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9A01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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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병구 |
미륵부처님을 감싸고 있는 석실 앞, 좌측 귀퉁이에 누구의 눈도 의식치 않고 의자에 조용히 앉아 바람을 쐬고 있는 보살님이 있다. 왼발을 수직으로 세우고 오른발은 왼쪽으로 구부린 형태이며 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사각형의 평평한 돌에 돋을새김으로 새겼다. 모양으로 미루어 석굴 내의 장식 일부이거나 석실을 구성하는 넓적한 돌(판석)일 것으로 짐작된다. 바람을 과도하게 쐰 것인지, 아니면 본래 그러한 것인지, 형태를 간신히 알아 볼 정도의 도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뛰어난 석공은 돌조각을 갖고 석공 마음대로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돌조각이 본래 감추고 있던 모양을 드러내게 할 뿐이라 하던가? 시커먼 화강암 돌덩이 속에 뭉툭하고 볼품없이 앉혀진 보살님도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시험하기 위하여 꼭 그 정도의 모습만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자칫 지나치기 쉬운 돌 한 덩어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노라면 아무 생각 없이 저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마음에서 그려진 보살님은 참 예쁘다. 차분하다. 법의 자락을 살짝 치켜든 손가락이 참 곱다.
미륵리 노인회장을 맡고 계신 양재옥 님의 말씀은 이렇다. “이 보살을 옛날에는 ‘삼신할미 보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본래 이 위치가 아니라 미륵리 병자년(1876) 수해 때 보살상이 개울을 타고 떠내려 와서 마을 사람들이 미륵사지 입구 쪽에 세워 놨었다고 했다. 지금 많은 참배객들이 미륵부처님 앞에서 절을 하고 마음을 바치지만, 이 보살님에게는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무심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조바심도 없다. 무념무상의 경지이던가. 바람이 보살님을 끌어안고, 보듬고, 그리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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