇인가 큰 기회가 있을 것 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누구도 오라는 이는 없지만 도시는 사람을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느낌을 서정식 뿐만이 아니라 원골마을의 몇 안 되는 사십대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거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원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다보니 이제는 농촌생활이 주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더 나이가 먹기 전에 도시로 나가 열심히 일을 해보고, 회갑 이후 쯤에 돌아와서 자연을 벗 삼아 농사지으며 지내는 것은 어떨까? 젊은 나이에 이렇게 고향에만 틀어 박혀 흙과 씨름하고 있는 것은 손해가 아닌가? 나중에 나이 들어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이 가끔씩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고개를 쳐들듯이 살그머니 속마음을 꾀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는 술이 약인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동네 뒷고랑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정주나무 위쪽에 있는 본인 소유의 밭에 가서 고랑을 치고 풀을 깎고 곡식들을 다독거려 주면 신기하게도 이러한 잡념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삽질 괭이질 낫질 등으로 땀을 흘리면 어떻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육체적 노동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확 풀어진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오히려 ‘도회지 사람들은 그 복잡한데서 뭐가 그리 좋다고 사나? 공기도 나쁘고 신선한 채소도 못 먹고 각박하여 정신적 여유도 없고, 새장 같은 아파트에서 동물도 못 기르고 생각하면 참 딱하기도 하다’는 마음으로 바뀌어 버린다고 웃으며 말한다.

원골의 젊은 세대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있기에 자연에 감사한다고 하였다. 컴퓨터를 잘 몰라도 원골의 젊은이들은 조상 대대로 그래온 것처럼 절기에 맞추어 쟁기를 손질하고, 밭을 갈아 씨를 뿌리며 농사일을 한다. 또한 가을에 작은 풍요로움도 감사할 줄 아는 소중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원골마을의 산과 들, 마을 안을 흐르는 개울과 유구천 건너 넓은 들판, 맑은 공기 풀 한포기까지 조상들의 지혜와 손길이 있었기에 여기에 남아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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