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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맛을 뽐내는 산나물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9A020202
지역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병구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는 ‘깡촌’이다.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하늘만 빤히 보이는 분지다. 월악산이 있고 포암산, 부봉, 월항삼봉, 북바위산 등으로 둘러 싸여 있다.경지가 풍부한 곳은 더더욱 아니다. 경로당에 모인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론은 ‘먹을 게 없어서 뜯어먹던’ 것이 산나물이라고 한다. 각자 나물들이 갖고 있는 풍취나 향기가 좋은지 그리고 어떠한 것이 얼마나 몸에 좋은가 따지기보다는 ‘그저 쉽게 많이 뜯어 많이 먹을 수 있는’ 나물이 최고였다. 그러던 미륵리가 산나물의 고장으로 각광을 받고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으니 이런 걸 두고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수 있으리라.

미륵리 지역은 현재 국립공원으로 국립공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돌 하나 움직일 수 없고 풀 하나 뜯을 수 없다’고 한다.(조복천 이장님) 그렇기에 현재는 국립공원 경계 밖에서 나물을 채취하여 판매하고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나물 중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역시 ‘냉이’일 것이다. 냉이국, 냉이 된장찌개, 냉이무침 등으로 다가오는 봄은 담백하면서도 향긋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냉이는 사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쉽게 캘 수 있는 것 아닌가?

미륵리에서는 3월 중순이 되면 시든 줄기를 보고 더덕을 캐기 시작한단다. 더덕은 근처만 가도 코가 벌름거릴 정도로 향이 강하다. 특히 월악산의 더덕은 향이 강하고 연한 맛으로 정평이 나있다. 자연산 더덕구이는 미륵리 각 음식점에서 최고의 메뉴로 꼽히고 있으며 굵은 더덕은 술을 담궈 팔기도 하고 진열해 놓기도 하였다.

4월에 들어서면 나물들의 경쟁이 벌어진단다. 쑥은 나물이라기보다는 그냥 우리 곁에 흔하게 있는 것이기에 소중하게 여겨지지도 않는다. 미륵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건 쑥은 우리네 삶에 깊숙이 들어 앉아 있다. 쑥버무리, 쑥개떡, 쑥떡, 하다못해 쑥국까지 쑥의 용도는 일일이 다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쳐먹는 홑잎도 4월 초, 약간 단맛을 내는 원추리도 4월 초가 되면 뜯는단다.

취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그저 우리네 주변의 취는 삼겹살에다 함께 싸먹고는 ‘좋다, 이 맛이야’를 연방 내뱉는 것이 고작 아니었던가? 미륵리 할머니들의 취 종류 열거에 기가 팍 꺾인다. 취나물, 곰취, 홈취, 개암취, 수리취, 미역취, 이박취 등. 옛날에는 취를 그냥 날 것으로 그냥 먹는 법이 없었단다. 독성을 없애기 위해 꼭 데쳐서 물에 울궈 낸 다음 무쳐서 먹었다고 했다. 생으로 먹었을 때의 쌉쌀하면서도 풍기는 향내를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 아마도 요즘 사람들이 각종 공해에 찌들어 더 독한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하는 우스꽝스런 생각을 해본다.

이밖에 4월 중순이 되면 채취 가능한 것은 다래순, 참나물, 잔대, 삽주싹, 곤드레, 삽대싹 등이 있다고 한다. 그 중 참나물의 독특한 맛과 향, 아삭거리며 씹히는 맛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또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는 두릅의 맛은 어떠한가! 여긴 산골이다. 손만 뻗으면 전부 나물거리가 된다. 고향의 맛이 담겨있다.

[정보제공]

  • •  조복천(남, 미륵리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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